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에서 저녁약속이 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갈까하다, 약속시간도 빠듯하고 약속한 분 배웅도 해야할 것 같아 내키지는 않지만 차를 끌고 나갔습니다. (지는 진짜루 교통지옥인 서울시내에서 나홀로 차 끌고 댕기는 것을 '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임다. 나홀로 자가용 끌고 다니는 사람들의 반 정도만 이라도 스쿠터나 모토사이클, 아님 자전거를 타고 다니게되면 서울은 깜짝놀랄정도로 지금보다 훨 살기 편할 겁니다. )
인사동에는 차를 끌고갈때마다 차를 주차하기위해 봐둔 주차장이 있는데, 매번 갈때마다 그 주차장으로 가는 골목을 헷갈려서 헤메이곤합니다 어제도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나이 먹어서 그런가..???)
여긴가...??? 저긴가...????
역시 이곳 지리에 어두운듯 주저주저하며 앞서가는 에쿠스차량을 따라 슬금슬금 골목으로 들어섰는데, 사람들이 잔뜩 걸어다니고있는 인사동 큰길까지 가는동안에도 주차장이 보이질 않습니다. 에고 잘못 들어왔구나...(차를 뒤로 돌릴수도 없는상황)
골목길을 따라 들어선 인사동길까지 차량통행금지표지가 없었습니다. 통상 자동차통행금지 구역에 설치되어있는 차량통행방지 바리케이드도 설치되어있지 않았고, 이 골목길이 한번 들어서면 차를 돌릴수 있는 여유가 없는 좁은 일방통행길이었으며, 마침 골목길의 끝지점 길바닥에는 좌회전표시가 끔지막하게 그려져 있어서 어짜피 잘못 들어온 차량들이 혹시나 뒤로 빠꾸하려고 하다 혼잡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안전하게 차량통행길로 안내하는 구나 싶었습니다.
(일요일에는 인사동은 차량통행금지인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마도 이 일방통행 골목길로 잘못 들어선 차량때문에 어차피 짦은 구간이라서 구간 차량통행이 가능한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차를 살살 몰고가는데 일요일 이라서 그런지 진짜루 인사동길에는 사람들이 무척 많더군요.)
그런데, 갑자기 앞서가던 에쿠스를 지나가던 사람이 내립다 걷어차는 것이 보였습니다. 엥 ????
차량통행이 금지되어있는 인사동 골목을 안기부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시꺼먼 두대의 승용차가 보란듯 지나가는것을 보니 지나치던 사람이 화가나서 내립다 발길질로 앞차인 에쿠스를 걷어차 버린겁니다. (만약 내가 앞섰더라면 내 차가 걷어채일뻔...)
앞차의 문이 열리더니 덩치가 떡대만하고 인상이 꼬장꼬장한 만만치 않은 중년의 남자가 씩씩거리며 내리더군요. 그를 따라서 부인인듯싶은 아줌마도 따라내리고....그리곤 내립다 발길질한 사람들과 시비가 붙었습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바로 멱살잡이가 시작되더군요.
바로 뒤에 있던 나는 어리둥절.....
마침 인사동에는 수없이 많은 외국인들이 있었고 마치 K-1 격투기를 보는것처럼 빙 둘러싸 재미있다는듯 싸움구경을 하더군요. 실실 웃으며 구경하는 노랑머리 걸(Girl)도 있고.....구경꾼들 숫자가 점점 많아지기 시작하고, 일본단체관광객들인듯 한 사람들중 어떤X은 재미있다는식으로 디지탈카메라 셔타를 누르고....(이구..이거시 무슨 챙피람...)
두사람이 격렬허게 멱살잡이를 하면서 싸우는데 빙 둘러서 구경하는 사람중 말리는 사람이 한명도 없습니다. 피차간 욕짓거리...
"이런 신발들 통행금지구역에 어딜 기어들어와 !!!!!"
"야 신발아, 그렇타고 차를 내립다 걷어차면 어떻혀 !!!!!"
앞차가 막혀있으니 차를 빼 더 이상 나갈수도 없고...완전 낭패....주변 구경꾼들이 차안에 앉아있는 나도 쳐다봅니다.(앞차인 에쿠스와 뒷차인 내가 같은 일행으로 보이는 상황...)
어떡하든 아저씨를 진정시켜 앞차를 빼도록 설득을 하여야 이 곤란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데, 와이샤쓰가 거의 찢어질 정도로 두사람이 심하게 엉켜있고 아줌마와 또다른 청년도 드잡이 일보직전....
(이판에 '아저씨들 싸움은 좀 이따 제대로 하고 차를 좀 빼주시죠' 라고 이야기 했다간 내가 한대 터질것 같고...)
시시비비가 끝날것 같지않고, 더이상 기다릴 수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싸움에 끼어 들었습니다.(내가 싸움 말리느데는 프로페셔날 임다). 외국사람들도 많은데 이러지 말고 감정을 삮히고 이야기부터 하시는 것이 어떠냐고 말하고, 눈치를 봐서 내가 지금 중요한 약속시간에 늦어서 그러니 차 좀 빼주셔요 라고 눈물을 살짝 비추며(??) 요청 하였습니다. (근데요.....정말 신기하게도 주변에서 싸움을 말리는 사람이 한명도 없슴다)
아줌마가 잠깐 고함을 멈추고 키를 꺼내더니 차를 빼주러 갑니다. 잘됬다싶어 나도 얼른 따라가는데....
뒷통수에서 들리는 소리
"껌정색 큰차 타고 다니는 XXX들치고 제대로 된 놈들 하나 못봤네....차량통행금지 구역을 지멋대로 들어오고...X같은 XXX들" (에고야....졸지에 나도 개념없는 한패로 몰리고 마는구나..ㅠㅠ..)
진짜루 차량통행금지 구역인지 모르고 들어왔는데....에구....나는 욕먹을 짓꺼리 대놓고하는 XXX당같은 철면피도 아닌데...에고....내차는 껌정색이고 좀 떡대를 부풀리긴 했지만 고급차도 아닌데....에고고고.....
살곰히 드는생각....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제는 절망과 분노가 가득한 사람들이 몰려사는 회색도시 서울....
승용차가 어쩌다보니 길을 잘못들었구나 싶기보다는,
(큰차 타고다니는) 기득권층은 통행금지구역이고 나발이고
지멋대로 들이대는 죄다 뻔뻔한놈들과 동일시 해버리는
(큰차 타고다니는)가진자들에 대한 증오와 반감이 정말 심해졌구나...
(얼마나 미웠으면 지나가는 차를 내립다 발로 차 버렸을까 ???....사람들 잔뜩한 길을 자동차가 들어섰으니....에고...)
.......
.......
(박탈감을 느끼는 서민들의 고단함이 서서히 증오로 바뀌고...정말 폭동나는것 아냐 ?????)
왜 그길에 차량통행방지 바리케이드가 없었는지 ?? 또 다른 나같은 어리버리한 차량에게 똑같은 일이 일어나면 않될듯 싶어 처음 잘못 들어섰던 골목길로 다시 가 보았습니다.
근데요...
저만큼 골목모퉁이에 차량통행금지 바리케이드가 치워져 있는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어떤 영리한 운전자가 차량통행금지방책을 골목길에다 숨겨 놓은 걸까요 ???
멋모르는 차량들이 멋모르고 들어서면 어떻하라고....
허기사, 고철값 오르니까 길거리 맨홀뚜껑 빼다가 팔아먹는 놈들도 있으니.....
(깜깜한 밤중에 사람이 지나가다 맨홀에 빠지면 어떻할라꼬...)
(요즘은 고철값 떨어져서 맨홀뚜껑 빼가는X 없어서 정말 다행...휴.....)
......
......
못가진자는 가진자들의 '지 좋으면 아무데다 들이대는' 뻔뻔함을,
가진자는 못가진자들의 '푼돈 몇만원 땜시 맨홀뚜껑까지 빼내가는' 뻔뻔함을
끝없이 증오하는 악순환....
어떻하면
가진자는 못가진자와 함께 나눌려고 하고
못가진자는 가진자들의 배려심에 감사하는
모두 착한 마음씨들로 바꿀수 있을까 ???
(내생애 중 이런날이 우리나라에는 오지않을것 같은데....)
중산층이 차츰차츰 많아져서 중산층이 탄탄하여지면 현재의 (가진자는 가진자 대로, 못가진자는 못가진자 대로) 너죽고 나살자 스타일의 악바리식 삶의 방식이 많이 느긋하게 바뀔듯 한데....글쎄요.
(중산층이 탄탄해지면 호화요트 사고, 수퍼카 사고, 수퍼 모토사이클 타고댕기고, 각국에 애인두고 맨날저녁 샴페인 마시고 사는 진짜루 영화에서 나오는 럭셔리한 삶을 모든 국민이 삶의 목표로 설정하고 죽어라 꿈을 이루기위해 악바리처럼 살아가지 않습니다. 럭셔리하게 살진 못하지만 나름대로 가족이 화평하고 자기가 하고싶은일 하면서 죽을때까지 풍족하지는 않지만 인생의 여유로움을 즐기는 맛 과 멋 때문에 구지 부자되라고 해도 매일 매일 소시알 스테이터스(Social Status)를 유지하기 위해 잔머리 돌려야 하는 골치아픈 부자되기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아집니다....이거 진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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