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25일 화이트 크리스마스(올 겨울 다섯번째 눈)

24일 제법 쌓였던 눈이 오후쯤 대부분 다 녹아 올해는 화이트크리스마스를 기대하기 힘들겠다 싶었는데, 크리스마스날 새벽에 일어나 마당으로 나가보니 밤 동안 또다시 내린 눈이 제법 쌓여 2023년 가는 해를 멋진 White Christmas로 마무리하고 있네요 ^^. 올 겨울 들어 5번째 눈이고 제대로 쌓인 눈으로는 세번째. 그러나 아직 양평에는 큰 눈이 (발목이 묻힐 정도) 내리진 않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소설 "설국"에서 읽었던 온 세상이 눈 속에 파묻힌 Snow Land 설경에 대한 막연했던 동경 때문에 지금도 눈이 내리면 괜히 혼자만의 로맨틱한 감성에 빠지곤 하는 건 이 나이가 되어서도 여전 ^^ 

 

올 해도 예년처럼 잎앙상한 가지만 남은 정원수들 몇군데에 LED Light를 장식. 

 

재작년 겨울철부터인가 펜스 둘레와 정원수에 겨울철이 되면 LED 장식을 하기 시작했었는데 주변 이웃들도 보기에 괜찮다 싶었던지 한집 두집씩 비슷하게 LED 장식을 하는 이웃들이 생기기 시작, 지금은 6집에 이와 비슷한 LED 등이 장식되면서 동네가 예전에 비해 훨씬 밝아졌습니다 ^^ (마운틴사이드의 겨울 밤을 수놓았던 LED등들이 걷힐 때 쯤이면 우리 동네에 봄이 찿아오고 있다는 신호로 보면 됩니다. 우리집의 경우 나뭇가지에 장식한 LED등은 봄 입들이 새로 피어나기 전에 걷어내지만 펜스 둘레에 장식한 LED등은 작년부터 그대로 두기로 결정)  

 

오늘도 제법 눈이 내리긴 했지만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을 정도로 많이 내리진 않았네요 (25일 점심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눈이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얼마나 더 내릴지는 두고 봐야 할 듯), 무릎까지 푹 빠질 정도로 눈이 진짜 내리면 근처의 산에서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뭇가지들이 뚝뚝 부러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산울림처럼 메아리쳐 들리기도 하더군요(처음 마운틴사이드에 이사왔을 땐 나뭇가지들 부러지는 소리가 굉장히 신기했었음~). 눈이 많이 내리면 굳이 상상 속 설국을 찿아 시베리아나 "니가타"의 "유자와" 여인숙까지 찾아가지 않더라도 우리 집 현관문만 열고 나가면 여기가 바로 설국 Snow Land!! 

 

새벽 6시를 넘긴 지 꽤 됐다 싶은데도 정원은 여전히 어둠 속에 잠겨있고 산발적으로 눈이 날리고 있어 제설작업을 할까말까 하다 (요즘은 대략 7시 30분쯤 부터 날이 어스름하게 밝아옵니다~) 일단은 마당냥이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정원에 눈 길을 내주는 것으로 2023년 12월25일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이했습니다 ~ ^^

 

 

전원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다양한 공구들에 대한 필요성이 저절로 생기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송풍기(블로우어)는 사시사철 요긴하게 사용하는 대표적인 전원생활용 공구입니다. 휘발유를 사용하는 엔진 송풍기가 파워면에서 압도적이기 때문에 제설작업용으로 사용하기에 가장 적합하지만 매번 연료를 넣고 사용하고 사용 후 연료계통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우리 집 정도의 면적 (우리 집 드라이브웨이와 차 다니는 공도 포함)은 충전식 송풍기가 훨씬 편합니다 

 

윗 사진에 사용 중인 블로우어는 그린웍스 60V 배부식(등에 메는 방식) 충전 송풍기로, 손으로 들고 사용하는 핸드헬드 송풍기에 비해 (현재 사용 중인 핸드핼드 송풍기는 Dewalt 60V와 20V 두 종류) 훨씬 덜 힘들게 제설을 할 수 있어 유용하지만(제설 작업은 시간이 꽤 많이 걸리기 때문에 핸드핼드식은 한참 사용하다 보면 손이 뻐근해 짐), 송풍구를 높이 들 수 없기 땜누에 자동차에 쌓인 눈을 불어 날리거나 구석구석까지 세밀히 제설하려면 핸드헬드 방식이 더 편하더군요

 

 

 

버스가 지나가면 황토 먼지가 뽀얗게 일곤하던 시골 동네에서 꿈을 키우며 상상을 나래를 펴던 어린 시절, 지금 생각하면 절로 헛웃음이 나는 2가지의 몽환적 Dream이 있었더랬죠 ;

 

1.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에 등장하는 미지의 여성 "요꼬"에 대한 묘한 동경으로 나중에 어른이 되면 소설의 무대인 "니가타"에 꼭 가서 "요꼬" 같은 여인을 찾아내리라는 몽상에 몇날몇일 잠을 설쳤었던 기억 ^^ (이후 성인이 돼서 회사일로 일본에 수시로 들락거리게 됐었지만 꼭 가보리라 작정했던 설국의 무대인 "니기타"에는 끝내 가보지 못했었네요) 

 

2. 초등학교 때 인걸로 기억되는데, 로버트 테일러와 비비안리가 주연했던 "애수(영어제목:워털루)"란 영화를 보고 (당시 흑백영화였던 기억) 비련의 남자 주인공인 "로버트 테일러"로 빙의되어 영화 속 주인공처럼 한동안 모자도 삐딱하게 쓰고 똥폼잡고 다니며, 영화 속 비련의 여주인공 "레스티(비비안리)"가 죽음을 선택했던 워털루 브릿지에서 또 다른 비련의 여인을 만나는 요상스런(?) 몽상에서 한동안 벗어나지 못했던 기억~ 이후 성인이 돼서, 회사일로 처음 해외출장을 갔던 곳이 영국의 런던이었고, 런던 호텔방에 짐을 풀자마자 만사를 제치고 제일 먼저 갔던 곳이 바로 Waterloo Bridge였습니다 (런던은 내 생애 첫 해외출장지였고 이후 런던지사로 발령받아 해외주재원 생활을 했었던 곳입니다. 영국에서 거주하게 되면서 소년 시절 상상의 나래를 펴곤 하던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의 실제 무대였던 영국 중부의 작은 시골마을 "하워스"에 직접 찾아가 소설의 무대가 됐던 언덕을 힘들게 걸어 올라갔었던 그때의 기억이 새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