Trevel & Others/고양이들 이야기

만신창이 상태에서 구조한 애기냥이 "얄리"

Steven Kim 2023. 12. 3. 16:21

마운틴사이드의 혹독한 겨울이 다시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서리가 잔뜩 내렸던 2023년 11월6일 새벽에 정원에 나가려고 썬룸 문쪽으로 가서 보니 눈 염증이 때문에 두 눈이 거의 감긴 상태로 고개를 위쪽으로 쳐들어야 겨우 앞을 볼 수 있는 듯 머리를 뒤로 졌진채 코가 꽉 막혀 입을 벌려 숨을 쉬고있는 그야말로 만신창이 상태로 죽기 일보직전의 뼈만 남은 치즈색 애기냥이 한마리가 현관 로비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것을 발견 ~~

 

죽을 때도 사람들 눈에 안띄는 먼 곳까지 도망가서 죽는 길냥이의 특성과는 전혀 달리 이번 애기냥이는 기운이 없어 걷기도 힘든 상태에서도 비틀비틀 기를 쓰고 사람에게 다가오려고 하는 것을 보니 아마도 사람 손에 키워지다가 병에 걸려 버려진 유기묘인듯한데... ㅠㅠ  (길냥이가 먼저 사람에게 이렇게 다가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것을 보기는 2020년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여름날 우리집으로 찿아 들었던 "복이" 이후 처음)

 

사람에게 가까이 와 안길려고 뒤뚱거리는 모습이 너무나 안쓰러웠지만, 하늘이 두쪽 나더라도 어떤 경우든 더 이상은 길냥이를 집 안에 들이지 않기로 맹세한 터라 우선 집에 있는 눈약을 꺼내 염증이 어마무시한 양쪽 눈에 넣어준 뒤 따독여준채 그자리에 놔두고 집으로 들어와 녀석의 상태를 CCTV로 관찰하다보니 도저히 제대로 그냥 죽게 내버려두면 부처님한테 벌 받겠다 싶어 기운이 쭉 빠진채 코를 박고 그 자리에서 꿈적도 않고있는 애기냥이를 부랴부랴 택배 빈 박스에 담아 동네 동물병원에 데려갔고, 진찰 결과는 우려했던데로 길냥이들에게는 치명적인 "허피스"에 걸려 치료를 해도 살 수 있는 확율은 10%도 않될거란 진단 ㅠㅠ 

 

죽더라도 조금이라도 덜 아프다 죽을 수 있도록 항생제 주사를 맞힌 후 집으로 데려와 현관 로비에 만들어둔 원목 고양이 집 안에 뜨거운 물을 담은 유단포를 넣고 이불을 덮어 따뜻하게 한 다음 그 속에 넣어놨더니 부드러운 담요의 느낌이 에미의 품으로 느껴지는듯 얼굴을 파묻고 금새 잠이 들었고, 그날 하루종일 밖으로 나오질 않더군요.(너무 오랫동안 안나오길래 혹시나 죽었나 싶어 고양이 집 안을 후래쉬로 살펴보니 그러렁 거리는 숨 쉬는 소리가 들려 그대로 놔둔체 들어왔고, 다음날 유단포에 물을 갈아주기 위해 고양이 박스를 위에서 열어봤더니 두 눈을 똘망똘망 뜬채 앉아있는 모습이 얼마나 반갑고 불쌍하던지~~).

 

암튼 그렇게 하루하루를 죽을둥 살둥하며 생명을 끈을 놓지않고 있던 "얄리"는 한달여가 지난 오늘(12월3일)까지 기적처럼 살아남았고 몇일전 부터는 초롱이네 애기 마당냥이들과 간간히 어울러 뛰어다닐 정도로 건강도 많이 회복됐지만 아직 완쾌되진 않은 상태로(코가 막혀 계속 숨을 잘 쉬지 못하고 있음) 현재까지 4 차례 항생제 주사를 투여했고 약을 계속 먹이고 있는 상태(다른 고양이들은 약을 추루에 섞여 먹이면 그나마 편하게 먹일 수 있는데 얄리는 추루를 아에 안먹기 때문에 약 먹이기 매우 까다롭습니다) 

 

새벽에 정원에 나가면 졸졸 따라와 꼬리를 세워 바르르 떠는 고양이들 특유의 반가움을 표시하곤하는 "얄리" ( 2023년11월8일 촬영)

 

3년전 부터 끼니를 챙겨주며 행여라도 목 마르지 않도록 마실 물을 수시로 갈아주곤 하는 초롱이와 그 후손 마당냥이들 11 마리는 오래 함께 지내며 정성으로 돌봤지만 여전히 먼 발치의 길냥이 무리들로 살아가고 있는 와중에 만난지 한달 째인 연약한 "얄리"는 새벽녃 인기척만 나면 바로 현관 로비의 고양이 집에서 뛰쳐나와 꼬리를 세워 부르르 떨며 반갑다는 표시를 하며 다리에 껌딱지 같이 붙어 다니곤 해서 더욱 정이 가네요 

 

동물병원에 가서 항생제 주사를 맞으면 조금 괜찮아지나 싶다가도 다시 코가 꽉 막히고 눈에 염증 기운도 재발되곤해서 염려스럽지만 일단 사료는 잘 먹고 있으니 맥없이 죽을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며 조만간 건강을 되찿아 우리집 마당냥이로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갈아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