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vel & Others/국내사진기록(Picture)

2017년7월2일 지리산 청학동

Steven Kim 2017. 7. 3. 11:43

지리산 청학동을 처음 갔었던 것은 청운의 꿈으로 만사에 자신이 넘치던 대학시절. 


서울역에서 완행열차타고 하루종일 달려 사투리가 유난하게 느껴지던 경상도 어느 시골역에서 다시 털털거리는 버스를 타고 흙먼지 휘날리는 지리산 험준한 급경사 비포장 산길을 오르고 또 올라 어렵게 찿아왔던 당시의 지리산 청학동은 소설 속에 나오는 속세와는 동떨어진 첩첩산중 하늘아래 첫동네 바로 그모습. 그리고 다시 세월이 흘러 2003년도 인가 2004년도(??) 오토바이 라이딩에 올인하던 시절 화개장터와 쌍계사를 거쳐 비탈진 비포장 산길을 오르기엔 절대무리인 커다란 골드윙을 겁도없이 몰아부쳐 찿아왔던 두번째 청학동의 아련한 모습들도 여전히 기억 한 켠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번 부산 남해 골프여행을 끝내고 귀경도중 숨이 막히는 주말 교통정체 때문에 차라리 잠시 눈을 부치고 다음날 새벽에 올라가는게 낳겠다 싶어 그길로 방향을 틀어 모비딕의 주인공이 공기가 머금은 바닷내음에 끌려 고래잡이 배가 정착해 있는 자그마한 시골포구로 접어들었듯 무언가에 홀린듯 오랜전 청학동의 기억을 쫒아 다시금 지리산 산길로 접어들었네요 ^^ 


첩첩산중 하늘아래 첫동네였던 청학동은 이젠 현실에 더이상 존재하지 않고 정말 천지가 개벽했다는 말이 피부로 느껴질만큼 많이 변해버린 새로운 지리산 청학마을로 나타난 세번째 방문 (곳곳에 정감이 넘쳐나던 옛날 설악산의 설악동이 어느날 갑자기 불도져의 굉음속에 한줌의 먼저로 사라져 버리고 남한강변 러브호텔들 처럼 괴상한 모습의 현대식 모텔촌으로 바뀌어 버린 것 처럼 왠지 많이 아쉬움)




옛날에는 청학동까지의 길 조차 제대로 나 있지도 않았었던 기억이고 2003년도 쯤 모토사이클로 어렵사리 올라왔을 때도 길은 조금 넓어지긴 했지만 대부분 비포장의 급경사 흙길 이었는데 이젠 도심길이나 다름없이 청학동 끝마을까지 고속도로 같은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었으며 다른 관광지들 처럼 청학동 입구에는 이런 커다란 문도 세워져 있더군요 (어디를 가나 다 똑같은 절 입구 문 처럼 하지말고 좀 더 청학동스런 느낌을 팍팍나는 모습으로 세웠으면 좋았을텐데~~ ㅠㅠ)





그시절 청학동 집들은 거의 대부분 윗사진에 보이는 집처럼 산 속에서 걷어낸 갈대로 지붕을 얹힌 갈대집들 뿐 이었던 기억인데 이번에 보니 지리산 역시 부동산 개발의 광풍을 비껴가지 못했던듯 첩첩산중 청정지역의 특색과는 너무 동떨어진 겉 멋만 부린 싼 티 잔뜩한 양옥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더군요. 어디를 가던 그지역의 특색과 컨셉이 담긴 일본의 시골마을들과는 달리 우리나라 시골들은 지방 특유의 지방색을 완벽하게 잃어버린채 대부분 다 똑같은 모습들이 안타까운데 첩첩산중 하늘아래 첫동네였던 청학동에 까지도 똑같아 졌으니~~ ㅠ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좀 더 신중히 따질건 따지면서 꼼꼼하게 건축허가를 내주시면 좋겠는데~~)



도시학교 학생들이 여름방학을 이용해 한학을 배우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겨서 청학동 곳곳에 이런 서당들의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청학동마을에서 반대편으로 지리산 한모퉁이를 돌아가자 "삼성궁" 테마파크도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이왕 돈 들여서 테마파크 조성하는건데 이런식의 영화세트장 같이 만들지 말고 옛 청학동의 모습을 그대로 되살린 역사테마 공원으로 만들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잠시 스침

 

심산유곡 청학동에 대한 오래전 기억의 대부분은 꽐꽐 쏟아지던 지리산의 청정한 계곡물이었는데 올해 심한 가뭄으로 인해 지리산 계곡물까지 거의 말라있어 안타까운 모습


이곳이 심산유곡임을 알려주는 지리산 중턱에 걸린 비구름



어둠이 짙게 깔린 청학동에 도착 주차장 앞에 보이는 식당에 들려 청학동 된장찌게로 식사후 주인아제씨와 옛날 청학동의 모습들을 회상하며 이런저런 이야기~~ ^^



청학동 주차장 한켠에 안전하게 파킹 후 편안하게 차박(집 침대에서 사용하는 풀사이즈 베개와 똑같은 베개세트를 마련해 자동차에 넣어두면서 가지고 다니기 시작한 다음부터 차박이 더욱더 안락해 졌네요~~^^) 다음날 새벽 4시 기상 새벽공기가 차갑게 느껴지는 지리산 청학동 마을 주변을 한바퀴 쭉 둘러보고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데로 지리산 고개를 구비구비 넘어 진주근처의 고속도로로 진입해 아침이 밝아오며 화물차들 운행이 뚝 끊긴 텅 빈 고속도로를 쾌속주행 귀경 (밤중에 고속도로를 달려보지 않은 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일몰 후 일출전 동이 트기까지 깜깜한 고속도로는 그야말로 화물트럭 전용도로로 바뀌며 운전하기 매우 어렵고 위험해 지더군요)


윗사진의 하동과 지리산 청학동을 오가는 마을버스가 머무는 이곳 주차장에서 오른쪽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올라가면 아직도 그시절 청학동 사람들이 여전히 일상을 꾸려 살고있는 옛날 청학동 마을이 나오더군요. 자동차가 딱 한대만 올라갈 수 있는 좁은 산길이기 때문에 도중에 다른 자동차를 조우하면 난감할 상황이지만 새벽시간이라 걱정없이 산길이 끝나는 지점까지 차를 몰고 올라가 수십년전 그당시 심산유곡 첩첩산중 청학동의 모습을 어렴풋이나마 느껴 볼 수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