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vel & Others/해외사진기록(Picture:Trip)

2018년 3월 깔로(Kalaw) 인레 호수(Inle Lake) 트랙킹

Steven Kim 2018. 4. 16. 00:25

시간도 충분하지 않고 비자문제도 까다로웠지만 이번 동남아 여행 스케쥴에 구지 낯선 미얀마를 끼어넣었던 이유는 작년 베트남 여행때 우연히 만났던 어떤 한국여행객으로 부터 수천개의 파고다들이 수천년 동안 황야의 버려진채 세워져 있는 미얀마의 신비한 고도 "바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소수민족들만이 살고있다는 미얀마의 오지 고산마을에서의 일출과 일몰을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보고 싶었기 때문

 

전날 새벽 5시에 도착해 다음날 밤 9시에 떠날때까지 1분1초도 낭비하지않고 사방을 돌아다니며 이틀을 보낸 바간에서의 빡셌던 여정을 끝내고, 저녁 9시 바간을 출발한 야간 슬리핑 버스는 밤새 거친 산길을 달려 도착예정시간 보다 무려 2시간이나 빠른 새벽 3시에 칠흑의 어둠 속에 잠겨 정적만이 잔뜩한 미얀마의 작은 산골 오지마을 깔로(Kalaw)에 도착. 마구 흔들리는 미얀마 로칼 버스에서 얼마나 곤히 잠들었던지 차장 아가씨가 흔들어 깨워줘서야 급히 짐을 챙겨 버스를 내릴 수 있었네요(뭐 빼치고 내린 것 반드시 있었을 것~ ㅠㅠ). 완전 깜깜한 암흑과 세상이 멈춘듯한 절대 적막 속 미얀마의 오지 산골마을에 이방인들을 급하게 내던져 버리듯 내려준 버스는 배차 시간에 쫒기는 서울 시내버스 보다 더 숨 돌릴 틈도 없이 (고무신 거꾸로 신고 도망치는 배신녀 처럼) 절대 어둠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깔로에서 비몽사몽 내린 사람은 나를 포함해 외국인 관광객들 딱 4명뿐. 한국에서 5년동안 영어를 가르쳤다는 백인여성 2명과 나홀로 여행중인 영국남성 1명 그리고 나

 

* 미얀마의 야간 슬리핑 버스는 베트남의 180도 눕혀지는 슬리핑 버스와는 달리 우리나라 고속버스 정도만큼만 제껴지는 타입으로 슬리핑 버스라기 보단 그냥 일반 버스라고 보면 됨 (편하게 잠 자기는 불가능하고 매우 불편 ㅠㅠ). 에어컨을 밤새 미친듯이 풀로 틀어놓기 때문에 버스안은 진짜 시베리아 저리가라 할 만큼 무쟈게 춥습니다 (덕다운 자켓 보온 옷 반드시 챙겨 탑승해야 함). 미얀마의 여러 야간버스 회사들 중 JJ Express 버스가 가장 고급이고 가격도 다른 버스에 비해 거의 더블 가격이지만 내부 구조는 가격이 저렴한 다른 야간버스들이랑 크게 다르지 않아서 살짝 놀라울 정도 (어짜피 완전 180도로 누울 수 없기 때문에 도찐개찐~~) 

 

* 깔로로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은 바간을 저녁에 출발해 깔로에 새벽에 도착하는 야간버스 대신 깔로 오후에 도착하게끔 바간에서 새벽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할 겁니다. 버스를 타고가면서 창 밖으로 스치는 미얀마의 시골을 구경하며 갈 수 있고 깔로에 오후에 도착하더라도 워낙 작은 산골마을이기 때문에 후다닥 한바퀴 둘러보는 것으로 충분히 깔로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으며 다음날 바로 트랙킹을 떠날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체류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불빛 하나 보이지 않는 암흑과 적막 속 생면부지의 미얀마 산골 오지마을에 자다말고 겨를 없이 도착한 상황에서 새벽 3시에 예약한 호텔을 찿아가기도 그렇고 어디 들어가 앉아있을데도 없고 당황스럽고 겁도 나고 난처하기 짝이 없는 상황 ㅠㅠ

 

어디로 가야할지 감을 잡지 못하고 한참을 머뭇거리다 깜깜한 어둠속으로 사라진 버스 방향으로 무작정 걸어가다 보니 저멀리 희미한 불빛이 보이며 문을 연 간이식당 같은 곳이 보입니다. 날이 밝을때까지 어떻게든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 싶어 식당 밖 목욕탕 의지에 앉았고, 자다말고 깬 주인 아저씨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팬케이크와 미얀마 커피를 시켰습니다(참고: 깔로에 가시는 분들은 이 집 팬케이크 진짜 맛 있었으니 꼭 한번 드셔 보시길~)

 

새벽3시 깔로에 도착해 마침 문을 열어놓은 간이식당 목욕탕의자에 앉아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스레 생각중

덕다운 인너자켓을 입었지만 반바지 차림의 하체를 통해 전해지는 미얀마 고산 마을 깔로의 새벽 추위는 고통스러울 정도. 이빨이 달달거릴 정도로 추워서 더 이상 이렇게 앉아있기도 불가능 ㅠㅠ 죽이되던 밥이되던 일단 얼어 죽기전에 예약해둔 호텔을 찿아 나서는 것이 좋겠다싶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구글맵이 알려주는데로 무작정 깜깜한 어둠속을 걷기 시작.

 

지척을 분간하기도 힘든 생면부지의 고산 오지마을 칠흑의 어둠을 뚫고 후래쉬도 없이 얼마를 걸어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마치 정글같은 숲 속 좁은 길을 따라 호텔을 찿아나서자니 약간의 용기(??)가 필요했을 정도. 그동안 어디를 가던 늘 챙겨가던 소형 플래시를 이번 여행때는 마가 씌웠는지 깜빡 잊고 가져오지 않았던 것 얼마나 후회스러웠는지 지금도 이때 생각만 하면 진땀이 절로 날 정도로 아찔 ~~ ㅠㅠ.  (미얀마 여행가는 분들은 간단한 후래쉬나 헤드라이트 꼭 챙겨 가시길~~) 

 

밧데리가 간당간당한 핸드폰의 희미한 불빛에만 의지해 구글맵을 따라 정글 속 숲길을 한참 가다보니 인가가 나오기는 커녕 점점 더 정글 속 으로 이어지는 외진 곳으로 가게되고 과연 이렇게 외딴 곳에 호텔이 있나 싶을 정도로 으시시한 깜깜한 길을 따라 걷고 또 걷고 얼마나 걸었을까(대략 30분 정도 걸었을 듯) 저멀리서 어둠속 귀곡산장 처럼 희미한 불빛을 밝힌 예약한 호텔의 간판이 어렴풋 보이기 시작 

 

(에효, 이젠 살았다~~)

 

새벽에 도착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깔로의 대부분 호텔들은 약간의 얼리 체크인 차지만 더 내면 새벽에도 언제든 체크인이 가능하더군요. 시간에 관계없이 깔로 도착 즉시 호텔로 가는것이 정답 (일부 호텔들은 얼리 체크인 차지도 받지 않는다고 하던데 확실치 않음)  

 

새벽 4시경 칠흙의 어둠속을 한참을 걸어 도착한 Railroad Hotel

세계 어느 곳을 가던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땐 무작정 센트랄 스테이숀(중앙역) 쪽으로만 가면 된다는 것을 오랜 해외생활 경험을 통해 터특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전 정보가 하나도 없던 깔로에 숙소를 정할 때도 일부러 깔로 기차역 바로 옆에 있다는 위치 때문에 이 숙소를 잡았는데 마뿔싸 깔로의 기차역은 시내 중심과는 뚝떨어져 민가 조차 없는 외진 곳에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깔로에는 수시로 기차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 한번씩 기차가 들어오는 오지 중의 오지 고산마을~~

* 깔로에 숙소를 잡을때는 기차역 주변이 아니라 깔로 전통마켓 주변에 잡아야 편리

 

레일로드 호텔은 장소는 완전 외졌지만 대신 숙소직원들이 친철하고 다음날에는 오토바이를 렌트해 움직였기 때문에 깔로 중심부에서 멀었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게 지낼 수 있었네요 ^^(오랫동안 잊지못할 깔로에서의 에피소드는 다음에 별도로 포스팅 예정). 

 

설렁설렁 다녀올 수 있다는 후기들을 읽고 만만히 보고 나섰다가 제대로 큰 코 다쳤던 깔로 인레 트랙킹 후기를 시간 날 때 마다 조금씩 새로운 사진과 내용을 보충하며 트랙킹을 가려는 분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트랙킹 하루전 엉클샘스 패밀리 여행사에서 예약을 하고 내일 코스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있는 중

깔로에는 트랙킹을 주관하는 로칼여행사가 서너군데 눈에 띄였지만 엉클샘스 여행사가 가장 규모가 크더군요. 다른 여행사들에도 가봤는데 다들 쪼그만 공간에 의자만 놓고 있는 정도의 완전 영세한 소규모 업체들. 

 

이번 트랙킹 내내 한국인은 커녕 검은 머리의 극동지역 사람은(한국, 중국, 일본) 나말고는 단 한명도 보질 못했네요. 지금까지 여러나라를 돌아다녀 봤지만 이렇게나 죄다 백인들만 드글드글하고 동양인 여행객은 단 한명도 없었던 적도 처음 (3월이 비수기인지 미얀마가 아직 극동지역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지는 아이돈노우~~). 해외여행지에서 백인들과 함께 섞이면 불편한 점들이 많아 왠만하면 백인들과의 접촉은 피하는 편인데 이번 트랙킹을 포함 미얀마에선 어쩔 수 없이 매일매일 수다스런 백인들과 어울릴 수 밖에는 없었네요.

 

랙킹 비용은 홈스테이와 저녁을 포함 3만원 정도로(정확한 금액은 기억안나지만 대략 이정도) 저렴한 편이었고 무거운 짐은 따로 팩킹해 맡기면 여행사에서 인레호수쪽 예약한 호텔까지 별도로 딜리버리를 해주는 편리한 시스템 (이럴줄 미리 알았으면 트롤리 카고백을 양곤에 맡겨놓지말고 그냥 가지고 왔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후회~~ ㅠㅠ)

 

윗사진에서 브리핑을 하는 청년은 다음날 부터 이틀동안 깔로에서 인레호수까지 가이드를 했던 "노농"이란 영어도 잘하고 심성도 너무 고운 미얀마 청년. 미얀마 사람들은 이름만 있지 성이 없다는 놀라운 사실도 트랙킹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노농"을 통해서 비로서 알게 됬네요. 

 

아침 7시 깔로에서 머물렀던 호텔에서 체크아웃하고 쌀푸대에 짐을 챙겨 여행사 사무실로 부지런히 걸어 가는 중

 

하나도 안 힘들다는 인터넷 후기들을 보고 산책하듯 휘파람 불며 나선 트랙킹을 출발할 때의 널럴한 모습

 

트랙킹 도중 여러차례 만날 수 있었던 미얀마 고산지대의 소수민족 마을들

 

이번 깔로 인레호수 트랙킹을 함께한 프랑스인 부부커플 2명 미국인 아가씨 2명

 

날아갈듯 걷던 이때까지만해도 쌩쌩

 

구름에 실려가듯 빠르게 걷는 가이드 "노농"의 뒤를 헉헉대며 열심히 쫒아가고 있는 중

 

중간에 잠시 쉬었던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보리수 나무. 나무가지에 오른 "노농"이 조그맣게 보이는 것을 보면 이 보리수 나무가 실제로 얼마나 큰지 감이 올듯

 

트랙킹 도중 만난 뱀

 

숨 쉬기도 어려운 폭염과 걸을 때마다 날리는 흙먼지의 기억이 생생한 힘든 트랙킹

 

첫날을 묶을 고산지대 소수민족 마을에서 맞이한 미얀마의 일몰 모습. 여기까지 걸어오기 힘들었지만 트랙킹 하기로 한 것 너무 잘했다 싶었던 순간

 

미얀마의 태양은 다른나라 태양보다 휠씬 더 크고 휠씬 더 동그랗고 휠씬 더 붉었습니다

 

고산족 마을 홈스테이 침실

 

그야말로 딱 있는 것만 있었던 고산족 홈스테이 하우스의 샤워실

 

뱃 속이 거북했지만 도저히 사용할 수 없었던 미얀마 오지마을의 화장실(깜깜한 밤 중 플래쉬가 없어 더욱 사용 불가능)

 

일몰을 보고 홈스테이 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마추친 고산족 마을의 행사.  스님 일행의 마을 방문을 영접하러 나온것 같은데 무슨 행사인지는 물어보지 못했네요

 

둘쨋날 너무 힘들어 하니까 배낭도 자기가 메주겠다고 하며 기운을 복돋아준 보조가이드 "혼도"

얼굴과 팔뚝 타는 것을 방지하려고 착용한 마스크와 팔뚝가리개는 섬머 모토사이클 용

 

이틀동안 고산지대를 걷다보니 흙먼지로 뒤덮혀 엉망이된 스카르바 버간디 가죽 SL-3 등산화 폼 잡을때만 신는 아끼는 등산화라 귀국해서 흙먼지 싹 털어내고 원래 상태로 복원시키느라 힘들었네요 ㅠㅠ 

팩킹 스페이스 제약에도 불구 이번 트랙킹을 위해 구지 챙겨간 발목 높은 등산화는 결과적으로 미얀마에서는 무용지물. 이틀동안 걸어야 하는 깔로 인레 트랙킹용 슈즈는 가볍고 통기성 좋은 경량 운동화나 앞코가 막힌 트랙킹 샌들이 휠씬 적합 (윗 사진에 보면 가이드 2명 보두 샌들을 신었음). 화학섬유로 된 일반 구두용 양말을 신었던 탓에 딱딱한 등산화 바닥과 화학섬유 양말 밑부분이 미끌리면서 양쪽 발바닥 모두 물집(Blister)이 생겨 쉽지않았던 이틀간의 트랙킹 ㅠㅠ (다행히 준비성 많은 프랑스 부부가 건내준 젤로 된 Compeed Anti-Blister Plaster 덕분에 트랙킹을 끝까지 마칠 수 있었지 아니었으면 중도에 포기 했을수도~~)

 

깔로 인레호수 트랙킹을 하려는 분들은 바닥이 푹신푹신한 슈즈나 샌들을 신고가는거 잊지 마시길 (그리고 헤드랜턴과 모기 스프레이도 꼭 챙겨야 함) 

 

 트랙킹 최종 목적지에 도착해 완전 퍼짐 ^^

 

트랙킹을 끝내고 보니 양쪽 발바닥에 모두 커다란 물집이 잡혔습니다 ㅠㅠ
엉망진창으로 망가지고 새까맣게 탄 발 모습  

작년 10월 베트남 여행때 까맣게 탔던 피부가 제대로 벗겨지기도 전에 이번 미얀마에서 더 새까맣게 타서 언제쯤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될지 Nobody knows. 얼굴 부분은 마스크도 쓰고 팔뚝가리개도 해서 덜하지만 한국에서는 어짜피 가리고 다닐 하체쪽은 이판사판깽판 다 내놓고 다니다 보니 완전 얼룩말 처럼 그을렸네요

 

트랙킹을 마치고 인레호수에 접한 "니앙쉐"까지는 배로 이동(1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