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내내 갑자기 쏟아붓다 잠시 소강상태인가 싶으면 바로 다시 쏟아붓곤하며 지루하게 오락가락하던 가을 장마비가 그치고 오랜만에 맑게 게인 파란 하늘이 보이는 8월의 마지막 주말.
코로나 확진자가 2000명대를 육박하는 상황이 계속되며 외출을 삼가하고 사람들과의 만남도 피하며 지내고 있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는 중 (일본은 하루 신규 확진자가 2만 명대를 넘어선 지 오래고, 현재 확진자 수가 40만 명을 넘어선 베트남은 호찌민시에 사는 모든 사람들을 아예 집 밖으로 못 나오게 하는 초강력 봉쇄를 취했다고~ )
언제든 훌쩍 여행을 떠날 수 있었던 코로나 이전 시절에 썼던 블로그의 해외 배낭여행 관련 포스팅들을 다시 읽어보니 참으로 격세지감. 코로나 시국 이전과 같은 날들이 과연 다시 올 수 있을것 같지않아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하루빨리 전 세계인들의 일상을 바꿔버린 몹쓸 COVID19 역병이 지구에서 사라지기를 기원하는 마음 간절
중국 우한에서 치사율이 높은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창궐해 난리가 났다는 뉴스가 터져나오기 불과 얼마 전 한적한 전원생활을 시작한 덕분에 자연스레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피난(?) 할 수 있었고, 지난 2년 내내 전원생활의 재미에 푹 빠져있다 보니 해외여행에 대한 아쉬움도 전혀 없었지만 그래도 COVID19 시국의 불안감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막을 수 없네요. 기후재난, 바이러스의 창궐, 행성 충돌 등등 영화에서나 보던 인류종말의 시나리오가 상상 속 허구가 아니다는 것이 점점 입증되고 있는 가운데 그 시기가 과학자들이 예상했던 시점보다 훨씬 더 빨라져 우리 세대 혹은 우리 다음 세대에도 벌어질 수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에 소름 ㅜㅜ
전원에서의 생활은 실내보단 실외인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그나마 답답함이 훨씬 덜한 편 (내 경우 겨울만 제외한 3 계절 모두 새벽부터 어두워지기 전까지 정원에서 주로 지냅니다). 100평짜리 으리으리한 아파트보다 20평짜리 소박한 작은 집에 80평짜리 아담한 정원 딸린 자연 속에서의 삶이 quality of life 면에서 한수 위라고 생각하는 이유 (유난스럽고 걱정스런 대한민국 특유의 아파트 투기문화로 인한 버블경제로 몇년만 지나면 몇배씩 올라 공짜로 돈 벌어주는 fatal attraction은 없지만...암튼~)
자발적 격리 생활이 일상이 되어버린 와중에 잔디마당에서 혼자서 즐길 수 있는 놀거리들을 궁리하다 보니 가드닝 말고도 혼자 놀기 딱인 액티비티들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마당에 텐트 치고 즐길 수 있는 가든 캠핑서 부터(실제로 요즘 전원주택 마당에 타프랑 텐트 치고 캠핑하는 사람들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음), 게이트볼 같은 간단한 게임은 물론 맘만 먹으면 9홀 도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잔디마당 가든 골프도 가능하고 두껍게 자란 잔디가 매트리스처럼 푹신푹신하기 때문에 원할 경우 과격한 운동도 No Problem ^^ (집 마당에서 즐기는 가든 골프를 영국 사람들은 Backyard Golf 라고 하더군요)
아래 링크한 전원생활 즐기기 1편에서도 잠깐 가든 골프에 대해 언급했었지만, 코로나 시국인 요즘 들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며 즐기고 있는 전원생활 액티비티는 인생 아웃도어링인 캠핑이나 모토사이클 라이딩도 아니고 등산이나 트랙킹도 아닌 바로 오늘 소개하는 잔디마당에서 즐기는 "가든 골프"입니다
https://blog.daum.net/stevenkim/15711310
생각했던 것보다 실제 해보니 훨씬 재미있을 뿐 아니라 비용도 전혀 안 들이며 골프 연습 제대로 할 수 있고, 걷기운동도 되고 여러모로 참 좋습니다 (아래 동영상에선 공을 서너개 놓고 드라이브 레인지에서 연습하듯 3개를 한꺼번에 치면서 왔다갔다 했지만 공 하나만 치면서 잔디마당 끝에서 끝까지 왔다갔다 걸어 다니다 보면 운동량 상당)
* 영국에서 살던 시절 자연스레 골프를 배웠었는데 영국에선 골프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서민 운동 중 하나였습니다 (당시 퍼블릭 코스였던 리치몬드 파크 골프코스의 입장료는 단돈 7 파운드였고, 영국의 골프코스는 우리나라처럼 캐디가 있는 게 아니라 대부분 자기가 직접 골프 트롤리를 끌고 다니며 치는 시스템). 만원에서 2만원 정도면 하루 종일 즐길 수 있었던 영국에서의 골프와는 전혀 다른 우리나라의 어쩌구니 없는 그린티 비용과 일종의 향락적(?) 골프문화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귀국 이후 골프와 자연스레 멀어지는 계기(지금은 그나마 많이 없어졌긴 했지만 과도한 접대성 골프 문화도 그렇고 특히 우리나라 골퍼들 사이에 성행하는 돈내기 골프는 다른 나라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희안한 우리나라만의 골프문화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포인트 중 하나). 비지니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골프를 쳐야 하는 경우들이 생기면 정말 마지못해 억지로 참가하는 정도로 골프와는 거리를 두고 지낸지 오래됬었지만 어느날 친한 대학 동기들의 골프모임에 참가하면서부터 다시 골프에 재미가 느껴지기 시작.
* 정원에 축구골대 같이 생긴 작은 골프 네트망을 놓고 진짜 골프공으로 타격 연습하는 분들은 많지만 나처럼 잔디마당을 활용하며 플라스틱 공으로 연습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듯. 네트망의 경우 타격한 공이 슬라이스가 나는지 훅이 나는지 제대로 알 수가 없지만 잔디마당을 온전히 활용해 플라스틱 볼을 치면 멀리까지 날아가기 때문에 슬라이스가 나는지 훅이 나는지도 어느정도는 확인할 수 있음
* 마당 적당한 곳에 골프장처럼 그린을 만들어 홀컵에 깃발도 꼽아놓고 퍼팅 연습하면 정원 데코레이션도 되고 그럴듯할 것 같은데..글쎄요 (미국사람들 유투브를 보면 잔디마당에 퍼팅 그린을 만든 사람들 꽤 많습니다)
준비물
- 골프채 : 골프채 한 자루만 있어도 하루 온종일 혼자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고, 제대로 치려면 골프가방 메고 원하는 채 골라서 치면서 그린에 온 것 같은 기분 내면 됩니다 ^^(골프채가 없는 사람은 중고 고물상에서 7번 아이언 딱 한 개만 사면 OK. 몇천 원이면 살 수 있습니다)
- 골프 연습용 인조잔디 매트 : 내 경우는 잔디마당 골프에 많이 익숙해졌고 힘들게 복원한 잔디 망가지지 않도록 신경 써서 치기 때문에 뒷땅 까는 일이 없지만 (그래도 어쩌다 한번씩은 살짝 깜ㅠㅠ), 골프가 익숙지 않는 사람은 뒷땅 깔 가능성 100%이고, 골프에 익숙한 분들도 내 집 마당에서 치다 보면 자칫 힘 들어가 뒷땅을 칠 수 있는데 이렇게 뒷땅을 칠 경우 아까운 잔디가 한뭉큼씩 뚝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divot) 익숙해질 때까진 좀 불편하더라도 소형 인조잔디 매트를 들고 다니면서 칠 때마다 잔디 위에 놓고 치는 것이 안전(포스팅 아래쪽 사진 참조). 인조잔디 매트는 인터넷에서 1-2만원 정도에 구입 가능
- 플라스틱 골프 연습공 : 잔디마당 골프용 연습볼은 단단한 스폰지로 된 것, 물렁한 스폰지로 된 것, 플라스틱으로 된 것, 구멍뚫린 플라스틱으로 된 것 등등 여러종류가 있습니다(위 전원생활 즐기기 1편 링크 참조). 플라스틱 볼 보다 단단한 스폰지 공의 타격 느낌이 더 좋지만 정원이 넓지않을 경우 제대로 맞으면 비거리가 상당히 나오기 때문에 공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큽니다. 경험상 맘껏 쳐도 절대 멀리 날라가지않는 구멍뚫린 플라스틱 볼이 가든골프에 가장 적당. 1개당 600원 정도 (인터넷에서 구입가능)
잔디마당 골프 기록사진들
용인에서 전원생활 연습을 시작하면서 "가든골프"를 시도했었으니 햇수로는 벌써 3년 째. 집은 컸지만 마당은 작았던 용인집에선 지금처럼 마당 끝에서 끝까지 왔다갔다 하면서 칠 수 있는 거리가 안나왔기 때문에 벽면을 향해 공을 치는 것 만 가능했었지만 그래도 무척 재미있었고 드라이빙 레인지에 갈 필요가 없어지는 계기 (아래사진)
가든골프를 기록한 사진들에 잔디마당이 조금씩 복구되어 가는 모습들이 찍혀있어 훗날을 위한 기록으로 블로그에 남기기로 결정 ^^ (아래사진들)
블로그를 시작한지 이제 얼마 안있으면 20년째가 멀지 않았네요. 옛날에 썼던 글들을 다시 읽어보며 그때를 회상하곤 하는 소감이 남다릅니다. 호기심에 시작했던 블로그지만 옛날 그때의 사진들을 보며 그때의 생각이 어떻했는지 돌아가 볼 수 있어 이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개인 아카이브(Archive)로 남겨됬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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