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틴사이드 전원주택에 사는 즐거움들 중 하나는 집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바로 깊은 산 속으로 연결되는 "Forest Pass (숲의 길)"가 사방팔방으로 나있어 언제든 "자연인" 코스프레를 하며 첩첩산중을 내 정원인양 맘껏 누릴 수 있다는 것 ^^
아름드리 나무들로 빼곡한 숲길에는 지난번 9호 태풍 마이삭이 (일기예보에선 10호 태풍 하이선의 위력이 더 강하다고 했는데 우리 동네에선 마이삭 때 잠깐 불어닥친 돌풍의 위력이 엄청 났음) 할퀴고 간 상흔들이 곳곳에 잔뜩. 수십년은 족히 됬음직한 커다란 나무들이 강풍에 뿌리채 뽑히고 부러져 여기저기 쓰러져 있는 모습들에 공포심이 느껴질 정도 (태풍이 불거나 바람이 거셀 때 산에 가면 정말 위험하다는 것을 직접 피부로 느낌~ !!)
서울에서는 이번 태풍의 위력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하던데 우리집 주변에만 하더라도 강풍에 지붕 일부가 뜯겨나간 집, 외벽 손상을 입은 집, 석축이 무너진 집들이 여러 곳이고 이미 여러차례 포스팅했듯 우리집 역시 보강토가 침하되면서 앞마당이 1/3 정도 꺼지는 청천벽력의 피해 ㅠㅠ. 코로나(COVID 19) 때문에 삶의 방식이 완전 뒤바뀌는 등등 전대미문의 사건들이 연속되며 이러다 정말 "지구의 종말"이 멀지 않은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심상치 않은 2020년의 여러가지 사건들 중 개인적으론 난생처음 겪어본 엄청났던 태풍과 장장 54일간이나 계속된 장마가 가장 힘들고 두려웠던 기억으로 남을 것이 확실
보강토 보수공사를 추수 이후에 하기로 결정하면서 앞데크 파고라 공사도 덩달아 미뤄졌기 때문에 공사를 기다리는 동안 임시로라도 햇빛과 비를 피할 수 있는 쉘터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오래전 오토캠핑 다닐 때 쓰다가 창고에 처박아뒀던 대형 헥사타프를 끄집어내 데크에 설치해 봤더니 캠핑하는 기분. 마지막으로 사용한 것이 아마 족히 10년은 넘은 낡은 타프라서 비가 세차게 내릴땐 방울방울 물방울이 세지만 태양빛을 가리는 그늘막 용도로는 No Problem ^^. 내친김에 창고에서 썪고있던 타프들 중 적당하다 싶은 타프 4개를 골라 겹겹 멀티 레이어링 방법으로 데크용 간이쉘터를 만들었습니다
일출 때 부터 일몰 때 까지 하루종일 사방에서 해가 드는 남향집의 특성상 여름철 뜨거운 햇빛을 피할 수 있는 파고라 설치가 급했지만 공사가 계속 지연되면서 백미인 "정원 Activities"를 즐기기 불편했었는데 일단 타프 쉘터라도 셋업해 놓으니까 그럭저럭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겼네요
* 산골마을의 새벽과 저녁에는 따듯한 플리스 자켓을 걸쳐야 할 정도로 기온이 크게 떨어져 춥다 싶을 정도(9월20일 현재). 다행히 우리집은 오전 11시 부터 오후 5시까지 거의 하루종일 거실과 다이닝 룸의 대형 창문을 통해 해가 들기 때문에 난방을 하지 않더라도 집 내부 온도는 늘 24도를 유지하는 남향집만의 특권^^. 여름철에는 뜨거운 햇빛을 막아야 하지만 겨울철엔 따스한 햇빛을 들여야 하는 정반의 난제를 풀기위해 다이닝 룸에서 연결되는 파고라의 지붕을 어떤식으로 해야할지 심각하게 고민중
2층 베란다 난관에 암벽등반때 사용하던 카라비너와 앵커로 타프를 고정시키고 확보용 라쳇장비들을 활용 줄을 풀었다 줄였다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적용, 타프 4개 치는데 10분, 걷는데 5분~~ ^^
엄청난 폭우가 쏫아부으며 보강토가 침하하고 앞마당이 꺼지던 그 악몽같던 날 기적처럼 우리집으로 찿아들었던 주먹만 하던 애기냥이 "복이"와 "둥이"는 이제 정원 가르텐하우스에 터를 잡고 탈 없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 평생 처음으로 개인작업실을 한번 가져보자 싶어 정말 큰 맘 먹고 지었던 원목 작업실이 졸지에 복이와 둥이가 자고 먹고 쉬고 노는 전용 맨션이 되어 버리면서 프라이빗 워크숍의 꿈은 사라졌네요 ㅜㅜ ^^ (뭐 만들 일 생기면 또다시 공구들 다 끄집어 내 천상 밖에 타프나 처놓고 해야 할 듯~~)
"복이"와 "둥이"로 각각 이름 지은 "복둥이" 애기길냥이 2마리는 가끔씩 어디론가 사라지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우리집 정원에서 사는 마당냥이가 되었네요 (다른데 갔다가도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가르텐하우스로 돌아옵니다)
평생을 같은 울타리 안에서 같이 살게된 indoor 냥이 "미미"와 "코코" 그리고 우리집 정원의 마스코트가 된 outdoor 길냥이 "복이"와 "둥이"와 함께 하는 생활이 전원생활의 재미를 배가 시켜줍니다 ^^
"미미"는 용인에서 처음 전원생활을 시작했던 그해 겨울, 먹이를 먹으러 오던 길냥이 "망고"에게서 2번째로 태어난 4마리 애기냥이 중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마지막 한마리로, 어느날 한번 들어가면 자력으로 나오기 불가능한 데크 구멍에 빠져 탈진해 쓰려져 있던 상태에서 발견, 데크를 뜯어내는 대공사(??) 끝에 겨우 끄집어 내 동물병원 응급실의 도움으로 살려냈던 애기냥이로 그때부터 어미와 언니들과 떨어져 집 안에서 살게되면서 창문을 통해서만 어미를 볼 수 있었던 기억 때문인지 양평집으로 이사와서도 대부분의 시간을 창문 문턱에 걸터앉아 하염없이 밖을 바라다 보고 있곤 합니다 (집 밖에서 살던 엄마 "망고"와 언니 "탄이"와 "은이"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까??)
* 길냥이 망고의 첫번째 애기냥이들 4마리 중 2 마리는 죽고 살아남은 "탄이"와 "은이" 2 마리는 양평으로 이사 오기전까지 어미와 늘 같이 다녔지만 두번째로 태어났던 애기냥이들 4마리 중 다른 3마리는 생후 2개월도 채 넘기지 못하고 하루 건너 한마리씩 차례로 모두 죽어 첫번재 죽었던 애기냥이들을 묻었던 바로 곁에 깊히 땅을 파고 묻어줬음
코코는 서울 부잣집에 입양되었던 애기냥이로 그집 안주인이 알레르기 때문에 도저히 못키울 상황이라 대신 키우게 된 비싼 몸 값의 품종묘로 화분도 부수고 액자도 깨치며 사사건건 말썽을 피우는 말썽꾸러기 냥이지만 보면 볼수록 귀여운 애교덩어리 성묘로 자랐네요
한 집에 살고는 있지만 서로의 영역을 달리한채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고있는 Indoor cats 2 마리와 outdoor cats 두마리 총 4마리의 고양이들. 하루하루 살아남는게 유일한 삶의 목표인 길냥이들의 고된 삶과는 달리 매일이 편하고 무료한 집냥이 코코는 집 밖 세계의 절박함을 모른채 틈 만 나면 밖으로 튈 생각 뿐이고(미미는 절대 안나감), 굶어 죽기일보 직전 안식처를 찿아 정원에 터를 잡은 길냥이 복이와 둥이는 자신들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화려한 집 안의 세계가 궁금한지 문 틈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쏜살같이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상반된 욕망에 사로잡힌채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 ^^
강아지 1 마리와 고양이 4마리가 함께 하는 양평의 전원생활은 아침 해가 떠서 저녁 해가 질 때까지 바람잘 날이 없어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
* 복이와 둥이 두마리 다 암컷냥이들로, 전원생활의 시작과 함께 우연히 길냥이들과의 만남이 시작되면서 암컷 길냥이들의 모진 삶을 가까이서 지켜봤던 입장이라 이승에서 사는 동안 조금이라도 편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조만간 중성화 수술을 시켜야 될 것 같은데...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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