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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23일 오후 2시34분께부터 약 1시간가량 서해 연평도 북방 개머리 해안포 기지에서 우리측 영토를 향해 해안포와 곡사포 100여발을 발사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이 같은 도발에 약 80여 발의 대응사격을 즉각적으로 실시했다. 한국전쟁 60년 만에 우리 영토에 북한군의 포격이 감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북한의 도발로 우리 군 해병대 병사 2명(서정우 병장, 문광욱 이병)이 전사했으며, 군인 16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민간인 부상자도 3명이나 발생했다. 이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연평도 인근 산에 불이 붙는 등 화재가 발생해 산불피해가 있었으며, 마을 곳곳에 연기기둥이 치솟는 등 6~7곳에서 가옥피해도 발생했다. 연평도는 일순간 쑥대밭이 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의 무력도발 직후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주재한 뒤 정부성명을 발표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행위는 대한민국에 대한 명백한 무력도발"이라고 규정하고 "민간인에 대해서까지 무차별 포격을 가한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북한으로부터 추가도발이 있을 시에는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정부 의지도 피력했다. 또 이번 사태에 대해 북한당국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의 이 같은 태도에 북한 당국도 즉각적인 입장을 밝혔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군 최고사령부는 "우리 혁명무력은 남조선 괴뢰들이 감히 조국의 영해를 0.001mm라도 침범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무자비한 군사적 대응타격을 계속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추가도발의 가능성을 열어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번 일로 온 국민과 전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 등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 대포폰과 불법 민간인 사찰,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의 전국화 등 국내 정치사회 쟁점은 일순간 냉각됐고, 서울시청 앞에서 거리농성을 시작한 민주당 또한 천막을 접고 당사로 돌아가 북한의 도발을 맹비난했다.
[쟁점1] 북한은 왜 연평도를 포격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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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정치 상황에서 북한이 왜 연평도를 무대로 무력도발을 감행했을까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의 해안포가 우리 영토까지 침범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심장부를 겨눈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서해상에서 남북한 군 당국 사이에 어떤 분위기가 긴장국면을 조성했는지 현재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만일 북한의 도발이 의도된 전략이라면 지금과 같은 6자회담 교착국면을 풀기 위한 전 방위 압력수단으로 한반도 긴장고조를 선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무려 2년간의 세월을 흘려보내면서 '북한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기대했으나 결과적으로는 허송세월만 보냈다고 판단하고, 더 이상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
특히 이달 초 북한을 방문한 미국의 핵 전문가 지그프리드 헤커(Hecker)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에게 북한당국이 원심분리기 1000여 개를 갖춘 대규모 우라늄 농축시설(HEU, Highly enriched uranium)을 공개한 것도 이번 건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김 교수는 "HEU프로그램을 전격 공개한 것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회동카드를 내민 것이라면 오늘의 도발은 이명박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수순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근 북한이 이명박 정부에 먼저 손을 내밀고 유화모드를 취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제안한 여러 '대화카드'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이달 초 열린 이산가족상봉 때 북한은 대규모 식량지원을 요구했으나 이명박 정부는 거절했고, 금강산관광 재개 역시 이명박 정부가 회담마저 거절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해 할 만큼 했는데도 이명박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하니 북한이 쓸 수 있는 벼랑 끝 전술 가운데 가장 위험한 카드를 꺼낸 것"이라며 남북관계 악화일로를 걱정했다.
오랜 세월 남북관계를 연구해 온 한 북한전문가 역시 '북한의 긴장고조는 6자회담 압박수단'이라고 진단했다. 이 전문가는 "남북관계에 반전의 필요를 느끼게 하려는 북한의 거센 전술로 보인다"며 "더 이상의 긴장고조를 원하지 않는다면 이명박 정부는 이제 남북관계를 '관리모드'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과나 비핵화 의지표명 등으로 6자회담의 발목을 잡을 게 아니라 적극적인 대화의지를 밝힐 때 오히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는 "남으로부터 지속적인 무시를 당하면서도 대화의 모멘텀을 마련해보려고 했으나 이제부터는 거꾸로 밀어붙이겠다는 압박수단"이라고 해석했다.
[쟁점2] 남한은 왜 북한의 포격을 막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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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벼랑 끝 전술' 가운데 가장 위험한 카드인 국지전 카드를 꺼낼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일까.
북한은 이날 해안포 포격을 감행하기 전인 오전 8시 20분경 우리 군의 호국훈련을 문제 삼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김희정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우리 해군이 백령도 근해에서 호국훈련 중인데 오늘 북한이 전언통지문을 보내와 북한에 대한 공격성이 아니냐며 좌시하지 않겠다는 항의가 있었다"고 전하고, "이 부분과 연계된 것이 있는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도 이날 오후 국방부 출입 기자들에게 "북측이 오늘 오전 사격훈련을 중지할 것을 요구하는 전언통지문을 보냈다"며 "(북측) 영해를 도발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알렸다. 사실상 북한은 우리측이 22일부터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실시중인 호국훈련을 문제 삼았다.
시간 순서에 따른다면, 북한은 오전 8시 20분경 전통문을 보내 호국훈련 사격훈련 중지요청을 했지만, 우리 군은 이를 무시한 셈이다.
합동참모본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오후 첫 약식브리핑에서 "(23일) 오전 10시 이후 우리 군은 호국훈련 일환으로 백령도와 연평도 사이에서 포사격 훈련을 했으나 백령도 서쪽 및 연평도 남쪽 우리 측 지역으로 사격을 했다"고 말했다.
우리 측은 북한의 영해에 포사격을 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는 북한 입장에서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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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합참은 이날 저녁 기자들에게 연평도에서 벌어진 포격은 호국훈련의 일환이 아니라 연평도 해병대가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통상적인 포격훈련이었다고 정정했다. 기자들이 보도를 잘못했다는 것이다. 통상 호국훈련의 규모와 참여부대는 매년 달라지지만, 올해의 경우에는 한국군 7만여 명과 궤도차량 600여 대, 헬기 90여 대, 함정 50여 척, 항공기 500여 대가 참가하며 미군도 상륙 훈련에 미 해병대 31MEU(상륙기동부대)가, 공군 훈련에는 미 7공군이 참가한다.
이와 관련, 오랫동안 대북관계를 연구해온 한 북한 연구자는 정부의 이 같은 해명과 관계 없이 정부의 잘못을 짚었다.
그는 "북한의 무력도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우리 국민의 안전을 사전에 대비하지 못했다면 철저히 정부 책임"이라며 "매년 다른 규모와 방법으로 열리는 호국훈련이 연평도에서 어떤 규모로 진행됐는지, 그것이 북한을 자극할 만한 규모였는지, 혹시라도 북한을 자극해 도발을 유발할 만한 행동을 한 것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 연구자는 "왜 합참은 북한이 이날 오전 8시 20분에 보냈다는 전통문 전문을 공개하지 않느냐"며 "이것을 비밀로 할 이유도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전통문에서 담고 있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아야 왜 북한이 이 같은 도발을 감행한 것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이 자체를 공개하지 않고, 호국훈련과 관계없는 것으로 치부한다면 오히려 국민들은 천안함 사태와 마찬가지로 의혹을 계속 키워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합참이 밝힌 '백령도 서쪽 및 연평도 남쪽' 방향이 알려진 것과 달리 '북방한계선'이 아니라 '합참통제선'이라면 내용은 또 달라지게 된다고 걱정했다. 합참통제선은 우리 군함도 드나들지 않을 정도로 조심하는 지역인데 만일 이 안에서 포사격이 실시됐다면 백발백중 북한의 군사도발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합참은 어느 지역에서 어떤 규모로 호국훈련이 진행됐는지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쟁점3] 향후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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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언급한 대로 한국전쟁 발발 60년 만에 국지전이 발생했다. 99년 제1의 연평해전과 2002년 제2의 연평해전에 이어 발생한 이번 무력충돌이 향후 국지전을 넘어 전면전으로 확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누리꾼들은 각종 온라인 게시판과 트위터 등을 통해 전쟁반대와 평화공존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더 이상 무력충돌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무력충돌 직후 트위터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평화 체제가 제도적으로 안착되기 전까지는 이러한 국지전과 소중한 인명살상은 간헐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남북의 '적대적 공생'을 '비적대적 공생'으로 바꾸는 남북 지도자의 결단만이 살 길"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 교수는 "북한의 맹동주의적 공격 때문에 남한에서는 반북분위기가 고조될 것"이라며 "한국사회의 각종 중요한 의제는 당분간 묻힐 것이고 결과적으로 북한의 이 같은 행동은 남한의 진보에 방해가 된다"고 우려했다.
김근식 교수도 "북한도 확전은 원치 않을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선택을 강요하는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또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여론"이라며 "우리 국민은 천안함으로 무려 36명의 장병이 희생됐을 때도 전쟁위기가 격화하면 안 된다는 평화여론을 주도했었다"고 말했다. 전쟁위협이 고조돼 위기가 높아지면 국민 스스로 '전쟁반대' '평화공존'을 외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북한 연구자는 "남북 서로간 도발을 유발하는 게임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며 "지난 10년간의 노력으로 이룩한 한반도 평화를 한꺼번에 무위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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