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vel & Others/고양이들 이야기

전원생활과 길냥이들과의 인연 시작

Steven Kim 2019. 7. 4. 13:48

전원생활과 전원주택의 이면에 도사린 온갖 어려움들에 대한 사전지식이라곤 정말 1도 없이, 흰눈 덮힌 설국의 낭만과 자연인의 환상만을 쫒아 전원생활을 시작하면서 맞이했던 첫해 겨울의 혹독한 겨울철을 지내고 나니, 온갖 종류의 날개달린 곤충들이 출몰하기 시작하는 봄, 뱀들이 출몰하는 여름, 송충이 비스므리하게 생긴 각종 기어다니는 징글러브유 벌레들이 기승을 부린다는 마운틴사이드의 가을쯤은 그냥 룰루랄라 오케이 바리 오로지 혹독한 겨울이 지나 간 것에 감사하는 마음 뿐 그까짓 것들 쯤이야 하는 여유로움

전원생활을 시작하기 전 우려했던 뱀의 출몰은 기우에 불과했고(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된 용인에는 뱀 구경할래도 할 수 없음), 살충제를 부지런히 뿌려서 그런지 송충이 같은 꿈틀거리는 애들도 거의 눈에 띄질않고~~ ^^

 

정원수 나무가지들 사이를 날라 다니는 크고 작은 이름 모를 새들, 어스름한 새벽녃 뒷마당 옹벽에 턱 버티고 서 있어 사람 간 떨어지게 만들었던 사슴 비슷하게 생긴 고라니, 먼 곳 어디에선가 새벽 알람처럼 어김없이 울어대는 뻐꾸기, 있지만 없는듯 없지만 있는듯 살아가는 스텔스 라이프의 길냥이들의 세계에 나 자신도 놀랄만큼 빨리 전원생활에 익숙해져가고 있는 중 입니다

 

처음 이곳으로 이사와 얼마되지 않아 초겨울의 습한 진눈깨비가 을씨년스럽게 내리던 새벽 산책을 나섰던 길에 인적이 뜸한 빈 집터 옹벽 구덩이 속에서 오돌오돌 떨고있는 갖 태어난듯한 새끼 길냥이를 우연히 발견, 털이 온통 젖은 상태로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잠시나마 어찌할 바를 모르다 옹벽 윗쪽에 어미냥이가 웅크리고 앉아있는게 보여 일단 자리를 피했다 10여분 뒤에 다시 와보니 어미냥이 새끼냥이 모두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던 그날이 전원생활과 함께 시작된 길냥이들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던 순간

 

돌 틈 사이에 오돌오돌 떨며 움크리고 있던 애기 길냥이의 모습이 온종일 눈에 밟혀 이틑날 우리집 정원 뒷마당 한쪽에 임시 피신처를 만들어 춥고 배고픈 냥이들이 와서 언제든 먹을 수 있도록 냥이 먹이를 놔주기 시작

 

뒷마당 한쪽에 못쓰는 박스와 폐품들을 사용 임시로 만들어 놔줬던 첫번째 길냥이 피난처 (2019년 1월)
어느날 누군가 먹이를 먹고 간 흔적을 발견(2019년 1월29일)

이때부터 길냥이들이 매일매일 먹이를 먹으로 온다는 걸 흔적들로 알 수 있었지만 길냥이들이 모습은 눈에 띄지 않는 상태로 거의 한달여가 지난 어느날, 임시로 만든 피난처를 대신해 방수재질의 플라스틱 고양이 집을 온라인으로 구입해 리빙룸과 연결된 데크에 한편에 먹이와 함께 놔두고 길냥이들이 오는지 직접 관찰해 보기로 결정

 

인터넷으로 주문한 길냥이 집을 거실에서도 볼 수 있도록 앞 데크에 자리잡아 준 모습(2019년 2월)
길냥이 중 처음으로 만나게 됬던 "바오" (길냥이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기 시작)
두번째로 알게됬던 수줍고 겁이 많은 길냥이 "릴리"
둥그란 눈망울의 "그레이"
그레이, 릴리, 바오와 함께 있는 이들 길냥이들이 어미냥이인 듯 싶은 "망고"(가운데 앉아있는 냥이)
다른 냥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항상 외톨이로 지내는 "보미" (밥만 먹고 금방 사리짐)

냥이들 쉼터를 앞 데크에서 뒷 마당 창고 데크 밑으로 옮겨 한달 정도 지내다 다시 창고 데크 위로 옮겨 뒷마당 데크를 길냥이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전용공간을 만들어 줬고(덕분에 창고에 물건 꺼내러 가는 것이 엄청 불편해짐ㅠㅠ),  그러던 어느날(2019년 6월2일) 새벽, 늘 그렇듯 눈이 떠지는데로 냥이들이 와 있는 뒷데크로 통하는 식당룸 문의 커튼을 열어보니 바오, 그레이, 릴리, 망고 사이에 처음보는 주먹만한 애기냥이 한마리가 눈에 띄어 완전 깜놀!! (그리고 너무나 기뻤던 순간~~ ^^)

 

처음엔 누구 새끼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후 새끼 길냥이를 30분 정도 터울로 한마씩 물어오는 망고를 보고 애기냥이들 망고네 새끼인 것을 확인

 

새벽에 뒷데크로 통하는 도어커튼을 열어 본 순간 처음 발견했던 애기냥이 (너무 기뻤기 때문에 이름을 "조이"라고 지어줌)
샤워를 하고 오는 사이 두번째로 물어다 놓은 애기냥이(노란 칼라라서 "금이"라고 이름 지어줌)
망고가 세번째 애기냥이를 물고오는 모습(회색 냥이라서 "은이"로 이름 지어줌)
마지막 4번째 애기냥이를 물고 옹벽을 내려오는 어미냥이 망고의 모습 (검정 애기냥이라서 "탄이"라고 이름 지어줌)

이 날 이후 뒷마당 창고 테크로 이사 온 망고와 애기냥이들 그리고 그레이, 바오와 함께 하는 "길냥이들과의 천일야화" 스토리들이 지금 이 포스팅을 올리고 있는 이순간까지 계속되고 있네요 

 

 

전원생활의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 길냥이 망고네 가족들

 

애기냥이들이 뒷데크로 이사 온 이후 눈에 띄게 달라진 변화는 늘 외톨이로 밥만 먹고 사라지던 보미가 이날이후 다시는 나타나지 않게된 것과(ㅠㅠ) 수줍고 겁 많던 릴리도 모습을 볼 수 없게 된 것~~ ㅠㅠ  다행히 넉살좋은 그레이와 밥 먹으로 오는 길냥이들 중 처음으로 실물을 보게 됬던 바오는 애기냥이들이 이사 온 후 애기냥이들이 자리잡은 뒷데크 대신 별채와 연결된 앞마당 데크로 밥을 먹으러 오곤 합니다

 

애기들을 물어 온 망고가 애기냥이들과 함께 두번 어디론가 사라졌었지만 처음엔 이틀만에 다시 애기들을 데리고 나타났고 2번째는 3일만에 다시 돌아 왔었는데  지난주에는 애기냥이 4마리 중 2마기가 죽는 엄청난 사건 발생했네요 ㅠㅠ

 

새벽녃 잠결에 냥이들이 발정날 때 지르는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지만 잠에서 깨지 못해 새벽에 눈이 떠지자마자 애기냥이들이 잘 있는지 가보니 애기냥이들은 물론 과 어미냥이 망고의 모습도 사라진 썰렁한 모습. 그날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밥을 먹으러 오던 그레이와 바오의 모습도 하루종일 보이지 않아 도대체 무슨 일인지 가름하기도 힘든 상황 

 

애기냥이들과 망고, 그레이 바오 길냥이들이 돌아오기를 하루종일 기다렸지만 3-4일이 지나는 동안에도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이제 떠날때가 되 망고가 애기들을 데리고 다시 산 속으로 들어갔구나 싶었던 어느날 야산과 연결된 뒷마당 옹벽을 통해 몇일동안 사라졌던 망고가 정원으로 내려왔고 뭔가를 열심히 찿는듯 정원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모습을 포착 

 

반가운 마음으로 혹시나 애기냥이들이 어디 숨어있나 싶어 정원 여기저기를 둘러보니 앞 마당 키 큰 화분 뒤에 몇일동안 사라졌던 금이가 머리를 숙인채 가만히 웅크리고 있더군요. 아쉽게도 나머지 애기냥이 조이와 은이, 탄이는 여전히 찿을 수 없었습니다. 화분 뒤에 숨어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있는 금이가 어미 망고가 있는 뒷데크로 가지않는게 이상해 왜 그런지 살펴보려고 다가가니 깜짝 놀라 바로 도망을 가는데 얼핏 보니까 얼굴에 상처가 생겼고 입 주위가 까맣게 변한 것 같은 모습. 

 

그렇게 금이가 도망간 이후 어미냥이 망고는 하루에 두세차례 뒷데크에 나타났지만 애기냥이들은 여전히 보이지 않은채 다시 이틀이 지난 어느날 새벽, 일찍 잠이 깨 정원을 한바퀴 둘러보던 중 뒷 마당 잡초들 사이에 애기냥이 조이가 엎드려 있는 모습을 발견. 반가운 마음에 조심스레 다가가서 보니 그렇게 죽어 있더군요. 너무나 놀라고 안타까워 한동안 말 문이 막혔을 정도~ ㅠㅠ (도대체 애기냥이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건지 지금도 알 수 없지만 아마 발정한 숫컷 길냥이가 침입해 애기냥이들에게 헤꼬지를 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 .

 

조이 시신을 회수해 다른 동물들이 파 먹지 못하도록 뒷산에 깊숙히 묻어주고 나니 금이, 은이, 탄이가 어떻게 됬는지 더욱더 궁금. 

 

그렇게 또 몇일이 지났고 새벽에 일어나 보니 망고가 사라졌던 애기냥이 은이와 탄이와 함께 뒷데크에 다시 와 있는 모습이 보여 먹이를 주면서 살펴보니 탄이는 길었던 꼬리가 짤막하게 짤려있고 피가 나고있는 상태. 조이는 죽고 금이는 어디론가 사라진채 꼬리가 짤린 탄이와 은이만 어미냥이 망고와 함께 뒷데크에서 지내기 시작한 몇일 후 데크 밑에서 비린내 비슷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을 발견하고 후레쉬로 테크 밑을 샅샅이 살펴보다 금이가 데크 밑 깊숙한 구석에 엎드려 죽어있는 모습을 발견해 데크를 뜯어내다 싶이 어렵게 애기냥이 금이 시신을 회수한 후 뒷산 조이 옆에 묻어줬습니다 ㅠㅠ. 

 

가녀린 모습으로 뛰어놀던 조이의 생전 모습과 화분 뒤에 몇시간씩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있던 금이의 마지막 모습이 생각나면 지금도 말문이 막힐 정도로 애처롭네요 ㅠㅠ

 

이글을 쓰고있는 지금은 애기냥이 은이와 꼬리가 짤린 탄이만이 뒷데크에서 예전과 같이 어머냥이 망고와 함께 재롱을 부리며 지내고 있고, 그레이와 바오는 망고네 애기냥이들이 있는 뒷데크로 밥을 먹으로 오곤합니다

 

 

몸집이 낳이 커진 애기냥이 탄이와 은이가 어미냥이 망고와 그레이 바오와 함께 먹이를 먹고있는 모습

큰 기쁨을 줬던 애기냥이 4마리 중 조이와 금이 2마리는 이렇게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망고와 다른 새끼냥이 은이와 탄이는 아무일도 없었던 듯 전처럼 뒷데크에서 재롱을 부리며 지내고 있네요. 그레이는 뒷 데크에 망고네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고 바오도 끼니 때가 되면 거르지 않고 앞데크 대신 뒷데크로 먹이를 먹으러 옵니다 (특이한 점은 하루가 다르게 바오의 배가 불러오고 있어 출산이 얼마 남지 않은듯 한데 앞으로 또 어떤 일이 생길지 걱정 반 기대 반~) 

 

* 전원생활에서 만난 길냥이들과의 천일야화는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