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맣게 신문의 한구석을 차치한, 1768년 초판본이 인쇄된 이래 지난 300 여년간 업데이트본이 출판되어오며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대영백과사전(엔사이클로페디아 브리태니카)이 더 이상 인쇄를 중단하고 절판 된다는 짧막한 소식을 접했습니다
아버지의 서재를 늘 채우고 있던 기억속에 생생한 책이 오늘 역사속으로 사라진 브래태니카 백과사전 입니다. 어려운 영어로 써진 책 내용을 읽기위해 자연스레 영어를 배우게 되었던 어린시절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큰 의자에 앉아 틈틈히 브리태니카 백과사전을 들추시곤 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오랜세월이 지난 지금도 뇌리에 뚜렷히 남아있네요..^^ 짙은 고동색 가죽으로 제본되어 고풍스럽고 위용스럽던, 아이의 손으로는 들기조차 버거웠던 브리태니카 사전들의 무게가 지금도 아련하게 손끝에 느껴집니다.
영국에서 돈을 모아 제일 처음으로 구입했던 것이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아랫사진의 검정색 가죽으로 제본된 브래태니카 백과사전 이었습니다.(아버지의 서재를 빌리지 않더라도, 나만의 브리태니카 사전을 가지게 되서 얼마나 좋았던지..). 이 사전을 구입한지, 돌이켜 보니 참으로 깜짝놀랄만큼, 오랜세월이 흘렀네요.(차링크로스 로드에 위치한 영국이 자랑하는 "포일스" 서점. 지금도 물론 그자리에 그대로 있을겁니다. 이 서점이야 말로 그 자체로 영국의 전통이자 역사이니까요)
오랜세월이 흐르다 보니, 가죽으로 제본된 겉표지들이 말라서, 귀퉁이가 먼지처럼 부스러지는 녀석들도 생겼더군요. 언제 날을 잡아서 가죽보호용 기름을 잔뜩 메겨줘야 겠습니다. 다이닝룸 코너에 자리잡고 있어, 필요 할 때 마다 꺼내 보곤 했었는데, 어느순간 필요한 정보는 모두 인터넷에서 손쉽게 찿아 볼 수 있게 된 이후 이 책들에게 눈길을 준 것 도 벌써 몇해는 훌쩍 지나버린 것 같네요.(인터넷의 위키피디아에 넘쳐나는 정보들은 결코 끝날 것 같지 않던 브래태니카의 영광을 순식간에 역사속 과거로 돌려 버리고 말았습니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모든것이 바뀌었고, 젊은세대들의 트랜드를 제대로 읽고 이해하기도 힘들어져 버린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지 그리 오랜시간이 지나지 않아 또 하나의 동시대적 아이콘이 이제 그 마지막 운명을 맞이하였다는 소식에 마음 한켠 묘한 아쉬움이 생겨납니다. 이제부터는 앞만 보고 달리며 한순간에 스러져 버리고 말 괜한 영광을 쫒으며 자신을 채찍질하였던 삶의 욕망에서 벗어나 지금까지 살아왔던 인생을 조용히 되돌아 보는 관조의 시간을 맞이할 준비를 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내려 놓을때는 아쉬움없이 과감하게 내려 놓아야...)
브래태니카에 대한 인터넷을 검색하다, 옛날 아버지의 서재에 무겁게 꽃혀있던 고동색 가죽제본의 에디숀 사진을 찿았습니다. 몇십년만에 이 책의 모습을 보게되니 마치 아버지를 다시 뵙는듯 무척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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