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imbing/등산·캠핑사진(Picture)

07년 12/21-12/23 지리산: 조난, 삶과 죽음, 피 보다 진한 산우애

Steven Kim 2007. 12. 24. 11:07

23일 일요일 밤 10시 30분, 경상남도 함양을 출발한 버스가 불야성으로 가득한 동서울 터미날로 진입 하면서 삶 과 죽음에 대한 생각이 현실로 스쳤던 지리산 등반을 마감 합니다.

 

하체부상과, 탈출로에서 넘어지면서 접질러진 오른손 세째마디의 손가락이 심하게 부어 오르고, 얼음 과 눈 으로 뒤덮힌 탈출로, 얼굴을 에리는 찬바람,극한의 갈증, 이러다 잘못하면 죽을 수 도 있겠구나 하는 두려움을 실제 느껴본 평생 잊지 못 할 지리산 등반 이었습니다.

 

등반을 시작 한 이후 처음으로 험로설산에서의 "조난"이 남의 일이 아니고 나에게도 닥칠 수 있다는 현실감이 찰라적으로 감지 되었고,극한의 인내심 끝에는 "탈진" 이라는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무서운 현실이 실존 하는 것을 뼈져리게 느끼고, 극한 상황에서 자신을 기꺼이 희생 할 수 있는 "산우"와 함께 있다는 것 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체험 한 참으로 귀중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2007년 12월21일 금요일 밤 11시 30분에 지리산 비박등반을 위해 머리 위까지 높게 올려 팩킹한 베닝을 지고 집을 나섭니다. 새벽 12시30분 사당역에서 이번 지리산 등반팀의 리더의 강명호씨를 만나 수원에서 출발하는 지유민 팀과 합류 할 예정...

 

어둠으로 잔뜩한 새벽 5시경 들머리인 지리산 XX계곡 초입에서 등반시작......비박장비로 가득한 배낭의 무게(약 20 킬로) 가 느껴지기 시작 하면서, 오른쪽 엉덩이 부분에 통증이 시작 됩니다. (발걸음을 옮길 때 마다 엉덩이와 허벅지를 연결하는 뼈부위가 심하게 에리는 통증), 고도계를 보니 해발 900 미터 지점......

 

 

(지리산 초입 낙엽길)

 

1780 미터(정확한 고도는 다시 확인 예정)의 지리산 XX을 향해 전진 하는 전체 산행팀의 진행을 방해 하지 않기 위해 꾹 참고 오르기를 계속 하였지만 이미 눈덮힌 산경을 즐기며 등반을 하기 보다는 인내력 을 검증 하는 인고의 등산......

 

1300 미터 지점에서 이번 등반팀의 강명호 등반대장 이 본인의 상태가 정상이 아닌것을 감지 하기 시작, 이때부터 앞으로 평생을 잊지 못 할 두사람, 강명호 와 강기주, 의 필사적 도움이 시작 됩니다. 대퇴부의 통증으로 한걸음 옮겨기가 쉽지 않고, 통증을 참느라 입술을 깨물고 걷다보니 샘솟듯 땀이 나고,얼마나 땀을 흘렸는지 등반모자 챙 에 맷힌 땀방울이 마치 빗방울 쏟아지듯 흘러 떨어져 안경을 쓸 수 없을 정도 입니다.

 

 

 (내색은 하지 않고 있지만 대퇴부의 통증으로 얼굴이 편치 않네요...ㅎㅎ.....)

 

(등로에 오른발을 올리기가 두려울 정도로 참기힘든 통증을 느낍니다.) 

 

강기주씨가 배낭의 약간 가볍다 느껴지는 자신의 배낭을 나에게 주고, 무거운 내 배낭을 대신 짊어지고 등반을 계속.....해발 1500 미터 지점에서 보여지는 지리운해 속 반야봉 정상의 몽환적 황홀경( 곧 사진을 올릴예정) 에 이곳 까지 올라오면서 느꼈던 하체부위의 고통을 잠시 잊어 보았지만, 그것도 잠시, 오늘의 비박지인 XX 부분으로 접근 하는 약 200 미터 정도의 등반코스 가 계속되는 하체통증으로 지금까지 올라온 등반코스 보다 더 힘들게 느껴 집니다.

 

(반야봉 정상만을 보여주며 지리를 감싸안은 특별한 운해 와 일몰) 

 

헤드렌턴의 건전지 가 다 달아서 지척을 분간하기 힘든 어둠이 내리고, 강명호씨가 자신의 헤드렌턴을 벗어 씌워 주더니, 급기야는 본인의 배낭을 벗겨 머리에 이고 등반을 계속.......어렵사리 비박지에 도착 하여 특별함을 한잔의 술로 나누는 동안에도 앉아 있기 힘들 정도.....겨우 비박색을 펼치고 침낭과 침낭카바로 비박준비, 잠자리에 듭니다.

 

아침 7시.....내 몸이 내 몸이 아닌듯 무겁게 느껴 집니다.비박색에는 서리가 꽁꽁 얼어 붙어 있고, 어제밤 벗어논 몬츄라 방풍자켓은 딱딱하게 얼어 붙어 더 이상 입기가 불가능 합니다.

 

(밤새 수면을 도와준 비비색 겉은 몽땅 얼어 붙어 버렸지만, 안에서는 포근하게 잠을 잤습니다.) 

 

2006년 12월30일 천왕봉 일출 이후 지리산에서 맞이하는 생애 2 번재 일출광경.....황홀 합니다. 장비를 챙겨 서둘러 출발 하는 팀을 �아 걸음을 옮겨 보지만 어제보다 더 심해게 느껴지는 하체통증.....본인을 보조 하며 후미에서 등반을 하던 강명호 대장이 본인의 상태로 더 이상 등반은 무리라고 판단, 탈출을 결심 합니다. 본인 앞에서 걸음을 마추어 주던 오랜 워킹산우 강기주씨도 본인의 탈출에 구지 동행을 자청 합니다.

 

(항상 특별한 감동을 주는 지리의 일출)

 

(생애 2 번째 감동과 함께 목격한 지리의 일출을 기록 합니다.) 

 

오늘 등반팀의 산행대장인 강명호 등반 대장 과 바쁜 일정 속에서 오늘의 특별한 등반을 벼르고 벼른끝에 참여한 강기주씨가 나 때문에 도중 등반을 포기 하는 것이 못내 미안 하여, 구지 홀로 탈출 하겠다고 우겨도 보았지만 두사람의 결심을 바꿀 수 가 없습니다.(사실 이때 만약 홀로 내려 왔다면 지금 이순간 이 글을 쓸수 없었을 지도.....)

 

탈출로는 XX에서 치말목 산장을 통과 XX를 거쳐 산청으로 내려가는 코스.....온통 흰눈에 덮힌 약 5 시간의 코스라고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지는 하체통증...한 발자욱 떼기 조차 너무나 힘이 듭니다. 땀이 구슬져 흘려 내리고, 그저 멍한 상태, 극한의 갈증이 느껴지며, 더 이상 걷기가 불가능 합니다. 그냥 그자리에 쓰러져 자고 싶은 생각 뿐.....

 

발에 힘이 없으니 얼어붙은 눈길을 걷기가 쉽지 않고, 중간에 미끌어 넘어지면서 등반스틱의 손잡이가 뚝 끊어지고 오른손 세째 손가락이 심하게 접질러 지면서 상황이 더욱더 악화 됩니다.(벗은 배낭을 들어메는 것 이 불가능)

 

 

 

앞서고 뒷선 강기주씨와 강명호씨가 여러가지 우스게 이야기로 본인의 의지를 복 돋아 주고.....한걸음 한걸음 어렵사리 눈속에 발자욱을 남기며 전진...걷고 또 걷고.....얼마를 가다 보니 설경속 멀리 치말목 산장이 보이기 시작 합니다.(산장 모습이 이렇듯 반가울 수 가....내심, 이곳에서 하루를 쉬고 가야 겠다는 생각이 순간 스칩니다.)

 

 

 

치말목 산장에 몰아치는 세찬 바람을 피해 협소하지만 바람을 막아주는 장소로 대피, 라면을 끓여 허기를 달래고 뜨거운 커피 한잔을 마시니 에너지가 어느정도 회복 되는 듯....

 

그러나 앞으로도 최단코스를 선택하여 하산 한다 하더라도 평상속도로 3시간 이상을 더 걸어 내려가야 합니다. 과연 내려 갈 수 있을 까 ????

 

이때 강명호씨 제안을 합니다. 강기주씨의 배낭을 자기 가 함께 지고, 내 배낭을 강기주씨가 지고 내려 갖고.....더이상 탈출시간이 지체 되면 위험하다고....

 

그러나 내심 나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고 내 배낭을 자신의 배낭 과 함게 짊어지고 갈 생각 인 듯.....

 

20킬로 가 넘는 대형 배낭 2개를 한 사람이 짊어 지고 내려가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불가능 한 일......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강기주씨 역시 20킬로가 넘는 비박배낭을 대신 메고 가는 것...불가능한 일 입니다.

 

절대 만류를 하였지만, 이미 두사람의 의지를 꺽을 수 없습니다. 너무나 무모하다 싶은 두사람의 결정에 참으로 감사함을 느낍니다. 

 

이때부터, 대형배낭2개를 함께 짊어진 강명호 등반대장 과 남의 100리터 배낭을 대신 멘 강기주씨, 그리고 손목대가 끊어진 알파인 스틱으로 겨우겨우 걷고 있는 본인....3 인조 의 필사적 탈출 산행이 시작 됩니다. (지정로가 아니기 때문에 만나는 등산객이 드물지만, 하산 중 마주친 다른 3인조 등산인 이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대형배낭을 두개 묶어 맨 산행대장...힘든 모습이 역력 합니다.)

 

대형배낭 두개를 짊어진 강명호씨의 모습, 조만간 사진을 얻게 되면 이곳에 올릴예정 이구요. 머리를 한참 넘어선 그레고리 100리터 대형배낭을 둘러면 강기주씨의 모습 또한 사진을 얻게 되면 이곳에 올려 그날의 탈출 여정을 기록으로 남길 생각.......

 

(내 배낭을 대신 메준 강기주씨...등판이 익숙치 않은 무거운 배낭을 멨지만 웃음을 잃지 않습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산장을 출발하기전...강명호대장 과 강기주씨의 비장한 모습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제 조금 더 가면 인가 가 나온다고.....배낭의 중압감...무릎을 제대로 펴지도 못 하는 모습)

 

끝날것 같지 않았던 하산길......얼마를 내려 갔을까....저 멀로 아랫쪽에 집 몇채 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산골 마을이 보이기 시작 합니다. 눈물이 핑 돌 정도로 반가운 인가 의 모습 입니다. 이곳 산골 마을이름이 산청 이라고 하던데......

 

(천신만고 끝 에 산청마을 입구 도착...강기주 씨와 기록촬영)

 

(어깨가 끊어질 듯 한 고통이 있었을 텐데도 조크를 잃지 않은 강명호씨..탈출종료 기록사진.)

 

이곳 까지 강명호씨가 택시를 불러오고, 어렵사리 함양으로 가서 마지막 서울행 버스를 타고 귀경길을 제촉........서울로 오는내내 그저 정신없이 쓰러져 잠에 빠져 들었고 눈을 떠보니 저 멀리 보이는 서울의 불야성, 이제 드디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피부로 느껴 집니다. 

 

앞으로 체력의 안배 없이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장시간 등반 하여야 하는 무리한 비박산행은 자제 하려고 합니다.

 

적절하게 탈출을 결정한 등반대장의 현명한 판단 과 본인의 주장에도 불구 솔로탈출을 절대 허락 하지 않았던 두명 산우의 산행경험, 그리고 헌신적인 희생정신이 없었더라면 세찬바람 몰아치고 눈 과 얼음으로 뒤덮힌 지리의 험로 에서 탈진 하여 주저앉아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추위에 몸이 식어가는 고통스런 조난을 피하지 못 하였었을 것을 생각 하면 지금도 소름이 돋으며 아찔합니다.

 

지금도 하체의 통증 과 심하게 부어오른 오른손이 매우 거북 하지만, 구름속에 잠겨 정상의 모습을 보일듯 말듯 보여준 반야봉의 아름다움 과 비박지에서 맞이한 지리산의 일출의 감동과 함께 눈속을 함께 격려하며 탈출 하던 피 보다 진한 두 산우의 산우애는 평생을 잊지 못 할 듯 합니다.

 

두 산우에 대한 고마움을 영원한 기록으로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