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소중하게 아끼는 물건이 하나씩 있게 마련. 나에게도 그런 분신(Other Ego, Other Self)스런 물건이 있습니다. 아주아주 먼 정말 먼 옛날, 넥타이도 제대로 찰 줄 모르던 그때, 선물로 받았던 다이어리..^^
자그마한 A5 사이즈의 튼튼한(매우 두꺼운) 소가죽으로 만들어진 제품.
수십년을 손에 들고 사용하다보니, 가죽에 베어든 사람 손맛으로 가죽표면이 부드럽게 변했을 정도. 소중한 생각들이 가득담긴 또다른 자아(Other Self)인 이 다이어리를 언젠가는 깜빡 잃어버리는 바람에 다시 찿기위해 왠종일 사방팔방을 헤집고 다니며 찿고 난 뒤 눈물이 왈칵 쏟아졌던 일을 생각나면 지금도 나만의 "염화시중의 미소"가 절로 지어집니다.
일이년 쓰면 헤져버리고 마는 합성수지 제품들과는 달리, 요즘은 보기 힘든 두꺼운 소가죽으로 만들어져 그 긴 세월을 사용했는데도 여전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 하고있는 기특한 녀석.
(처음 받았을 때 펜슬홀더에 가지런히 함께 따라온 그때의 볼펜이 아직도 그자리에 그대로..)
가죽으로 만들어진 여러종류의 다이어리들이 많지만, 이처럼 두꺼운 소가죽으로 만들어진 고풍스런 다이어리는 좀처럼 찿아보기 힘들고(그동안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급 브랜드의 가죽 바인더들을 살까말까 들었다 놨다 했던적이 여러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그런 비싼 녀석들도 구지 이 제품에 비해 더 좋다 싶지 않아 패쑤~~), 한해 두해 십년 이십년 세월을 거듭하며 사용하다 보니 정이 들대로 들어버린 이 다이어리를 버리고 새로운 바인더로 바꾸는 것은 아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리고 말았슴다.(어떠한 물건이 됬던 삐까뻔쩍 한 신형보다는 손때가 묻은 옛날 것들이 훨씬 더 좋아요..^^)
밋밋한 녀석을 BMW 바인더로 리폼^^
그렇게나 오랫동안 함께 산전수전 공중전, 기쁜일 슬픈일을 함께 겪어 온 다이어리의 일정관리 임무를 드디어 다른 제품에게 넘겨주는 대사건이 발생.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더니, 새로운 누구엔가에 "의자"를 내어줘야만 하는 The Old one 들의 피할 수 없는 운명적 변화가 드디어 찿아 왔네요..ㅠㅠ
2012년의 어느날, 나의 분신인 다이어리를 순식간에 밀어낸 새로운 강자가 홀연히 나타나고 말았습니다.
바로 스마트폰 입니다.
현대 전자장비의 총아로 불리며 등장한 휴대용 인터넷 기기들. 누구나 들고 다녀서 괜히 안가지고 다니면 나만 구식 되는 것 같아 부랴부랴 사용한 아이패드 덕분에 화면도 작고, 키판은 더 작은 스크린을 사용하여 인터넷을 하는 스마트폰에는 별반 관심이 없다가 결국은 얼마전 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삼성 갤럭시노트가 생기면서 나에게 찿아온 그야말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또다른 나의 분신, 다이어리 바인더 밀어내기" 대사건 !!!
어렸을 적에는 요런조론 화려한 모습과 신기하고 편리한 기능의 각종 전자제품들에 나름 혹하기도 한 적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제아무리 멋진 아이템이라 하더라도 전자제품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제품에 대한 관심은 털끝만큼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합니다. 신형이 출시되면 눈깜짝할 사이 졸지에 쓰레기 신세로 전락하고마는 전자제품들의 숙명때문에 사용하면 할 수 록 더욱더 진가가 발휘되는 "안티크"적인 가치를 지니게 되는 아이템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자연소재를 사용한 아이템들은 사용하면 할 수 록, 오래되면 될 수 록 특유의 아름다움이 배가 됩니다..^^)
요즘 길거리에 넘쳐나는, 비슷비슷하게 생긴 플라스틱 써저리 성형미인들, 혹하는 화려한 아름다움으로 뭇남성들의 시선과 인기를 한시적으로 독차지 할 수 는 있겠지만(신형 전자제품들 처럼), 얼마못가 또 다른 신형 플라스틱 써저리 신품미인들이 쏟아져 나오며 가식적인 아름다움으로 꾸민 구형은 눈깜짝 할 사이 화려했던 가치를 잃어버리고 결국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운명을 피 할 수 없듯이..(얼굴만 이쁘면 뭣해요, 눈깜짝할 사이 찿아오는 세월의 흐름을 거역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슴다. 세월이 흘러 갈 수 록 망가지고 마는 외적인 아름다움 보다는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해가는 내적인 아름다움은 독서와 건전한 생활자세를 통해 누구나 얼마든지 가꾸고 키워 나갈 수 있어서 더욱 더 좋아요.^^)
스마트폰용으로 출시된 수많은 앱들중, 우연히 사용하게 되면서, 요즘은 일정관리를 위한 바인더의 역활을 상당부분 대체하게 만든 안드로이드 기반의 일정관리 앱 "플랭클린 플래너 액티비티 노트". 언제나 주머니속에 가지고 다녀야 하는 전화기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구지 별도로 다이어리나 수첩을 챙기지 않아도 되고, 사용하기도 간편하고 아주 원더풀 !!! (스마트폰용 플랭클린플래너가 구동이 무겁고 잦은 에러들 때문에 사용하기 힘들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실제로도 네티즌들 사이의 평가는 별3개로 썩 좋지 않은편이지만, 그동안 익숙해진 플랭클린플래너식의 일정관리 인터페이스 때문에 다른 일정관리 프로그램에는 손이 가지 않네요..^^)
고장나면 사라져 버리고 마는 전자기기에 기록을 남기고 일정을 관리하게 되리라곤 정말 꿈에도 생각을 못했는데, 어느순간 그 역활을 훌룡하게 수행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 앱 "플랭클린플래너 액티비티 노트"의 구동모습.
암튼, 새로운 스마트폰 때문에 수십년간 함께 인생을 개척해 오며 함께 중후해져 버린 가죽 바인더가 이젠 그 역활을 접고 새로운 스마트기기에게 임무를 넘겨주게 되었지만, 오랜세월의 느낌이 잔뜩 벤 녀석과의 소중한 인연은 아마도 죽는 그순간까지 계속 될 듯 합니다.(이 다이어리를 선물하여준 친구의 추억과 함께). 어제 하루 푹쉬는 날, 난생처음으로 오랫동안 손때가 묻은 다이어리에 가죽보호 크림을 발라주며 말끔히 잘 손질하여 주었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잔뜩한 녀석의 모습에 무한애정이 느껴집니다.(오래된 물건들을 넣어두는 나만의 타임캡슐로 들어 갈 시간)
* 조만간 기회되면 갤럭시노트 사용후기를 올리겠지만, 일단 그동안 써 본 소감
1. 너무 크지 않을까?? (괜찮다)
2. 한손으로 사용하기 어려워서 전화기로서의 효용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 (괜찮다)
3. S펜 메모기능이 비지니스 맨들에게는 매우 요긴 할 것같다. (않그렇다. 거의, 아니 전혀 않쓴다)
4. 전화도 아니고 인터넷 패드도 아니고 어정쩡 하지 않을까 ??: (전화기로도 괜찮고, 패드로도 손색없다)
5. 사?? 말어?? (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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