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vel & Others/자동차 관련

예절과 국민의식, 자동차 운전

Steven Kim 2008. 4. 23. 08:35

제가 처음 영국의 Chessington이라는 Surrey 의 한 동네에 방 한칸을 마련하고 정착 하였을 때 에는 이런 저런 모든것이 죄다 낯설고  피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시절 대한민국에서 건너온 이방인 의 눈 에 정말 부럽고 신기하게 여겨지던 몇가지가 있었습니다.(제가 서울을 떠날당시에는, 교통위반에 걸리면 교통경찰이 운전석 앞문을 열고 부츠를 �은 다리를 살짝 올려놓곤 했고, 운전자는 그 부츠 안에다 5000원짜리 한장 찔러 넣어 주면 만사 오케이 던 시절 이었습니다.)

 

1. 좁은도로 양방향 통행

죄다 오랜 옛날집들로 빼곡한 영국의 주민 거주지역은 도로변으로 집들이 쭉 들어서 있고, 도로 양쪽 집앞에는 자동차들이 도로변에 주차를 해 놓습니다.

 

차고가 있는 집에는 차고에 차를 집어 넣게 되는데, 이때 차고가 있는 차의 보험료는 길가에 파킹 하는 차에 비해 훨씬 더 쌉니다.차고에 차를 집어넣는 수고대신 보험료를 깍아 주는 것이지요. 이 나라는 모든것이 합리적 입니다.(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합리적인 법을 만들기 때문 이지요.)

 

차고가 없는 집들 앞 도로변에 주차하는 방식은 동네마다 별도로 정해져 있습니다. 도로가 조금 여유가 있는 곳에서는 일렬로 자동차를 주차 시키고, 도로가 조금 좁은 도로에는 자동차의 한쪽 바퀴를 인도에 걸쳐올려 일렬로 주차 하여도 법적 제재를 받지 않게끔 되어 있습니다.(우리나라 국회의원님들도 좀 제대로 합리적인 법을 만들어 주기 바랍니다. 제발, Please..)

 

도로에 주차되어 있는 차 들 때문에 주택가 도로는 차량 한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습니다.그런데 이런 좁은도로가 일방통행이 아니고 양방통행 입니다.(우리나라 같으면 양방향에서 오가는 차들이 서로 대가리를 맛대고 오도가도 못하게 될 것이 뻔 한 상황 입니다)

 

신기하게도, 이런 주택가 좁은도로에 차가 막히는 법이 없더군요. 진짜루 신기하다 신기해.....

 

아무리 좁은 도로라도 차 한대가 피 할 수 있는 공간이 늘상 있기 때문에(예를 들어, 주차된 차 가 빠진 공간) 상대방 차 의 기척이 보이면 즉시 자기가 먼저 그곳으로 차를 대어 양보 하기 때문입니다. 저만 먼저 가려다 보면 서로 대가리를 맛대게 되고, 다시 뒷차가 와서 기다리게 되면서 앞차의 상황을 모르는 차들이 계속계속 꼬리를 물게되고 결국은 너 나 나나 모두가 다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기 때문에 이런 경우를 피하기 위해 우선 상대방이 먼저 지나가도록 먼저 양보하는 것이 생활화 되어 있기 때문에 신기하다 싶을 정도로 막히지 않게 됩니다.(인도인의 밀집거주지역에서는 경우에 따라 도로가 막혀 난리법석이 나곤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습니다.)

 

2. 라운드어바웃(Roundabout) 시스템

우리나라로 치면 삼거리 나 사거리 로타리 교차로 인데요. 영국 교차로에는 교통신호가 없는 곳이 많습니다. 교차로(삼각지)의 차량 주행 로타리에 먼저 주행하는 차가 있을 경우 로타리로 진입하기전의 차 들이 무조건 양보하여 기다리다가, 주행 로타리에 차가 없다 판단되면 자신의 차를 진입 시키는데, 이것이 정말 신기할 정도로 원활하게 준수 되며 차가 막히는 법이 거의 없습니다.(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는 운전자의 양식이 영국의 라운드어바웃 시스템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런 신호등이 없는 로타리를 라운드어바웃(Roundabout) 이라고 하며 영국 특유의 교통시스템 입니다. 성질급한 라틴국가인 프랑스에서도 신기하게 잘 돌아가는 영국의 라운드어바웃 시스템을 도입 했다가 결국 자동차들이 오도가도 못하는 쌩난리가 난 이후 도입을 철회 하였다고 하더군요.

 

3. 자동차로 "탱큐" 표시 하기

어쩔수 없이 차선을 바꿔줘야 할 때 방향지시등을 켜고 서서히 주행하면 뒷차가 속도를 �추고 안전하게  앞차가 차선을 바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양식있는 드라이빙..요즘 이런 양식있는 운전자들이 우리나라에도 눈에띄게 많아진 것을 피부로 느끼며, 대한민국의 희망을 봅니다.

 

불과 얼마전 까지, 옆 차선으로 차선을 바꾸기 위해 깜빡이를 켜면 뒤에 오던 차 가 오히려 더 속력을 내어 차선변경을 방해하던 경우가 항다반사 였습니다.(촐싹대는 뒷차를 먼저 보내려면 살짝 깜빡이를 켜주면 내내 뒤따라 오던 차가 미친듯이 갑자기 쌩 하고 달려나와 먼저 지나간다고 낄낄대며 한국인들을 흉보던 외국녀석들....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입니다.)

 

안전하게 차선을 바꾼 앞차는 차선변경을 도와준 뒷차에 고맙다는 표시로 뒷 비상등을 두서나차례 깜빡 하여 줍니다.(이런 감사의 표시, 우리나라에서 전에는 전혀 없었는데, 요즘은 무쟈게 많이들 합더군요.배려심있는 상대방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 정말 긍정적 현상 입니다.)

 

영국에서는, 앞차가 감사의표시로 비상들을 깜빡이면, 뒷차는 헤드라이트를 살짝 켰다 꺼줍니다. "Thank you"  에 대한 "You are welcome" 이라는 답변 이지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you are welcome 이라는 표시를 헤드라이트로 하는 자동차는 거의 보지 못하였니다. 한국에서는 헤드라이트를 껐다 켰다 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 너 까불지마 !!!! " 라고 위협하는 표시 입니다...ㅎㅎㅎ.

 

요즘들어, 고마움을 표시하는 앞차 운전자가 깜빡이를 깜빡이면, 영국에서 하던것 처럼 "천만에요" 표시로 헤드라이틀 잠깐 켰다 꺼주기를 합니다.

 

4. 한대한대씩 순서대로

양쪽의 차가 합쳐지는 교차점에서, 영국에서는 거짓말 처럼 진짜루 양차선의 차량들이 서로 서로 한대한대씩, 앞차가 들어가면 다른차선의 다음번 차가 들어가고, 차례차례로 한대 한대씩 순서대로 차선변경 원칙이 신기할 정도로 100% 정확히 지켜집니다. 한국처럼 눈치봐서 잽짠놈이 먼저 대가리 밀어넣면 장땡인 경우는 전혀 없습니다.

 

한대한대씩 순서대로 차선바꾸기에 익숙해졌던 터라, 한국에 돌아와서도 똑같이 순서대로 하려다 보니..이런세상에...완전 나만 봉 이더만요. 

 

다른차 먼저 보내고 그다음에는 이제는 내 차례구나 하고 들어갈려다 보면, 어느새 먼저 보내 줬던 차 의 뒷차가 휘리리릭 대가리를 쳐 밀고 들어옵니다."그래 바쁜 모양 이구나, 먼저가세요" 다시 양보하고 다음으로 차선을 변경하려고 하면, 또 그 뒷차가 빵빵 거리고 휘리릭 대가리를 쳐막고 들어서고..어쩔수 없이 또 양보하고....양보하고....그렇더니 이제는 내 뒤에 서 있던 차 마저 빵빵빵 거리며 빨리 겨들어가지 뭐 하고 자빠졌냐고 쌩난리 치고...ㅎㅎㅎ 정말 세상이 각박하다 각박혀...

 

그저 아주 작은 일상의 상대방에 대한 배려, 정말 별것 아닌 이러한 개미허리만큼 사소한 남에 대한 배려가 국민의식 과 상식, 그리고 국가를 변화 시키는 어마어마한 저력이 됩니다.

 

상대방에 대한 아주 사소한 배려심이, 일반화 된 국민의식 과 상식으로 자리잡는데, 제대로 초등학교나 유치원 부터 차근차근 교육 시키면 대략 한 60 년 정도 걸리는 듯 합니다.

 

왜 얄미운 일본놈들이 한국이 한류니 뭐니 해서 제 아무리 잘났다 하더라도 자기나라 따라 올려면 앞으로 한 60년 정도 걸릴꺼라고 하는지 이해가 될랑 말랑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