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imbing/등산·캠핑 이야기

산에서의 우연한 만남

Steven Kim 2008. 1. 14. 21:59

산행 스케쥴을 모두 취소 한 토요일, 모처럼 만에 반가운 친구에게서 솔깃한 제의가 있었지만, 세찬 북풍한설 몰아치고 사방에는 어둠만 가득한 그러나, 먼 하늘 별들 이 초롱초롱 보여지는 삼각산에서의 나홀로 비박을 하고 싶어서 (그리고 침낭 밑 메트리스에 깔린 소복한 눈덩어리들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뽀도독,뽀도독 나는 소리를 들으면 꿈나나로 가는 정감이 너무나 좋아서....) 후다닥 배낭을 싸들고 나홀로 비박을 위해 삼각산으로 길 을 나섰습니다. 

 

나홀로 깜깜한 숲길을 오를라 치면, 아무래도 좀 등짝이 오싹오싹 해 지곤 할 때가 있는데 (특히 도선사 입구에서 영봉입구 하루재에서는 유독 더 오싹 해지던데, 거참 이상하데요..이곳에서 목매 자살 하였던 어떤 불쌍한 처자 의 시신을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야 발견 하였던 사람들의 당시 상황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더욱 더 이런 증상이 심합니다용..에공...)

 

오늘은 뭔 일 이 있어도 절대 무서워 하지 말자 마음을 다잡고, 헤드렌턴을 켜고 어둠 속 산길로 들어 서는 순간..두근두근....콩당쿵당.....

 

그때 어둠속 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누군가 뒤에서 나를 부릅니다 !! 

 

에구머나나, 깜짝 놀라서 뒤 를 돌아다 보니 바로 1년전 오늘 쯤. 어둠속 삼각산 비박중 우연히 만나 밤새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멋진 엘리트 산악인 두분(산악인 이철주 의장님과 국무총리실 강명은 비서관님)입니다. 정말 반가웠습니다. 이분들도 오늘 비박을 하려고 삼각산을 오르는 중이네요.

 

오랫만에 함께 다시금 어둠이 한껏 내린 삼각산 인수야영장에 모여 산 사나이들의 순박한 정이 진하게 담긴 알파인 술잔을 여러차례 돌려 마시며 정감어린 대화로 재회의 만남을 한껏 즐겼습니다.

 

온통 어둠속 삼각산에 나홀로 남아 어떨때는 머리카락이 쭈빗 쏫는 무서움과, 어떨때는 발가락이 떨어져 나갈듯 에리는 추위와, 또 어떨때는 끝없는 외로움과 함께 하며 우연히 알게된 만남들;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남편 산악인의 멜로디를 따라 나지막 하게 설악가를 부르던 아내 산악인이 생각나에요.언젠가는 이분들 부부 산악인 과 함께 우연히 조우하여 낭만속 에서 삼각산의 추운 겨울밤이 깊어간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설악의 운무 속 저 멀리 꿈 처럼 보여지던 소설 속 작은 암자 "오세암".

 

찰라적 현실로 다가 왔다가 꿈같이 홀연히 사라져 버리는, 몽상적 아름다움에 숨이 막힐 듯 황홀한 거산고봉의 일몰전 운무 와 같았던 오세암을 연한 또 다른 만남. 삼각산의 청명한 산새소리와 상큼하게 피부를 파고들던 청량한 산속의 아침기운 과 함께 환한 웃음 속 에 깊은 고뇌를 감추 듯 다소곳 피어났던 꽃, 아름답고 가엾은듯 신비한 "연인화".....

 

산을 찿기 시작하면서 두번째 맞이한 대한민국의 겨울산 입니다. 다음주 부터 또 다시 시작되는 장기간 외유 출발을 앞두고 아마도 다시 귀국 할 때 쯤 이면 늘상 염원하며 그 안에 들어 맘껏 설국을 꿈꾸고 싶은 대한민국의 눈 덮힌 흰 겨울산은 더 이상 볼 수 없을 듯 합니다만, 감동스러움과 반가움 그리고 아쉬움이 함께 한 산 을 통한 인연들을 잠시 생각 하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