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7시 30분에 함께 비박 하기로 하신 분들 과 모여 (매우 전문적인 산악인들이며 비박산행 참가를 엄격히 제한 하지만 본인의 참석을 기꺼이 허락하여 주셨습니다.)서둘러 출발한 기차가 청량리에서 4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강원도 태백
기차에서 내리자 피부로 느껴지는 강원도 산고을의 매서운 추위가 대단합니다. 태백에서 다시 버스로 온통 얼어붙은 산길을 지나쳐 30 여분을 조심스레 달려 들어가니"상동읍" 이라는 전에는 탄광촌이었다는 얼음으로 뒤덮힌 마을이 나타납니다. 올들어 처음 제대로 된 강추위가 닥친 혹한으로 온 마을이 온통 눈과 얼음으로 뒤덮혀 있고 인기척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스산함과 쓸쓸함이 가득한 옛 탄광촌의 모습에서 흥청거림은 사라진지 오래인듯 합니다.
상동읍 부터는 온통 얼어붙은 도로사정으로 버스운행이 취소 되였다고 하여 차가운 강원도의 산바람을 맞으며 비박팀 전체가 그냥 걸어가기로..차 없으면 걸으면 되고 .날 어두워지면 그냥 그 자리에서 자면 되고..
만경사라는 이정표와 첩첩산으로 이어진 눈덮힌 산길이 나타나고 허스름히 걸쳐진 "장산" 등로 안내판이 을씨년 스럽기 까지 합니다.
혹한의 강원 산 속의 강추위. 피부를 파고드는 찬바람이 실로 매섭 습니다.
만경사라는 조그마한 절 옆으로 난 수계로 이곳이 계곡이었리라는 짐작 뿐 온통 얼어붙어 눈 과 커다란 고드름 얼음천지, 늘상 꿈구던 절대의 "겨울나라" 가 바로 이곳에 있었습니다. 돌비석이 세워진 자그맣고 정겨운 약수터 와 눈 덮힌 자그마한 절에서의 풍경소리
발목까지 쌓인 눈이 밟히는 비등로를 묵묵히 걸어 오릅니다. 뽀드득 뽀드득 순설 밟히는 소리가 유난스레 가까이 들립니다. 순토의 고도계가 해발 900 미터를 나타내는 지역에 비박을 하기로 결정.경험많은 한 분이 지금 현재의 기온 족히 영하 20도를 넘을 거라고 합니다. 산행중 흘렸을 땀이 순식간에 하얀서리가 되어 등산복에 굳어집니다. (함께 하신분의 순토시계로 비박중 최저온도가 영하 29.8도 까지 하강 하였다 합니다. )
등산 중 목 마르면 수통을 꺼내지 않고 편하게 마시기 위해 베낭에 장착한 카멜백의 물호스는 이미 돌덩어리 얼음으로 변해 사용 불가능 합니다(동계 비박산행 중에 카멜백은 무용지물 입니다.초짜의 실수....동계 혹한 산행시 모든 물은 완전 얼음덩어리로 변합니다).실로 처음겪어보는 상상을 초월한 매서운 강추위 입니다.
보드카에도 샤베트얼음이 비치고 소주는 꽁꽁 얼었습니다.모든 수통의 물들은 얼음 덩어리가 되어 버린지 오래 입니다.
맨살을 드러내는 즉시 살을 에리는 강추위에 맨손으로는 도저히 비박장비를 펼칠 수 없는 상황 입니다. 두꺼운 장갑을 끼고 비박을 위한 준비를 하는것 조차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배낭은 꽁꽁 얼어서 제대로 열어지지도 않는 경우를 처음으로 봅니다. 늘상 애용하는 고무재질의 에어배게는 혹한의 강추위에 플라스틱처럼 굳어져 버렸고, 등산 중 입이 타면 하나 까 먹을려고 주머니에 넣고 등산하던 귤은 이미 딱딱한 돌덩어리.
눈위에 비박색을 설치하고 침낭 속에 들어 밤하늘의 별을 바라다 봅니다. 오늘따라 달이 유난히도 밝게 비춥니다. 별들도 총총히 산속에 빛을 내려 줍니다. 침낭속에 묻혀 말꼼히 눈만 내놓은 눈가 주위 피부를 에리는 듯 한 새벽 산중의 살인적 혹한이 살며시 무섭게 까지 느껴집니다.
새벽 산중의 강추위는 정말 대단합니다. 침낭안에 얼굴을 묻고 내쉬는 숨 의 수증기가 비박색에 바로 얼어붙어 응고되는 것이 눈으로 보여집니다. 어떻게 잠이 드는지도 모르고 스르륵 잠들었다가 인기척에 놀라 눈을 뜬 새벽 아침.서둘러 장비를 챙겨 다시 "장산" 정상을 항해 등산을 계속 합니다 1408.8 미터의 장산이 쉽사리 정상의 자리를 내보여주지 않습니다. 가파른 비등로을 오르고 내려가고 또 오르고 억새풀속의 눈은 무릎높이를 넘어 섭니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에 길을 뜨기 위한 러셀링을 하며 눈을 헤쳐 전진하는 선두 산행대장은 아마도 뒷따르는 사람보다 몇배는 더 힘들 듯......눈덮인 설산의 위용 실로 대단 합니다. 산행팀 8명 전원이 85리터급 이상의 대형배낭을 짊어지고 눈길을 혜쳐 급경사를 오르다 보니 무척 힘이 듭니다.
매서운 추위를 뚫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계속 전진."장산"의 정상이 멀지 않은 듯 싶은데 엄습하는 엄청난 허기와 체력저하로 그저 그자리에 주저않고 싶은 생각이 굴뚝 입니다. 산행의지를 북 돋기 위해 본인 뒤를 따르던 등반산우의 한마디 역시 강원의 1400 고지 설산들은 양가집 규수와도 같이 자신을 쉽사리 보여주지 않는다고..꼭꼭 숨어있는 규수 만나기가 어디 쉽겠냐고...ㅠㅠ..
흰눈에 둘러쌓인 1408.8미터의 "장산" 정상.구름한점없는 맑디맑은 날씨.태백의 설산들이 모두 한 눈에 들어 옵니다. 저 까마득한 발 아래로 꽁꽁 얼어붙은 호수와 같은 저수지의 모습이 한 점으로 보여 집니다.
견디기 어려운 강추위속이지만 정상에서 한참을 머물렸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장산" 정상에서 보여지는 장면을 기억에 남기고 싶어지는 심정 누구나 마찬가지 인 듯 합니다.
설산을 뚫고 하산하는 일 정말 만만치 않았습니다. 오르는 것 보다 더 힘들다 느껴질 정도.배낭을 잡아체는 수묵히 눈쌓인 앙상한 나무가지들...입에서 단내나게 만드는 깔닥고개를 3개나 넘어셔서야 겨우 내리막으로 접어든 힘든 하산길이 평생 잊혀지지 않을 듯
어평리 입구로 하산 하던 중 얼어붙은...갯물의 얼음을 픽켈로 찍어내어 얼음 알탕.....머리에 묻은 물이 바로 얼음으로 변해 버리고 치약은 꽁꽁 얼어붙어서....사용 불가능.....
생전처음 겪는 특별한 경험 이었습니다.
눈으로 뒤덮힌 강원도의 오지 "장산" 의 에네르기에 취한채 밤 늦게 도착한 서울....휘양찬란한 네오사인이 반짝이는 또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습니다.
장산정상에서 어평리로 내려가는 내리막 등로
비박지에서 Vivouac Firing
장산 의 정상으로 향하는 험난한 산행.안경을 쓰면 안경에 서린 김이 바로 얼음으로 변해 버리는 혹독한 강추위
만경사 입구로 가기전 패스한 상동읍 끝부분.온마을이 눈 과 얼음으로 덮혀 있고 사람의 인기척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삭막함.옛 탄광촌의 영화는 간곳이 없고......영하 20도 이하의 산중 강추위 속 알몸욕.바로 얼어죽을 정도의 혹한에서 보통때 같으면 웃통을 벗을 용기가 털끌만큼도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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