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imbing/등산·캠핑사진(Picture)

2012년2월24/25일 겨울눈속에 숨겨진 "샹그릴라" 마장터

Steven Kim 2012. 2. 26. 09:36

이런저런 이유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2박3일간의 설악산 심설등반을 결코 포기 할 수 가 없어 금요일 업무를 대충 때려치고 따라 나섰던 ,11/12년 겨울들어 처음으로 "소름돋는 감동"을 맛 본 겨울 심설등산 기록.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이번 "마장터" 산행기는 시간을 가지고 업데이트 합니다. 일단은 무사귀환을 자축하기 위해 간단한 스크립트만..)

 

오랫만에 "박베낭"을 챙길려니 어떤장비를 팩킹해야 할 지 또 헷갈리기 시작(이번 다녀오면 꼭 리스트를 작성해 놓아야지 하면서도 매번..). 뭔가 빼치고 가는것 같은 찜찜한 상태에서 머리 위까지 높게 올라오게 팩킹 된 그레고리 100리터 비박배낭을 메고 부랴부랴 집을 나서, 오늘 산행대장인 조성천씨와 합류 (서울출발, 금요일 오후 2시30분). 산행을 함께 할 화가 유해일화백을 인제에서 만나, 미시령과 진부령이 갈라지는 용대리 산행기점(박달휴계소 사이 샛길)에 도착, 차를 안전한 곳에 주차 후 등산시작. 

 

* 이번 빼치고 간 품목:

1. 버너와 휘발류통 연결 커넥터, (결국 휘발유 버너는 무용지물)

2. 겨울산행의 필수품인 우모복

3. 휘발유 랜턴

 

미시령과 진부령 고개길이 생기기 전 그옛날 고성과 인제를 잇는 가장 지름길 코스였다던 새이령길(미시령과 진부령의 '사잇길'이란 뜻) 을 따라, 많은 비박동호인들에게는 "감동스런 비박지"로 살그머니 알려진 "마창터"에서 1박후 백두대간 갈림길인 "대간령"으로 올라 익일 등반코스를 결정 할 예정.

 

오랫만에 들쳐맨 비박배낭의 무게감이 만만치 않고, 무릅까지 쌓인 미끄러운 눈길이 부담스럽다 느껴지던 순간 미끄덩 몸의 중심을 잃고 계곡물 속으로 눈깜빡 할 사이 추락 !!!  얼마나 심하게 넘어졌는지 "컴포델" 카본 스틱이 충격으로 두동강 났을 정도. 돌맹이에 사정없이 부딫친 무릅은 Senseless 무감각, 남의 다리처럼 전혀 힘을 줄 수 가 없어 자력으로는 도저히 일어 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태 !! (발 한쪽이  깨진 얼음속 흐르는 물속에 잠겨 등산화 윗쪽 목부분으로 얼음같이 차거운 물이 왕창왕창 들며 오는데도 발을 움직일 수 없으니...에고고 사람살려!!!..). 이때 등산화가 젖는 바람에 비박야영 내내 발이 시려워 고생. 처음 들머리에서 준비성 있게 스패츠를 미리 착용 했더라면 완벽한 방수를 제공하는 등산화 덕분에 물 속에 빠졌더라도 발목 부분으로 들어오는 물의 유입을 막아 젖지 않았을 수 도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 

 

깜짝 놀란 일행들이 달려와 겨우 다시 일어 설 수 있었지만 넘어질때의 충격으로 하늘은 샛노란 옐로우 칼라 !! 다리가 부러졌는지의 여부를 체크, 다행히 부러지지는 않았네요..^^ 대신 해머로 내리쳐도 부러지지 않는다는 "카본" 스틱이 그야말로 두동강. 고맙다 스틱아, 내 다리는 멀쩡하고 너가 나대신 두동강 나고 말았구나..ㅠㅠ (지금까지 살아오며 넘어져 본 것 중 가장 심하게 넘어진 순간이었던듯...모토사이클 타고 가다 넘어진 것과 또 다른 아찔한 경험..^^)

 

넘어지는 순간 심하게 용을 썼는지, 힘이 순식간에 다 빠져나가 버리는 희안한(??) 경험. 다시 배낭짐을 메기 전까지 정말 한참동안을 그러구 않아 정신을 가다듬어야 했습니다..ㅠㅠ,,(한동안은 겁없이 나홀로 겨울철 산행을 많이 했었지만, 이렇듯 겨울철 등산시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수시로 발생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2시간여 쩔뚝쩔뚝 힘들게 눈덮힌 새이령 산길을 따라 올라가서 만나게 된, "흐르지 않고 멈춰버린 시간" 속 수백년간 고대로 정지해 있는 옛날의 마장(말들이 쉬어가던) 산막 (그래서 이곳의 이름이 "마장터" 라는군요).

 

마치 "잃어버린 또 다른 세계"에 홀연히 발 을 들여 놓은듯 합니다. 

 

카메라 밧데리가 혹한의 날씨에 작동을 멈춰 버려 눈 속에 잠긴 마장터의 감동적인 장면들을 사진으로 남길 수 없었네요(너무나 아쉬웠슴다..ㅠㅠ) 다음날 휴대폰으로 지금 올리는 몇장의 사진만을 겨우 찍을 수 있었지만, 휴대폰도 얼마못가 밧데리 아웃 !!!  (함께 동행한 유해일 화백께서 찍은 사진을 보내 주시겠다고 하니, 그 사진들을 받게되게 되면 "마장터"의 특별한 정감을 살려 줄 제대로 된 사진을 올릴 수 있을듯..) 

 

 

깊은 산속에 자리잡고 있는 사람이 살고있지 않은 "마장터" 산막의 모습. 누가 이곳에 이러한 산막을 지어 놓았는지 궁금?? 지붕위에 쌓인 눈의 두께 좀 보세요...거의 사람 키 만큼...이러다 산막 무너지는 거 아닌가 ??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무들이 여기저기 부러져 있는 모습. 길을 표시하는 막대기가 다 잠겨버릴만큼 많은 눈이 쌓여 있습니다. 사람이 걸어 들어가면 엉덩이까지 빠지는 깊이로 한 발자욱도 들여놓기 어려운 상태.

 

 

눈이 너무 깊어 눈위에는 도저히 텐트를 설치 할 수 없고, 깊은 눈을 파내고 텐트를 셋업하기엔 이미 너무 어둡고 힘에 부쳐 그냥 산막 앞 작은 마당터에 텐트를 설치 (이곳에 오려면, 눈 치울 눈삽이 반드시 필수 일 듯..)

 

 

젖은신발로 인해 발이 (무척) 시러웠지만, 저녁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화롯불을 피울 수 있어 최악의 상황(동상)은 피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추워도 불만 있으면 얼어 죽지 않습니다. 화롯대와 불을 피울 수 있는 비상장비, 유사시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경험해 보지 않으면 절대 모릅니다.

 

 

늘상 가지고 다니는 우모복을 깜빡 놓고 오는 바람에 순모자겟(달레 놀웨이) 위에 몬츄라 윈드스토퍼로만 달랑 입었지만 그럭저럭 견딜만..(역시 보온성은 윈드스토퍼니 뭐니 어쩌구저쩌구 해도 네츄럴 순모자켓을 따라오기는 불가능 !!)  설산등반시 완벽한 방수를 제공하는 Winter 등산화인 Hanwag Crack Safety GTX를 간만에 신고 보무도 당당히 걷다가 개울물로 추락하면서 스패치를 착용하지 않아 등산화 목 부분으로 물이 사정없이 유입되며 홀라당 젖어버리는 바람에 비박야영 내내 발가락이...ㅠㅠ

참조: 달레 놀웨이 순모 윈드스토퍼 자켓 --> http://blog.daum.net/stevenkim/14516474

참조: 한바그 슬렉세이프 GTX  중등산화 --> http://blog.daum.net/stevenkim/8430654

 

 

한치앞도 가름 할 수 없는 숲속의 어둠속에서, 한잔 술과 함께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온 세 남자의 걸죽한 이야기(화가, 공무원, 사업가)가 끝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강원도 산간지방의 여전한 맹추위는 아직 봄이 멀고도 멀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내일을 위해 텐트로 돌아가 잠깐 잠이 들었나 싶었는데 바람에 텐트가 흔들리며 뭔가가 계속 텐트위로 떨어지는 소리에 후닥 잠이 깨지고..(처음에는 비가 오나 싶었습니다). 텐트 문을 살짝 열어 봤더니, 우와 !!! 한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내리는 폭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온천지가 흰눈에 뒤덮힌 "마장터"의 모습. (윗 사진은 털어내도 순식간에 텐트앞에 쌓여버리는 눈의 모습...)

 

(집에 돌아와서야 알았습니다. 이날 강원산간 지방에 대설경보가 내린 것을..)

 

 

본인의 무릅부상과 예상치 않은 폭설로 등산로가 사라져 자칫 조난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 2박3일간의 일정을 과감히 포기 하산하기로 결정. 평생 볼 눈을 하룻동안에 다 보게 해 주고, 겨울 산속에 숨겨진 샹그릴라 "마장터"를 보여준 감사원 조성천씨와 함께 오늘의 추억을 영원한 기록사진으로 남겼습니다.(어렵게 구한 5개의 수제 "다마스커스" Knife 중 한개를 오늘의 특별한 등산을 기념하라며 선물로 쥐어 주는군요. 진짜 고맙 !!! )

 

* 참고 :다마스커스 나이프에 대해 내가 알고있는 대충 상식.

 서로 물성이 다른 쇠를 뜨거운 불에 달궈 혼합하여 접고 또 접으면서(접쇠방식) 단조시키는 과정에서 특유의 물결무늬가 생겨 난 강철(이것을 다마스커스 강 이라고 함) 제작된 나이프를 통칭하여 "다마스커스 나이프"라고 합니다. 성질이 서로다른 강철이 섞이면서 강함(날이 쉽게 무더지지 않음)과 연함(칼이 쉽게 부러지지 않음)의 특성이 배합되어 다마스커스 나이프 강력한 절삭력(베는 성능)을 제공하게 되며,비슷한 접쇠방식으로 제작되는 일본도(아쉽게도 한국도는 이름을 못 올림..ㅠㅠ) 와 함께 쇠를 자를 수 있는 강력한 절삭력을 가진 명품칼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십자군 전쟁 동안 철로만든 갑옷을 종이처럼 베어 버리고, 칼을 무우처럼 살뚝 짤라 버리는, 독특한 무늬가 세겨진 아랍인들의 공포스런 칼을 본 십자군들이 이 칼을 다마스커스 칼이라고 부르게 된 것. 칼의 원료인 다마스커스 강(철)의 오리지날 제조비법은 후대에 전해지지않고 아쉽게도 어느순간 완전히 소멸되고 말아, 오늘날 까지도 수많은 전문가들이 당시의 다마스커스 나이프를 재현하려고 남아있는 다마스커스 칼들의 성분을 현대의 모든 과학적 노력을 동원해 분석 재현하려고 노력하였지만 실패(아직까지 전설적인 오리지날 다마스커스 강의 재현은 불가능 한 상태). 독일의 칼 파는 숍들에 가면 오리지날 다마스커스 나이프라고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이 꽤 있는데 가격을 보면 바로 기절합니다..^^  다마스커스 나이프라고 시리아의 다마스커스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오리지날 다마스커스 나이프에 사용된 방식과 유사한 접쇠방식을 적용, 수제로 제작된 다마스커스 강(철)을 이용해 제작 된, 칼날(Blade)에 특유의 무늬가 새겨진 나이프는 모두 "다마스커스 나이프" 라고 부르는데 예를들면 스위스 아미 나이프 중 에도 다마스커스 강으로 제작된 다마스커스 나이프가 있으며 깜짝놀랄 정도로 무쟈게 비쌈(내가 본 것 약 700 달러). 요즘은 쇠를 수십차례 접고 또 접으면서 자연스레 생긴 다마스커스 강 무늬가 아닌, 그냥 대충 흉내만 낸 제품들이나, 심지어는 쇠 위에 슬쩍 무늬를 구라로 세겨넣은 싸구려 가짜 다마스커스 나이프도 굉장히 많음. 

 

 

내려오는 길도 역시 만만치 않더군요. 사람들이 다녀 단단하게 다져진 폭 약 20센티 정도의 눈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허벅지 까지 빠져 버리는 눈구덩이들, 한번 빠지면 (무릅부상으로 인한 통증 때문에 더욱더) 자력으로 발을 빼 빠져 나오기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용대리로 내려와 따뜻한 식당에서 몸을 풀고 뜨끈한 황태전골을 먹을때서야 드디어 온몸에 Body Ache가 느껴지기 시작..(에고, 삭신이야..빨리 뜨거운 물에 푹 담궈야긋당...ㅠㅠ). 

 

젖은 등산화 때문에 발도 시렵고, 우모복을 깜빡하고 않가져 가는 바람에 북설악의 추위를 100% 막을 순 없었지만, 서울로 돌아와 있는 아파트 창밖으로 보이는 회색도시의 드라이한 모습에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또다른 세상, 시간이 정지해 버린채 눈속에 파묻혀 있던 진부령 숲속 그곳 "마장터"의 한겨울이 설령 꿈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불과 어제의 일 인데, 마치 수백년전 영혼의 한순간으로 머물렀던 것 같은 느낌..)

 

어제의 일에 고뇌하고,

내일을 걱정하기 대신

오늘의 이순간을 최대로 즐긴 눈속에 파묻힌 겨울 숲속에서의 꿈같이 황홀하였던 시간

카르페 디엠(Carfe Diem)

 

 

나 대신 두동간이 난, 오랜동안 수없이 많은 곳을 함께 돌아 다녔던 영원한 산친구 콤포텔 카본 스틱. 얼마나 쎄게 넘어졌으면 카본스틱이 이렇게나 두 동강이 났나 싶어 오싹. 오랜세월을 함께한 녀석, 추운 산속에 그냥 두고 올 수 없어 고히고히 챙겨 왔습니다(윗 마디를 교환 수선 할 수 있는지 확인예정). 등산장비는 삐까뻔쩍한 새것들 보다는 여기저기 구멍나고, 부러지며 고난을 함께 극복하였던 녀석들에게 휠씬 더 정이 가더라구요..^^ 스틱아, 걱정마라, 꼭 다시 산에 갈 수 있도록 되살려 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