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지쳐가던 머나먼 타국에서의 어느 겨울날, 천년만년 영원 할 것 같던 베를린 장벽이 장난감 레고블록 무너지듯 졸지에 와르르르 무너져 내리는 시시각각의 긴급뉴스에 정신이 뻐떡들며, 밤새 역사적인 광경을 목격하며 불행한 분단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벅찬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잠을 못이루었던 것이 벌써 지금으로 부터 23 년전 이네요
그해 겨울, 남북으로 갈라선 나라에서 태어난 반도인이란 운명적 사슬에 이끌려 시민들에 의해 부서진 베를린 장벽을 꼭 봐야겠다는 일념으로 브란덴브루크로 향했습니다. 곳곳에 부서진 장벽의 잔해들이 그대로 남아있고, 몇명의 젊은이들이 좌판을 벌여놓고 베를린 월(Berlin Wall)의 돌덩어리들을 플라스틱에 붙인 기념품으로 만들어 팔고 있더군요. 정말 쓸모없는 돌덩어리지만, 한반도의 통일을 염원하는 독립군과 같은 비장한(??) 각오로 쏘세지 사먹어야 할 피같은 돈을 씨멘트 돌덩어리와 바꾸고 말았슴다.(내 피 같은 돈 에고 아까버라...^^ ㅠㅠ)
여러곳을 돌아 다니며 구입했던 오래된 기념물들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세계 여러곳의 추억이 담긴 크고 작은 기념품들을 주석을 달아 기록하려면 꽤 시간이 걸릴듯 하지만..^^ (그 첫번째 기록물이 바로 이 베를린 월 씨멘트 돌 덩어리). 빠까뻔쩍한 새것들 보다 세월의 흐림이 고스란히 담긴 골동품급 아이템들에 요즘들어 더욱더 애정이 느껴집니다.
한여름 뙤약볓에 까맣게 딴 할아버지가 날짜와 이름을 새겨주신 "XX, 낙산에 오다 1988년8월6일" 이란 글씨가 아직도 선명히 남아있는 낙산의 짱돌과 베를린 장벽의 일부분이었던 깨진 벽돌이 우연히 짝을 이뤄 이곳에 자리잡고 있는지 어느새 20여년의 세월이 훌쩍 넘었네요..^^
숙성된 세월의 추억을 담은, 피같은 돈하고 바꾼 돌맹이 두개 ^^
오래된 추억어린 기념품들(눈에 띄는데로 하나씩 무한 업데이트^^)
1. 중국 내화 유리공예
지금은 동네방네 널려있는 흔하디 흔한 물건이 되었지만, 중국과 한국의 국교가 없었던 1990년 당시에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 눈에는 한없이 신기하게 생각되었던 중국 특유의 "내화(병속에 그린 그림)" 유리구슬과 유리병. 난생처음 중국에 갔던 그때 이 제품을 보고 너무 신기하다 싶어 들고와 지금까지 고히 간직하고 있는 구력 20-25년을 훌쩍 넘긴, 함께 늙어가는 중국 유리공예품 녀석들..^^
이 내화를 볼 때 마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2. 스웨덴 엘크사슴 유리공예
이 기념품은 죽을때 함께 가지고 가야 할 기념비적 소품 입니다..^^ 난새처음 대륙을 건넌 외국에서의 첫밤의 기억이 아련한 스웨덴의 추억이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
처음으로 대양을 건너 방문했던 외국의 도시는 한국사람들이 흔히들 가는 미국의 뉴욕도 아니고, 영국의 런던도 아니고, 일본의 도쿄도 아니고, 중국의 북경이나 홍콩도 아닌....당시 한국 사람들에겐 낯설은 스웨덴의 스톡홀름. 그때 유럽을 가려면 지금처럼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알라스카를 경유해서 대서양을 건너 돌아가야 했던 멀고먼 여정길 이었죠.
스톡홀름에서 첫밤을 보냈던 그 호텔에서의 하루하루가 마치 어제일 처럼 생생합니다.(로얄 바이킹 호텔. 아직도 있나?? ) 스웨덴 친구의 초대로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로칼식당으로 지프차를 타고 이동중, 갑자기 나타난 황소만한 북극사슴(엘크)을 보고 얼마나 놀랐었는지..미안스러웠던지 스웨덴을 떠나는 날 친구들이 선물에 바로 그 엘크가 음각되어 있더군요..^^ (이 유리속 북극사슴들과 함께 인생파고를 넘고 헤쳐온 세월이 25년은 충분히 넘었네요..^^)
이 유리공예품을 볼때마다 생각나는 친구가 있습니다.
3. 베니스 무라노 유리병
요즘은 국내 백화점에서도 판매를 하고 있지만, 옛날 그당시만 해도 베니스 금병은 한국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희귀품이었던 적도 있었죠..^^ 베네치아의 추억이 잔뜩 어려있는 금을 섞어만든 화려한 샤페인 글래스. 유리공예로 유명한 베니스의 무라노 아일랜드에 찿아가 구입했던 이녀석을 집으로 가져온지 무릇 24/5년이 흘렀지만, 멋진 양초를 밝히고 맛있는 샴패이을 마시는 용도로 실사용 할 기회는 한번도 없었던 Original Virgin Gold Glass..^^ (당시 돈이 없어서 딱 샴페인 잔 두개와 메인 리커글라스만 구입...)
찻잔장 안에 고히 간직하였는데도 세월이 흐르니깐 Gold Ormanment 가 세월의 무게에 눌려 저절로 조금씩 벗겨지며,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는 절대불변의 진리를 말해주고 있슴다...ㅠㅠ..(찻잔장속에 함께 디스플레이 된 영국의 유명 본차이나인 웨지우드 꽃장식들에 대해서는 별도 포스팅 예정)
이 유리병을 볼 때 마다 생각나는 아름다운 추억이 있습니다.
4. 뮌헨 도예공예 전통 맥주잔
맥주의 본 고장은 바로 독일의 뮌헨 입니다. 매년 유명한 옥토버 페스티발이 열리곤 하는 바로 그곳이죠. 이곳은 나의 인생여정과 뗄려야 땔 수 없는 인연을 엮인 곳 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인연이 생길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던 아주아주 오래전 옛날. 스쳐 지나가는 여행으로 이곳을 들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구입하였던 바바리안 비어컵(아래사진)으로 이녀석도 구입한지 아마 적어도 25~6년은 족히 넘었을 것 같네요. 바바리안 맥주컵에는 왜 뚜껑이 달려있는지 아시나요?? 다음번에 또 다른 기념품을 포스팅 할 때 그 이유를 여기에 밝힐께요..^^
이 버어컵을 볼 때 마다 생각나는 멋졌던 젊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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