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사이클 보호복/모토사이클 이야기

새해 첫 룬 라이딩

Steven Kim 2009. 1. 4. 08:18

지하 주차장에서 잠자고 있는 룬의 심장을 오랫만에 깨워봅니다. 모토바이크 카버를 벗기자 아름다운 자태를 들어내는 룬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참 특별하기가 짝이 없네요. 일본의 한정판 생산품에 대한 집착적 선호와 크루저 모토사이클의 종갓집인 미국의 기술력과 디자인하우스의 절묘한 조화로 탄생한 Special Edition 모토사이클의 포스가 매번 전율적으로 느껴집니다.(이젠 그만 느낄법도 한데....)   

 

"그르릉 그르르르르르르릉..그광그가광..우당우당당다당당..그르르릉...."

 

 

 

 

오리지날 사운드와는 완전 180도 달라진 룬의 머플러모디 배기음이 들으면 들을수록 좋습니다. 할리데이비슨식 너무나 커다란 배기음은 "나에게는 즐거운 소리지만 남에게는 소음일 수 있다"는 생각때문에 별반 선호하지 않았었는데, 적당히 볼룸이 높아지고 톤은 낮으면서도 데시벨의 총량이 증가한 룬의 모디배기음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그야말로 "용이 코고는 소리" 입니다.

 

스쳐지나가는 퀵서비스아저찌들로 부터  "소리 쥑인다"라는 코멘트를 수없이 듣고 있는중 입니다. 

(할리매니아들이 왜들 그리 배기음에 미치고 환장하는지 쪼금은 알 수 있을듯...)

 

모처럼 날씨가 포근해서 최대한 멋내고 타기 모드로 라이딩을 하였습니다. 딱 달라붙는 다이네제 몬로우 라이딩팬츠에 오래되었지만 심플하면서도 모던한 느낌의 시디 라이딩부츠를 바쳐신고, 상체는 보온을 위해 BMW의 라이딩 내의를 베이스로 하여 몽벨의 UL 거위털 인너를 입고 그 위에다 스페인의 "바이커스"에서 출시한 방풍 라이딩 스웨터로 마무리. (원래 등산용인 몽벨의 거위털 초경량 인너는 얇고 가볍고 보온력이 우수해서 겨울철 라이딩용으로도 사용하는데 무척 좋습니다.)

 

그리고 겉옷은 겨울에는 잘 입지않는 베이트의 복고풍 라이딩 가죽자켓을 입고, 헬멧은 특별한 느낌이 강한 다이네제의 풀페이스로 셋업. (와 내가 봐도 멋지네 !!!!! )

 

기축년 새해의 라이딩을 시작 합니다. 대학로를 거쳐 동대문마켓을 통과, 예술의 전당을 거쳐 하얏트 남산길을 상큼하게 주행. 이태원을 거쳐 광화문에서 유턴 서울역 찍고 종로를 거쳐 집으로 귀가하는 시내루트와 양평가도를 신나게 달리는 교외루트를 골랐습니다.  

  

 

오랫만에 이태원에 들린김에 바이크 악세사리점인 Jangs을 들려 지난번 황학동에서 5000원에 구입한 가죽모자에 붙일 엠블렘을 두개 고르고 근처의 멕슬러(구 코리아나)에 오랫만에 들려 보았습니다. 매번 주장하는 것 이지만 바이크 라이딩기어는 이것저것 싸구려 제품을 여러개 구입하는것 보다는 좀 비싸긴 하더라도 아예 한벌 품질이 좋은것으로 구입하여 애정을 가지고 오랫동안 아끼며 사용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싼 맛에 싸구려 제품 이것저것 사다보면 별반 쓰지도 않고 모아놓고는 그냥 먼지만 쌓이게 됩니다.

 

저럼한듯 싶은 가죽자켓을 구입하여 사용하여보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가죽이 터지면서 너덜거려져 사용이 불가능하게 되더만요. 그 보다 휠씬 오래전에 구입하여 수없이 사용한 이태리 스파이크의 드롬 가죽자켓은 여전히 새옷같은 태깔를 잃지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태리산 라이딩 전용 가죽 자켓들은 참 기특하게도 방수가 칼 같이 됩니다. 가죽에 아마도 방수처리를 한듯...)

 

괜한 브랜드 이름값으로 로얄티 지불하듯 눈땡이 가격을 지불하고 구매하는것은 이해가 되지않는 바보스러운 구매행태이지만 잘 만든 질좋은 제품에 그만한 프레미엄을 지불하는 것은 프로슈머로서 당연합니다. 질좋고 잘만든 제품을 싸게 잘 사는 Professional Consumer(프로슈머)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제조자들은 괜한 브랜드 이름알리기위해 수벡억씩 광고비에 쏟아붓고는 마켓팅비용을 소비자에게 눈땡이 씌우기 보다는 하나라도 좋은 원자재확보와 한땀이라도 정확하게 바느질한 제품을 만들어 그 제조정성에 대한 가격을 소비자와 함께 나누게 됩니다.

 

찍찍이 힘이 다해서 저절로 풀어지는 다이네제 등보호대의 찍찍이를 교체할 벨크로를 한묶음 구입 하기위해 동대문 시장에 잠깐 정차 하였습니다.

 

이때 드디어 사건 발생 !!!!!!!

 

한무리의 쏼라쏼라 중국여행객들 중 한명의 수줍은 아가씨가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중국식 영어로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서 오케이 해서 사진을 한판 같이 찍었다 싶었는데....우따메.....

 

어디서 나타났는지 관광버스 5대 정도에 타고왔을만큼 많은 쏼라쏼라 중국사람들이 때거지로 몰려와 룬과 나를 둘러싸고 연방 기념사진을 찍어댑니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자동차들도 무슨일이 났나싶어 서서 다 쳐다보고,심지어 교통경찰까지 슬그머니 와서 뭔일인가 살펴봅니다.(옛날 골드윙 탈때도 한번 이런적이 있었는데..)

 

암튼 표정관리하느라 혼났습니다.(에구...주윤발처럼 썬그라스 쓰고있을껄...ㅠㅠ)

 

한참 사진찍고 난리치는 중국인들을 겨우 겨우 진정시키고 출발을 위해 엔진시동을 걸었습니다.

그르르르르릉..우당당다다당당....

"우아 !!!! 쏼라쏼라쏼라"

 

(중국어로도 "우아 !!! 소리끝내준다"라는 말이 " 우아 !!!  셩(한자로 음'성'자) 우짜고저짜고...쏼라쏼라" 라고 하는데..."우아!!!" 라는 감탄사는 한국어나 중국어나 똑 갔더만요...ㅎㅎㅎ)

 

본인의 블로그를 방문하는 룬 라이더들도 몇분 계신데요, 같은 생각일지는 모르지만 오늘 라이딩하면서 다시한번 느껴는것은 희안하게 룬은 다른기종의 바이크들과 섞이지않고 혼자있을때가 훨썬 더 멋진듯합니다.대부분의 다른 모토바이크들은 다른 모토바이크들과 그룹으로 함께 있으면 더 멋있어보이며 존재감이 배가 되는데 반해, 정말 희안하게도 룬은 나홀로있을때의 존재감이 더욱 남다릅니다. (룬 끼리만 쫙 한꺼번에 있는 모습은 아직 한번도 보질 못해서 어떨지 모르겠지만...)

 

혼자 있어야만 훨씬 더 독특한맛이 살아나는 이유는 왜 일까요 ??? (잘생긴사람이 못생긴 사람들 함께 있으면 더 튀는 법인데..거참 이상타..????..)

 

왠종일 라이딩을 하고 귀가하여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그고 있다보니 졸음이 살짝 오면서 기분이 삼삼합니다. 멋지게 차려입고 교통질서 보란듯 팍팍지키고 쌩쇼하지않고 차분히 라이딩하는 라이더가 많아질수록 우리나라의 모토사이클은 죄다 폭주족이라는 부정적 견해가 점차 바뀌어져 모토사이클은 멋진취미생활이며 스포츠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정착될 것 이라고 확신하면서....

 

오늘의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모토사이클 바르게타기 홍보대사의 역활에 만족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