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imbing/등산·캠핑사진(Picture)

06년10월4일 첫비박 어둠속 바람소리

Steven Kim 2006. 10. 5. 13:09

꼭 한번 해 봐야지 염원 하던 높고 높은 백운대에서의 나홀로 비박.

 

백운대를 산행하는 토요 산행팀과 백운대 정상에서 조우한 후 산행팀은 저녁무렵 하산 하고 홀로 백운대에 남아 고대하고 고대하던 비박을 하였습니다. 산행팀이 하신하기전 찍어 준 몇장의 사진들과 함께 비박기를 올립니다.

 

 

미리 봐둔 인수봉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깍아지른 듯한 절벽근처, 그러나 주변이 나무로 가려져 있어 굴러 떨어질 것 같지 않는 아늑함이 느껴지는 절벽바위 위에 위치한 비박하기 딱 좋은 장소에서 생애 첫 산속에서 나홀로 비박을 실행 하였습니다.

 

연휴를 맞아 차곡차곡 지난 10년 동안 준비하여오고 생각 하였던 데로 비박산행을 실행 한 것 입니다. 미리 점 찍어둔 비박지에 도착, 비박 준비를 하는데 워낙 오랫동안 준비하여온 비박이다 보니 생전 처음 하는 비박이지만 장비를 셋업하고 나름 이런저런 준비를 하는데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알미늄 메트를 깔고 그 위에 비박색(1인용 텐트)을 설치하여 땅으로부터의 차가운 습기를 막고 푹신한 슬리핑 쿠숀을 위해 "케스케이드"의 "서마레스트 프로라이트 4" 에어메트를 텐트안에 넣어보니 어쩜 이렇게 텐트와 에어메트 사이즈가 "딱" 맞는지 장비를 잘 장만 한 듯 합니다.(실제로 집에 있는 침대마냥 매우 편안한 잠자리 였습니다)

 

좀 어둑해지는가 싶더니, 산속의 절대암흑은 정말 순식간에 찿아 왔습니다. 낮 동안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대던 백운대에도 사람의 인기척이 점차 없어지며 저녁 7시 어둠이 순식간에 몰려 오고 갑자기 인기척이 어둠이 갑자기 내리듯 뚝 끊게 버립니다.

 

"자 !! 지금부터는 나 혼자다 !!!"

 

홀로이 남아 있는 비박지에 숨막힐 듯한 정막감 과 어둠이 내립니다.

 

가스렌텐에 불을 밝혔습니다. "쉭쉭쉭쉭" 가스렌턴 소리만이 주변의 적막을 파고들뿐 아무런 기척이 없습니다. 적막감 과 어두움속에 살며시 찿아드는 두려움

 

발아래 까마득한 칠흙의 절벽 밑에는 서울의 야경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습니다. 비박지 바로 앞에 있는 바위정상 칡흙의 어둠속에 홀로 앉아 서울의 야경을 한참동안 내려다 봅니다.

 

참 아름답습니다.

 

저녁 9시가 되면서 바람한점 없던 백운대 정상에 거센 바람이 불기시작. 마치 만화영화의 매직과도 같이 갑작스레 바람이 불어 대기 시작 하는 것이 신기 합니다. 바람한 점 없던 산에 어둠이 내리자 바람이 이렇듯 거세게 이는 것이 참 특별하다 싶네요. 일반산행용 방풍자켓으로는 파고드는 바람 냉기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 준비 하여간 우모복을 꺼내 입으니  한결 포근함이 느껴 집니다.

 

 

비박지에 꿍탕거리는 가슴을 쓰다듬으며 가만히 있으니까, 컴컴한 숲속 저편 에 흰옷입은 할머니가 이쪽을 노려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괜히 무서워져서 좀 움직여 보는 것이 좋을듯 합니다..

 

"움직이자 !!.움직여 !!" 칠흙의 어둠으로 가득한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 합니다.

 

백운대 마당바위쪽은 달빛으로 어느정도 주위를 볼 수 있어 헤드렌턴을 켜지 않고 탐색 하였으나 나무숲이 있는 비박지 부근은 달빛에 관계 없이 주변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완전 암흑세계.

 

낯에는 전혀 들리지 않았던...백운대 정상의 태극기 휘날리는 소리가 특별 합니다.깜깜한 백운대 정상에는 인기척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그저 모든것을 휩쓸어 버릴듯 불어대는 바람소리만 가득.

 

불어대는 강풍이 얼마나 쎈지, 서 있기는 켜녕 웅크리고 앉아 있기도 힘들 정도........

이제 정말 이 높은 절벽위에 나 혼자 뿐이구나. 갑자기 등꼴이 오싹해지며 에구구구 무서버라.후다다닥 비박지로 후퇴.....

 

비박지를 밝히고 있는 가스렌턴의 불빛이 정겹습니다. 등꼴이 자꾸 자구 오싹 해져 절벽에 찰싹 붙어서(귀신은 항상 뒤에서 나타나는 법...) 버너를 켜 물을 끓이기 시작 했더니 부글부글 물 끓는 소리가 정겹습니다.

 

발아래 속세는 여전히 불야성을 이루고 있네요.

 

라면으로 허기를 채우고 냉기를 가시기 위해 뜨거운 물을 마시며 발아래 세상을 구경 하고 또 하고 생애 첫 비박산행을 마음껏 즐겨봅니다. 비박지 선정을 잘 해서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을 뒷편의 바위가 잘 막아주어 참 다행 입니다. 어둠을 뚫고 비박지 밑에 있는 절벽끝 바위로 이동 서울의 야경을 좀 더 구경 하려고 하다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 위험할 듯 싶어 다시금 비박지로 귀환.

 

바람이 점점 더 거세집니다. 11시30분 텐트로 들어가 잠을 청해 봅니다.

 

괜한 흥분에 쉽사리 잠이 들지 않고 바람에 낙옆이 무수히 텐트위로 쏟아져 내립니다. 비박색을 통해 내려다 보이는 불야성 서울의 모습이 마치 꿈속의 "먼 나라" 인듯 느껴 집니다. 내한온도 영상 4도 까지를 커버 할 수 있는 침낭 덕분에 텐트안은 매우 아늑 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텐트가 오히려 괜한 고독감 과 무서움을 달래 줍니다.

 

스르륵 잠이 들었습니다..휘이익 하는 인기척에 후다닥 잠이 깨어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48분 입니다. 주변은 아직도 어둠으로 가득하고 텐트옆 바위위에 올려논 가스렌턴은 여전히 "쉭쉭쉭쉭" 가스를 태우며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어둠속에서 한참을 누워 첩첩산중 홀로 있음을 한참동안 만끽하고 백운대 정상으로 일출을 맞이하러 나갔습니다.

 

새벽 6시가 가까워 오면서 저 멀리 상계동 방향의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 합니다. 백운대의 일출...생각 보다 훨씬 더 멋집니다. 일출을 보기 위한 새벽등산을 온 사람의 모습이 나타 납니다.  사람모습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애고....이제 살았다..살았어..."

 

 

 

6시 32분 빨간 태양이 "뿅" 하고 튀어 오르듯 하늘 구름을 뚫고 나타 납니다.

 

실로 혼자만 보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멋진 백운대의 일출모습 입니다. 그렇게 세차게 불어대던 백운대정상의 칼바람이 해가 떠오르자 언제 그랬냐는듯 마술과도 같이 자자 듭니다.(거참 신기하네...신기해.....)

 

아무도 없는 백운대 정상에서의 비박, 어둠이 깔리면서 서쪽 하늘을 불게 물들이며 장관을 연출한 백운대에서의 일몰, 그리고 새벽녁....다시 동쪽 하늘을 새파알갛게 채색하며 나타난 태양...거대한 산 속에 홀로남아 보여지던 발아래 불야성..모든것이 감동 스럽습니다.

 

산을 좋아 하시는 분들 한번 해 보면 정말 좋을 듯한 숲속에서의 나홀로 비박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