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imbing/등산·캠핑사진(Picture)

지리산의 스노우카슬 세석산장

Steven Kim 2011. 4. 27. 14:20

(다음 여행블로그에 올리며 다시 포스팅된 여행기 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지리산은 쉽게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28일 밤12시 동서울터미날에서 백무동으로 향하는 고속버스에 몸을실고 어둠을 헤쳐나가기 시작한지 3시간뒤, 어둠을 뚫고 질주하던 버스가 함양에 도착하더니, 미끄러운 도로사정상 더이상 진행이 불가능하다며 멈춰서버리는군요..ㅠㅠ..이 버스를 타고 지리산 백무동을 향하는 승객은 나를 포함 딱 2명. (다른 한분은 일출사진을 찍기위해 가시는 분이더군요)

 

빙판으로 변한 길때문에 내일도 운행여부를 장담할 수가 없다고 하네요 (에고, 그럼 아예 서울부터 표를 팔지 마시던가..ㅠㅠ). 백무동에 예비차를 대기위해 함양에서 출발하는 비정기 6시20분 첫버스의 운행여부를 6시경에 알려주겠다고 하는데, 벌벌떨면서 썰렁한 함양 버스터미날에서 3시간씩이나 기다릴 수 없어 터미날 근처에 있는 찜질방으로 발걸음을 돌려 언 몸을 잠시녹이다 꼬빡 잠이 들었나 싶었는데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벨소리 !! (다행히 첫 비정기 버스편이 예정대로 운행을 할거라고....후다닥 일어나 터미날로 뜀박질하다 미끄러 넘어질뻔...^^)

 

찜질방에서 함께 대기하던 출사여행을 온 다른 한분은 지리산에 폭설이 예상된다는 뉴스에 입산통제가 될 가능성이 클것같다며 지리산행을 포기하고 함양발 동서울행 6시30분 첫차로 다시 서울로 리턴하기로 결정을 하지만, 이왕지사 여기까지 온것 이판사판깽판 갈때까지 가보기로 하고 백무동으로 향하는 첫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차안에는 또다른 2명의 등산객이 미리 타고 있더군요. (이 두분은 어제 저녁 함양에 도착 찜질방에서 대기하다 이 첫차를 타신분들이었슴다)

 

새벽 인월 터미날. 기온이 급강하하여 소름이 끼칠정도로 찡하고 추었슴다

 

빙판길을 어렵사리 달려온 버스가 아직 어둠에 잠긴 인월터미날에 겨우 도착하더니, 아무래도 백무동까지 도저히 못갈것 같다고 또 멈췄습니다..ㅠㅠ..(에고고...)  

 

해가뜨고 빙판길이 풀리는 것을 봐서 인월에서 백무동까지 운행하는 현지 시외버스(완행버스)를 이용하는수밖에 없다고해서, 투덜투덜 터미날 난로가에 몸을 녹이고있는데, 여기저기 전화를 걸며 상황을 판단하던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가 마음을바꿔 지금 출발할테니 빨리 다시 타라고 하네요. 백무동까지 한번 가기 진짜루 힘들당..!!!!

 

버스의 제일 압좌석에 앉아서 찍은 사진. 백무동까지 가는길은 그야말로 완벽한 빙판길

 

우여곡절 끝에 인기척이 뚝 끊긴 눈덮힌 백무동에 도착한시간 07:40 AM. 서울을 출발한지 무려 7시간 40분만에 지리산 자락에 도착할 수 있었슴다.

 

문을연 식당이 없어, 여차하면 그냥 올라갈 생각으로 지리산 진입로쪽으로 가다보니, 마침 한군데 불이 켜진 식당이 보이네요(아래사진 불켜진곳). 이곳에서 따끈한 된장찌게로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지리에 들어설 준비를 했습니다. (이때 먹었던 아침 된장찌게, 덕분에 오늘 산행기를 제대로 쓸 수 있게된 사연은 뒤에 나옵니당..^^)

 

새벽녃 온통 눈으로 뒤덮힌 한신계곡으로 통하는 백무동 지리산 입구

 

간간이 흰눈이 흩날리고, 이번주 내내 지리산에 폭설이 예보되어있어 등산이 통제될까봐 내심 걱정이 되었지만 태연한척 여유를 부리며 들머리 관리사무소에 주소와 비상연락처를 적고 입산신고. 한신계곡을 통한 세석대피소로 오르는 길은 눈이많이 쌓여있어 입산통제중이지만 장터목 대피소길은 열려있다네요.(여기까지 함께 온 다른 2분은 장터목 등로로 오르기로 결정)

 

세석대피소에 예약이 되어있어 무리가 되더라도 백무동 한신계곡길로 오르겠다고 고집을 폈더니, 공단직원이 세석대피소로 전화를 걸어 한신계곡 등로로 올려보내도 되겠냐고 확인을 하더군요. 세석쪽에서 장비가 제대로 된 등산객인지를 되묻는듯, 답변하는 관리공단 직원의 답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에베레스트 급 입니다"..(ㅎㅎ..장비만..)

 

100 리터 대형 비박배낭을 메고 깐깐하게 짜려입은 모습은 내가봐도 에베레스트급 일듯..^^..

 

세석대피소 등로의 경사도 심한 너덜지대가 위험해 장터목쪽으로 가는것이 좋겠지만, 잘 판단해서 결정하라며 통행을 허가 합니다 (오전 8시30분 백무동 들머리에서 등산시작). 백무동계곡에서 세석산장까지는 도상거리 6.5km 입니다. 등산로에는 사람인기척은 커녕 동물의 발자국조차 없는 눈 밟히는 소리만 들리는 적막뿐. 기내소폭포를 통과하고 오층폭포를 지나 세석산장까지 1.8jm가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올때까지는 정말 룰루랄라 휘파람불며, 군데군데 사진도 찍어가며 지리가 마치 내세상인양 여유만만. Thanks God, for let me be here !!!

 

얼마쯤 올랐을까, 앞쪽에서 인기척이 나던가싶더니 3명의 하산 등산객이 갑작이 모습을 보여 좀 깜짝 놀랐슴다. 이분들중 한분이 본인을 알아보더군요. 본인의 블로그를 읽고 계시다고..이분과 기념사진 촬영을하였습니다. 이때 만난 이 세분들 이글을 읽게되면 꼭 댓글 남겨주세요..^^ 그냥 재미삼아서 시작하였던 블로그인데 이젠 제법 여기저기서 알아보는 분들도 있어 참 신기하기도 합니다..^^

 

(아래사진은 당시 눈덮힌 등로에서 블로그를 통해 본인을 알아본 멋진 등산객과의 반가운 만남이 기록된 사진 입니다. 이분과 함께 내려오시던 친구분이 찍으셨더군요. 사진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때 하산하던 바로 이 3명의 등산객 덕분에, 그리고 아침 백무동에서 별 생각없이 든든하게 배를 채운 아침 된장찌게 덕분에, 체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간신히 세석대피소에 도착할 수 있게 될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채 콧노래 부르며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세삭대피소쪽 등산로로 들어서며 만난 첫 이정표. 오늘의 등산은 사실 오랫동안 계획했던 겨울산장에서 몇일을 지내보는 로망을 실행에 옮기는 겁니다.

 

2010년을 마감하고 2011년을 맞이하며, 쫒기듯 살아온 라이프사이클에서 벗어나 여유로움과 느긋함(Calm & Relax)을 느끼며, 눈의 나라 "설국(Snow Land)"을 찿아가 그곳에서 조용히 새로운 인생목표를 생각해보며 식지않는 열정과 에너지를 재충전하기 위해..^^

 

겨울산속은 역시 코끝이 찡할 정도로 매섭네요. 

지리산 계곡 곳곳에 도심에서는 이제 구경할 수 없는 커다란 고드름이 사방천지에 널려 있습니다.

 

세석대피소까지 가는 최단코스라고 판단해 이길로 들어섰는데,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인고의 등산을 하게 될 줄 정말 몰랐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세석산장까지가 오르는 최단코스는 등반 일직선거리 6km의 "거림등로" 더군요)

 

쉬엄쉬엄가더라도 4시간이면 세석산장에 도착할거란 사전정보만 믿고, 커다란 비박배낭에 달랑 미니 4발 아이젠만으로 널럴하게 출발했는데, 가다보니 오메 이거시 고거시 아니넹 !!!....고도가 높아질수록 눈이 깊어지며 아무도 오르지않은 발목위까지 눈으로 덮힌 경사도 심한 등로를 헤쳐나가기가 만만칠 않슴다(이때쯤 6발 아이젠이 간절히 아쉽더군요).

 

비박장비까지를 챙겨 팩킹한 무거운 100리터 배낭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부담으로 느껴집니다.

 

세석대피소에서 아침일찍 하산하던 3명의 등산객이 만들어 놓은 발자욱 덕분에 그나마 길 찿느라 "아르바이트" 하지 않고 (산에 다니는 사람들은 길을 잃고 헤메는 과정을 "알바"한다고들 합니다..^^) 체력을 아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 

 

만약 일기예보처럼 이날 폭설이 내리고 바람이 불어, 발자욱 마저 없어져버렸더라면 과연 제대로 세석산장까지 무사히 갈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네요..^^ (그리고, 만약 버스가 함양에서 멈추지않고 백무동까지 들어와 깜깜한 새벽4시에 밥도 않먹고 등산을 시작 했다면..??...에고머니나,등골이 오싹해지네용..^^..하느님, 이 한몸 버리지않고 늘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꽁꽁 얼어붙은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여러군데 놓아져 있더군요. 모든 계곡물이 다 얼어붙었는데 유난스럽게 등근 원으로 얼지않고 구멍이 뚤린듯 계속 물이 흐르는 곳이 보여 신기합니다.

 

 

겨울산의 무서움을 잘아는 경험이 많은분들은 항상 이야기 합니다. 겨울산에서는 절대 자신의 체력을 과신하면 않된다고...아주 딱 맞는 말임다.  (출발하기전 고운선생님께서도 겨울산에서는 무슨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채비를 단단히 하라고 일러주신거 백무동 등로에서 눈길을 뚫고나아가며 힘들다 싶었던 순간마다 되내이며 각오로 다졌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백무동 계곡에서 세석대피소로 이어지는 등산코스, 최단거리인줄 알았던 이 코스가 눈쌓인 겨울산행시 가장 힘든 난코스중 하나로 왠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있다는 것을 기진맥진 체력의 한계점에 다달은채 세석산장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알았네요. 

 

6.5킬로 구간중 이제 거의 다왔다 싶었던 1.8km지점부터 오메 이거서 뭐당가 ???

힘든 경사로가 시작되며 눈은 발목높이를 휠씬너머 무릎팍 근처까지 빠지는 급경사 암반지대가 연속으로 나타나 끝없이 이어지며, 슬슬 사람살려(Help Me, Please) 상황이 시작 !!

 

지난번 아이젠에 대한 포스팅을 하면서 대한민국에서는 12발짜리 전문 크램폰이 필요한 등산코스는 없다고 단언하였었는데, 알지도 못하고 까분거 반성합니다. 동계 폭설에 뒤덮힌 백무동 세석간 등로는 크램폰 사용이 꼭 필요한 믹스클라이밍코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하네요.(만약 크램폰만 가져왔었더라면 휠씬 덜 힘들게 오를 수 있었을것이 확실)

 

죽을똥살똥하면서 0,7km가 남았다는 이정표가 보이는 지점까지 겨우 도착. 에고 이제 다왔구나...싶었는데...왠걸...

 

여기서부터 이번 등산의 제대로 된 난코스가 다시 시작.

(무거운 배낭 짊어지고 미끄러지고 엎어지며 오르고 또 올라도 도무지 끝이 보이질않는 절망감..ㅠㅠ...실제로 700미터를 남겨놓은 구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였슴다..)

 

눈에 덮힌 백무동 끝구간 코스는 일반등로라기 보다, 암반과 얼음으로 뒤덮힌 믹스크라이밍 코스라고 해야 할 정도네요.(백무동으로 출발하기전 사전에 이런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면 좀 더 등로에 맞는 등산 준비를 했을텐데..ㅠㅠ..혹시나 겨울철 백무동 세석산장 코스를 등산하려고 작정한 분들이 계시면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 주능선으로 오르는 동안 경사가 심하고 너덜지대가 험해 지리산을 잘아는 왠만한 사람들은 동계에는 백무동 세석코스는 피한다고 하는군요. 왜 공단직원이 들머리 입구에서 세석대피소로 향하는 등로의 통행을 제지했었는지 비로서 이해가 됬슴다..^^..(에고 공단아찌, 끝까지 좀 말려주징 !!!...장비가 에베레스트급인데 설마 100리터 비박배낭매고 미니4발 아이젠차고 오를줄은 몰랐겄징..^^..)

 

세석산장에 도착한 시간 오후 4시. 백무동을 출발한지 무려 7시간30분동안 어깨을 내리누르고 허리를 끊어버릴듯한 무거운 비박배낭을 짊어지고, 홀홀단신 나홀로 눈길을 뚫으며 전진하는 사투를 벌인겁니다. (힘이 쪽빠진 상태에서 100리터 배낭을 내려놓았다가 다른사람 도움없이 다시 둘러메는거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뼈저리게 다시한번 절감합니다) 

 

대피소에 도착하자마자, 게토레이 한병과 물 한통을 사 단숨에 벌컥벌컥 들이키고 중앙홀에 그대로 뻣어버릴만큼 체력이 고갈된 상태. (완벽한 방수와 방한을 제공한 익스트림 글로브와 방한효과가 확실하였던 보온방한화 덕분에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견딜 수 있었던 것 같네요, 힘들어 죽을것 같은데, 만약 손까지 시럽고 발이 깨질듯 시러워 고통스러웠다면 저체온증의 위험에서 안전하지 못했을듯...겨울등산시 제대로된 장비의 선택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달랑 미니 4발 아이젠 대신 제대로 된 크램폰이나, 하다못해 6발 아이젠이라도 착용했더라면 훨 덜 힘들었을겁니다.)

 

....

....

 

힘들게 올랐지만, 막상 올라보니 눈앞에 펼쳐진 눈덮힌 세석평전의 모습은 참으로 황홀할 정도 입니다. 

 

이곳은 지금까지 알아왔던 풍경과는 또다른 별천지, 새로운 또다른 세상이 그곳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고, 영화의 한장면처럼 짠!!! 하고 눈앞에 나타난겁니다. The Shangrila covered with Snow !!! (눈덮힌 샹그릴라)

 

 

 

취사장에서 저녁을 해먹던중 옆에서 식사를 하던(역시 백무동 한신계곡 코스를 타고 오르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는), 젊은 커플 등산객과 이야기를 나누게 됬슴다. 인상좋은 남학생이 권하는 힘들게 가져온 귀한 맥주를 안면몰수하고 덥석덥석 받아마신 덕분에 세석산장에서의 첫날밤, 저녁 7시부터 부터 세상에서 제일 편했던 곤한 잠에 빠져들수 있습니다..^^

 

 

가져간 햇반은 녹 녹인물로 끓여 먹었습니다. 높은 세석고지에 쌓인 백설이라 눈 녹인물도 아주 깨끗하군요 (수틀리면 확 마셔버리고 싶을만큼...^^..). 코펠에 가득담은 눈 3번 떠서 녹이면 대략 0.7-0.8 리터의 물이 나오는 듯 하네요.

 

 

새벽녃 눈이 떠졌습니다. 자고있는 다른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않도록 조용히 일어나 세석산장 밖으로 나가보았습니다. 강추위속 눈보라가 심하게 휘날리는 새벽어둠(트와일라이트 존)속 세석 대피소의 모습은 꿈꿔오던 상상속의 바로 그 장면이네요..^^

 

소설속의 우더링하이츠(Wuthering Heights; 바람 울부짓는 폭풍의 언덕)가 바로 여기입니다. 눈보라속 밤새 어마어마하게 내린눈이 무릅까지 빠질 만큼 깊게 쌓여있고, 어디선가 사랑에 목마른 말탄 "히스클리프"의 유령이 나타날 것 만 같습니다. (바로 이날부터 지리산은 전면 입산통제가 실시되었고, 서울로 돌아와 이글을 쓰고있는 지금까지 입산통제는 해제되지않았다고 하는군요)

 

정말정말 많은 눈이 내리고, 정말정말 깊게 쌓여만 갑니다. The Snow Land 눈의 나라 !!!

 

어린시절 상상의 나래를 달아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과 에밀리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 바로 이곳에 거짓말처럼 실존하고 있네요.

 

입산통제로 그야말로 인기척이 뚝 끊겨버린 지리산 꼭대기의 세석산장. 

 

끝없이 내리는 눈이 그치길 기다리며 이곳에 갇힌 몇명의 등산객들만 있을뿐 그야말로 완벽하게 텅빈 눈의 성(스노우캐슬) 세석산장을 단돈 7000원에 독채로 렌탈한것과 마찬가지 상황..^^.. 이틀동안 눈속에 고립된채 이곳에서 우연히 함께 시간을 보낸 "세석산장에서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과 "눈속에 고립된 산장에서의 특별한 파티" 생각에 지금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내요..^^

 

처음부터, 산행보다는 한곳에서 머물며 지리산의 로망을 즐기려고 세석대피소에만 2박을 예약하였던 상태이기 때문에 눈속에 고립되어져 가는 긴박한 상황을 오히려 응큼하게(??) 즐기며, 남들이 걱정을 하던말던 속으로는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쾌재를 부르며 즐겼던 사람은 아마도 나혼자뿐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눈아, 올려면 아주 지대루 좀 와라 했는데, 진짜루 제대루 오네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많이 내리는 눈은 처음 봅니다.

 

지리산의 추위는 모든것을 꽁꽁 얼게붙게 만듭니다. 3 리터 물백의 물이 식수대에서 걸어올라오는 잠깐사이에 얼음 알갱이로 얼어버릴 정도. 혹한의 추위를 경험하기위해 구지 시베리아나 알라스카까지 갈 필요없슴다. 지리산에 가면 됨다..^^

 

눈보라 휘날리며 메새운 강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지리산 꼭대기 세석평전. 발란드레 베링500 우모복과 오래전 독일 블랙포레스트(슈바르츠발트)지방에서 구입한 두꺼운 모피털모자가(왼쪽사진) 제대로 제기능을 발휘하네요.구입후 처음사용해보는 두툼한 모피털모자의 보온효과가 아주 짱입니다. 모피 털모자를 쓴것과 쓰지않은 것의 차이가 진짜루 하늘과 땅이네요. (아항 !! 그래서 시베리아 사람들이 죄다들 모피털모자 쓰고 있구낭..!!..뭘, 시베리아 사람까정 들먹엿 !! 겨울철 털모자 쓰신 군밤장수 아저씨들 보면되짓 !!!..^^) 

 

자켓과 오버트라우저 1 세트로 구성된 마무트 익스트림 로체 등산복의 기능이 극한상황에서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는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자켓 안쪽에 달린 스노우플립이 도대체 무슨 역활을 하나 싶었는데 눈속에서 막 뒹굴어도 자켓안쪽으로 눈이 들이치지 않게하여주는 기특한 장치로군요. 오버트라우저에 build-in 되어있는 gaitor는 허벅지까지 쑥쑥 빠지는 눈속을 걸어도 등산화 안쪽으로 눈이 들이치는 것을 완벽하게 막아줍니다. 자켓 칼라양쪽에 커다랗게 달린 천쪼가리는 윈도우 커튼 윈도우커튼(Window Curtain)으로 세찬강풍이 불때마다 저절로 세워지며(왼쪽사진 참조) 얼굴쪽으로 몰아치는 바람을 막아주는데 진짜루 효과적이네요.

 

세석대피소에 머문 이틀 동안 눈은 그침없이 계속 내렸습니다.

 

일반등로에 무릅높이까지 쌓인 세석의 눈 인증샷. 좀 움푹꺼진곳에는 거의 엉덩이까지 빠집니다

 

이처럼 모든곳이 완벽하게 새하얀 눈에 덮힌 모습을 보는것은 4-5년전 "노이슈반슈타인"으로 가는 기차에서 보여지던 독일 퓌센지방 풍경이후 처음인듯 하네요.

 

 

세석산장에 머물었던 2일째, 전면입산통제로 인기척이 완전히 끊겨버린 촛대봉까지 작정하고 나홀로 러셀링을 하며 올라도 보았습니다.

 

전체 지리산을 통틀어 지금 이순간 지리산 봉우리에 서있는 사람은 아마도 내가 유일무이 할 듯..^^

 

스노우캐슬로 변한 세석대피소의 모습을 추위에 밧데리가 나가버리기 직전 똑딱이 카메라로 찍었는데, 달력사진으로만 보던 눈속에 파묻힌 겨울산장의 모습이 내눈앞에 펼쳐져 보이는 겁니다. 지금 이글을 쓰고있는 순간에도 이 사진을 보면 당시의 감격이 새삼 느껴지며 심장이 떨릴정도로 환상스러웠던 광경 !!!

 

그동안 늘상 꿈꾸던, 겨울산장에서의 로망..이곳에서 보낸 2010년 년말 2박3일간의 산장생활이 정말 꿈만 같네요..^^ What a Wondeful Time & What a wonderful World !!!

 

 

세석산장에서 150여미터 밑에 위치한 식수대까지 걸어가는동안에도 무릅넘어까지 빠지는 눈길을 헤쳐나가며 나홀로 나만의 세계에 빠진듯한 착각에 사로잡힙니다..^^..(물뜨러 가는일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무릅까지 푹푹빠지는 눈속을 헤치며, 목적지를 향해 등로를 개척해야 하는 강제적 러셀링이라면 정말 힘들기 짝이 없는 고역이겠지만, 스노우 캐슬로 화려하게 변신한 따뜻한 산장에 푹신푹신한 에어메트리스 깔아놓고 먹을것 잔뜩 쌓아놓은채 2박3일 동안 푹쉬며 널럴하게 세석평전의 눈폭탄을 음미하는 중이라 눈이 쌓이고 또쌓이는게 그저 띵호아 !!! 좋기만 하네요..^^.  방수자켓과 방수오버트라우저로 완벽한 스노우워킹을 대비한터라 눈속으로 더 깊숙히 빠지면 빠질수록 더 좋슴당..^^ 

 

식수대도 모두 눈에 덮혀있었지만, 한줄기 식수는 얼지않고 계속 생명의 물을 흘려보내주고 있습니다.

 

올겨울이 가기전 제대로 장비를 갗춰 다시한번 백무동 세석대피소 등로에 도전해보고 싶단 생각이 간절해지며, 이번 지리산 등산을 통해 몇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어짜피 야영하지 않고 산장에 머물거면 구지 커다란 비박배낭을 메지말고, 간단한 준비물만 챙긴 가급적 가볍게 올라갈 생각일 하는것이 좋을것 같고, 방수와 방한기능이 좋은 네팔에보 고산등산화에 아이스바일이나 픽켈을 챙기고, 가능하면 크램폰을 착용하고, 적어도 6발 아이젠은 사용해야 좀 덜 힘들게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데...글세요..^^

 

1. 겨울철 폭설시 일반등산객은 백무동 세석간 등로는 피할것

2. 지리산 눈산행시 크램폰을 휴대할것 (적어도 6발의 아이젠은 필수. 빙벽용으로만 사용하는 비싼 크램폰도 써먹을겸...)

3. 산장을 이용할 경우 가급적 배낭의 무게를 줄일것(햇반과 라면도 대피소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4. 겨울산에서는 자신의 체력을 과신하지 말것(겨울산행은 3계절 산행과는 전혀 다릅니다)

5. 완벽한 방수장갑과 방수등산화는 필수(대충 보온장갑으로는 어림반푼어치 택도 없슴다)

 

이번 세석산장에는 총 5팀(13명)이 발이 묵힌채 대피소에서 이틀간 같이 지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서울에서 온 선화네 가족팀(5명), 광주곰이라고 소개하신 화통하신 부부와 친구분들로 이뤄진 광주팀(4명. 이분이 하도 먹을것을 많이 건네주셔서 "구세주"라는 아이디로 불러드렸슴다..ㅎㅎ..), 호젓히 데이트를 즐기던 커플팀(2명), 졸지에 지리산 노숙자로 불린 배가본드 여행자 아저씨 한분, 본인 1명 이렇게 총 13명이 세석산장에 고립되어 한팀으로 똘똘 뭉쳐 함께 움직였습니다.

 

(입산통제가 전면실시된 그날 밤 구조됬던 커플팀은 너무나 피곤하였던지 다른팀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다음날 따로 하산하여 "13명의 세석에서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에 포함시키지 않았네요..^^)

 

기회가 되면 매년 년말 같은날 이분들을 다시 세석대피소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인연으로 발전시켜나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슴다.

 

백무동에서 세석으로 오르는 길목에서 인증샷 

 

세석대피소에서 세석평전을 배경으로 기록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