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들어 가장 강력한 "미친 한파"가 몰아닥친다는 예보를 듣는순간 "염화시중"의 미소가 지어집니다.
빙고~~ !! it's time to go to the mountain for camping !!
서울지역 수은주가 영하 18도를 기록한 혹한. 등산로 들머리에 들어선 순간부터 피부에 닿는 에리도록 찬공기가 예사롭지 않슴다. (하룻재를 오르는동안 찬공기로 숨쉬기조차 수월치 않네요..ㅠㅠ..담배펴서 폐기종이 생겼나 ??)
괜히 혼자 산속에 들어 고독과 외로움을 질근질근 씹는 비박에 빠져, 여러차례 매서운 추위를 경험하였지만, H2O 원소가 들어간 물체는 죄다 딱딱한 돌덩어리로 변해 버렸던 영월 장산 비박야영이래 아마도 가장 맹렬한 추위가 아닐까 싶네요. (2010년 년말 지리산 고지 세석대피소에서 느꼈던 코끝쨍한 추위 역시 대단하였지만, 당시는 야영을 하지않고 따듯한 세석대피소에서 지냈기 때문에 패쑤..~~)
거친 바람까지 몰아부치는 깊은 산속 야영지의 혹독한 체감온도는 영하 30도 정도는 그냥 쉽게 넘어설듯 하네요. 모든 물체가 순식간에 죄다 얼음으로 변해버리는 마법의 얼음나라에 다시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챙겨간 5개의 귤은 야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완벽한 호신용 무기인 짱돌로 탈바꿈..(어디 맷돼지 나타만봐라 그냥 귤로 머리통을..^^), 버터와 스팸은 단단한 돌덩어리로 변해 예리한 칼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메트리스에 바람을 넣기위해 자작한 고무펌프도 딱딱하게 얼어 무용지물. 벗어놓은 등산화와 배낭이 스며있던 땀이 얼었는지 마치 플라스틱처럼 변해버린 괴상한 모습을 보기는 영월 장산 비박이후 처음 인것 같네요.
야영지의 생명줄인 비둘기샘 마저 강추위로 꽁꽁 얼어붙어 끊길듯말듯 졸졸 방울져 내리는 물을 혹독한 추위속에 인내를 가지고 받는동안 워터백에 받은물이 결국 얼음덩어리로 변신 !!! 시베리아가 따로 없넹 !!!
비상식수로 등산전 수통에 받아온 물을 사용하려고 하였지만 수통의 물 역시 돌덩어리와 같은 얼음으로 변해버린지 이미 오래인듯, 얼어붙어 열리지않습니다.. (다행히 반만채워 올라오느라 수통이 갈라지지 않았네요..^^)
돌덩어리로 변해버린 워터백과 수통
모든것이 단단한 얼음덩어리로 변해버리는 요술나라, 심술쟁이 마법사의 얼음마술을 풀어주는 버너가 고맙기 짝이 없습니다.
강력한 소음만큼 강력한 화력을 동반한 프리무스의 옴니퓨엘이 불을뿜고(가솔린 사용), 주변에 쌓인 눈을끓여 일단 얼어붙은 수통을 녹일수 있는 뜨거운 물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지리산의 깨끗한 눈 녹인물과는 전혀다른 여러 이물질이 많이 포함된 삼각산 눈 녹인물이 참 안타깝네요). 뜨거운 눈녹인 물로 얼어붙은 마개를 열었고, 수통을 끊는물에 넣어녹여 마실수 있는 식수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돌덩어리로 변한 워터백 마개를 열어 뜨거운 물을 조금씩 집어넣어가며 얼음덩이를 녹여 햇반을 끊일 수 있는 물을 확보하였슴다..^^
메서운 추위 때문인지(??) 콜맨 익스포넌트 442버너와 랜턴의 펌핑막대가 마치 얼음위를 미끄러지듯 압을 주지못해 압펌핑이 되질않는군요. 다행히 442버너의 펌핑은 어렵사리 성공했지만 랜턴은 결국 사용하지 못했네요..(날씨가 이정도로 추우면 압력펌핑이 작동하지않는 경험있는분 있나요 ?? 아시는분들 댓글 환영합니다)
* 문의하여 보았더니, 강추위에는 펌핑로드의 윤활유가 얼어 이런현상이 일어난다고 하네요. 윤활유를 보충하여 주거나, 압축로드를 분리하여 녹여주는 방법으로 해결한다고 합니다.
코펠에 넣어두며 습관처럼 늘상 가지고다니는 옴니퓨엘 버너 덕분에 불을 피우지못해 난감할 수 있었던 상황을 모면하였네요. 겨울등산시에는 비상상황을 대비해 버너를 꼭 2개씩 가지고 다니는 버릇, 버너를 잃어버려 지리산에서 그냥 내려와야만 했던 과거의 쓰라린 경험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매서운 한파에 거친 바람마저 더해지며 체감온도는 더욱더 내려갑니다. 이정도 추위면 알레스카나 시베리아 극지와 별반 다르지 않겠는데요.^&^. 다큐멘타리에 가끔씩 살인적인 추위라는 말을 들으면서 과연 살인적인 추위는 어느정도일까 싶었는데 대충 그런 극한의 추위를 살짝쿵 맛보기하는것 같슴다..^^
얼음나라로 변한 야영지는 하얀눈과 고요속에 잠겨있고 야영을 하는 다른 산악팀은 전혀 눈에 띄지않네요.(구조대에서 아영허가를 받으면서 훈련장 아래쪽 18구역에 또다른 3명이 야영을 한다는 것을 알았슴다. 와 대단허다 대단혀..이 추위에 비박야영하는 미친팀이 나말고 또 있긴있구나..^^).
뼈속까지 파고드는 한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급하게 우모복과 우모오버트라우저를 꺼내 입었더니,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을정도로 체온이 돌아오네요. 동계 비박야영시 내한온도 높은 빵빵한 우모복과 우모 오버트라우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보온력이 좋은 동계용 방한화를 신었지만 발이 깨질듯 시러워오는군요.. 에고고 발시러....
(텐트를 피칭하고 히터를 틀어놓은 인너텐트로 들어가 등산화를 벗고 우모버선을 2개 덧대어 신어쥤더니, 그제사 발시럼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손에 익숙한 카이툼3GT 텐트를 거친 바람과 모진 추위속에서도 큰 어려움없이 신속하게 피칭할 수 있었고, 텐트가 셋업되어 일단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니까 한결 여유가 생기네요. 바람을 막아주는 텐트안에 있는것과 밖에 서있는것과는 체감온도가 천지차이 !!
혹한 비박야영을 위해 작정하고 코베아 파이어볼 난로, MSR 리엑토 그리고 히팅캡을장착한 콜맨 442버너를 준비하였습니다.
남들은 다들 별로라고 하는 코베아 파이어볼 난로,
이만한 가격에 이만큼 사용하기 편하고 이만큼 유용한 비박용 히팅시스템도 없을것 같은데...팩킹부피가 조금 크긴 하지만 겉케이스는 빼버리고 그냥 본체만 팩킹하면 충분히 가지고 다닐만하며 무게도 그리 무겁지않슴다. 텐트내부의 공기를 안전하고 간편하게 데우는데는 이만한 제품을 찿기가 쉽지않을듯..(화력은 파이어볼 보다 약 3-4배정도 더 세고, 안전하며 한번 석유를 채워넣고 가끔씩 펌핑만 해주면 밤새동안 화력을 뿜어내는 구닥다리 비알라딘 석유히터...요녀석을 어떻게든 가지고 다닐수만 있다면 이렇게 추운 동계비박에 무쟈게 유용할텐데....)
MSR 리엑터의 강력한 화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민감한 요녀석 고장날까바 늘 염려스럽슴다.
추운날씨에는 가스는 무용지물. 휴대용 가스토치 라이터 역시 작동 불능. 먹통이 되어버린 다른 가스장비들과는 달리 코베아 파이어볼 난로는 기특하게 점화도 잘 됩니다. 일단 가스분출구에 약한 불이라도 불만 붙게되면 가스통의 위치를 조절하여 화력을 정상적으로 하여주는것이 아주 쉽습니다.
어둠이 내리고 밤이되자 바람도 더욱 거칠게불고, 잠시라도 텐트 밖으로만 나가면 메서운 추위에 정신이 어찔할 정도.. 추위에 그냥 노출시켜놓았던 카메라의 밧데리가 순식간에 방전되어버려, 몸속에 품고있던 휴대폰을 사용하여 겨우 몇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지만 휴대폰의 밧데리 역시 강추위에 맥을 못추고 얼마 버티질 못하네요..ㅠㅠ..
밤이 깊어질수록 기온은 더 곤두박질 !! 모든 출입구를 닫고, 충분히 넓은 카이툼3GT 텐트내부 공간을 3개의 간이용 히터로 난방을 하면서 캠핑을 즐겼습니다(비박야영을 하는 백팩킹 동호인들은 아무리 추워도 그냥 우모복으로 버티지 강제발열기구를 사용할 생각을 하지않지만, 오토캠퍼들은 어지간 날씨에도 무조건 텐트난방을 하더군요. 지난해 오토캠핑장을 다니면서 오토캠핑을 몇번하다보니 어는순간 간이난방 시스템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됬쬬..^&^).
산소결핍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아웃플라이의 전후 벤틸레이션 오프닝을 전부 열어놓고 모기장은 닫은상태로 인너텐트의 도어를 1/3정도 개방해 놨더니 답답한것도없고 공기순환도 잘되네요. (모기장을 닫은거하고 닫지않은거하고는 텐트내부로 유입되는 찬공기의 느낌이 무척 다릅니다.구멍이 뻥뻥뚤린 모기장이지만 찬바람을 제법 잘 막아줍니다)
메서운 강추위에 거친 바람이 사정없이 불어대지만, 가이라인으로 단단하게 고정한 텐트내부는 포근하다 싶을정도로 아늑합니다. 산속에서 비박야영시 강한바람에 텐트의 폴대가 풍력을 이기지못하고 휘어지며 텐트가 안으로 순식간에 밀려왔다 나갔다하는 경험들 해봤죠 ?? 강풍이 휘몰아칠때마다 "왜 이런날 비박야영왔엇 !!!" 하면서 텐트가 싸대귀를 올려부치는 느낌..^&^. (고산등반대들의 다큐멘타리에서 강풍에 텐트가 갈기갈기 찢겨져 나가는 상황이 이해가 됩니다)
카이툼과 같은 터널형 텐트는 강풍에 강하죠. 가이라인으로 단단하게 잡아만 주면 어진간해서는 폴대가 휘어들어오지 않습니다. 바람은 둥근 지붕을타고 스무스하게 넘어가고요..^^ 바람이 둥근천장을 타고 넘으면서 텐트가 파르르르 떨리는 소리...꿈결속 어머니의 자장가가 됩니다.
최고의 내한온도를 자랑하는 토르침낭을 사용했지만, 새벽녃 한기가 느껴져 우모복과 우모트라우저를 껴입고 다시 침낭에 들었더니 금방 포근해지네요..^^.. 창공을 가로지르면 울부짖듯 몰아치는 바람소리와 세찬 바람에 바르르 떨리는 텐트가 만들어내는 묘한 합주를 들으며 따듯한 침낭에서 달콤한 잠에 깊히 빠져 들었습니다.
* 카메라와 휴대폰의 밧데리가 모두 방전되는 바람에 사진을 몇장 찍지 못했지만, 마침 지나치던 등산객 두분이 텐트를 방문하여 여러장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산을 꿈꾸는 사람들" 이라는 카페의 멤머들로 동계비박을 즐기는 동호인들이더군요. 조만간 이분들에게서 사진을 얻게되면 포스팅 다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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