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vel & Others/사람들 이야기

아기가 타고있어요..^^

Steven Kim 2009. 11. 22. 11:28

막연한 동경으로 출발한 영국생활이 시작되면서 어리둥절하던 시절, 맨 처음 느꼈던 것은 영화속에서 늘 봐왔던 것처럼 화려할 것이라 생각하였던 영국과 영국사람들의 생활이 오히려 우리보다 훨씬 검소하고 평범하다는 사실....엥 ?? 뭐가 이래이거..!!

(우리보다 훨씬 더 잘 사는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넹..우리의 한국삶이 훨씬 더 화려하네..)

 

영국의 서민 주거시절은 죄다 아파트에 사는 우리와는 달리 대부분 일반주택의 형식인데, 이 주택은 디테치드 하우스(Detached House)라고 하는 단독주택, 세미 디테치드 하우스(Semi Detached House)라고 부르는 단독주택이 2채붙어서 반반씩 사용하는집 그리고 타운하우스(Town House)라고 하는 우리나라로 치면 연립주택같은 여러채의 집이 나란히 붙은집 마지막으로는 플랫(Flat)이라고하여 우리나라로 치면 아파트형식의 집 입니다.

 

 detached house

 

영국인들의 보수성을 잘 보여주는것이 바로 오래된 집들과 오래된 가구들입니다.아주 새집이라고 해서 가봤더니, 지은지 30년된 집이더군요...ㅎㅎ...지은지 100년된 집들도 여기저기 숱하게 널려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옛날집을 때려부수고 다시 짖는것이 아니라, 낡은집은 계속계속 고치면서 삽니다. 영국에서는 집고치는 사람을 비울더(Builder)라고 합니다. 고장난 배관을 고치는 플럼버(Plumber)와 함께 상위 고소득층 중 하나의 직업군 입니다.(직업에 귀천이 없어 노력한 만큼 댓가를 받는 화이크칼라와 대등한 블루칼라들입니다.)

 

이런집에는 최신의 가구들보다는 역시 고풍스러운 고가구들이 더 잘 어울리더군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제대로 정착하지못하지만 영국에서는 잘되는 사업중하나가 바로 앤틱가구 비지니스입니다. 

 

프라이버시 문제도 있고해서 단독주택인 디테치드 하우스를 선호하구요, 다음이 두집이 한 주택을 반만 사용하는 세미디테치드 하우스고 여러집들이 쭉 줄이어 붙어있는 타운하우스는 좀 덜 선호합니다.(요즘 땅장사들이 신문에다 남한강변에 최고급 '타운하우스'를 분양한다라는 광고를 볼때마다 사실 실소가 나올랑말랑...). 진짜루 영국에서는 좀 과장해서 이야기 하자면 창문 커튼 제대로 치지않으면 남의 집안을 죄다 훤히 들여다 볼 수 있구요, 쬐금 신경쓰면 옆집사람들 집안 이야기하는 소리까정 다 들릴정도 입니다.(소리치고 싸우다간 동네방네 다 소문납니다..ㅎㅎ..) 

 

semi detached house 

 

town house

 

플랫하우스(아파트)를 제외하곤 모든 형식의 주택에는 앞마당과 뒷마당이 딸려있습니다. 모든 집은 거의 대부분 2층으로 되어있어서 아래층은 거실이고 윗층은 전부 침실로 되어있고 화장실이 딸려있는 형태입니다. 이층에는 우리나라 여관같이 그냥 좁은 복도에 딱 침대만 들어갈만한 소박한 방들로 되어있습니다. 런던한복판의 이층이상으로 되어있는 집들도 내부는 한가정이 2층까지만 쓰고 그위 3층과4층은 또 다른 가정인 경우인 대부분 이러한 형식에서 크게 벗어나있지않습니다.

 

각 가정은 자기집 정원을 깨끗히 관리할 책임이 있습니다. 앞정원 잔디는 모든사람들에게 다 보이기 때문에 제때 잔디를 깍지않고 방치하여 손질해 주지 않으면 동네사람들이 죄다 괴상하게 쳐다보기 때문에 세상이 두쪽이 나더라도 시시때때로 잔디를 깍아주어야 하는데, 이 일이 사실 무쟈게 귀찮고 만만치않은 일 입니다. 뒷정원은 사람들눈에 보이지않는 경우도 있고 보이는 경우도 있어 적당히 넘어갈 수 있지만 앞정원 손질은 영국에서 살자면 필수입니다. 왠놈의 잡초들은 그리도 빨리 자라는지....(손질않고 방치하면 벌금물어야합니다)

 

(영국사람들은 우리나라 처럼 아파트를 선호하지않습니다. 영국의 아파트는 미국이나 우리나라처럼 고급스런 아파트도 아니고 거의 아파트 거주자는 국가 연금생활자들인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파트에 산다고 은근히 부를 자랑하듯 말하면 아마도 한국사정을 잘 모르는 영국사람들은 무쟈게 이상하게 생각할 수 도 있을겁니다)

 

내가 살던 이웃의 아빠는 회사원, 엄마는 대형마트인 세인즈버리와 카탈로그식 판매마켓인 아고스라는곳에서 아르바이트로 일을하고있으며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과 딸의 4인 가족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영국의 중산층 가정이죠. 근데요, 내가 정말 정말 놀랐던 것은 이 가정의 청교도적 검소함이었습니다.

 

 

 

아주 비근한 예로 이 가정의 외출복은 부모나 애들이나 할것없이 그냥 계절에 한벌씩 인듯 하더만요. 도통 옷이 바뀌는 것을 본적이 없을정도...아주 단정하고 깨끗하지만 비싼옷과 가방들이 옷장에 가득한 우리와는 달리 전혀 불필요한 사치는 정말 찿아볼 수 없었습니다.

 

영국사람들의 주거지는 동네별로 퇴근후에 간단하게 라거나 에일을 한잔할 수 있는 진짜루 우리눈에는 그냥 창고와 같이 수수한 술집(술집이라기 보단 그냥 술한잔 먹을수 있는곳)인 퍼브릭하우스(Pub; 펍)에 작은가게 몇군데가 모여있는 하이스트리트(high street)주위로 펼쳐져있고, 가까운 곳에 대형 백화점이나 마트가 밀집한 우리와는 달리 대형마트는 대부분의경우 집에서 멀리 떨어져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처럼 매일매일 시장을 보는것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번 시장을 대규모로 봐 오곤하는데, 이때가 바로 가족의 나들이 시간입니다. 가족 모두가 함께 테스코(TESCO)나 세인즈버리(Sainsbury's)로 시장을 보러 가는거지요. 언젠가 한번 이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한적이 있는데 식단이 정말 깜짝놀랄만큼 검소하더군요.

 

(진짜루 짠돌이 들이구나....)

 

근데요, 이 가족도 일년에 꼭 한번은 완전한 변신을 하곤합니다.

 

바로 여름휴가때 입니다.

 

일년사시사철 외출복이 모두 한벌씩 밖에 없는것처럼 보이던 전 가족이 왁자찌껄 형형색색의 멋진 옷을 차려입고 썬그라스로 치장한 관광객의 모습으로 집을 나섭니다. 어디가냐고 물어봤더니 작년에는 스페인에서 휴가를 보냈고 올해는 슬로바키아로 휴가를 떠난다고 하더군요. 일년내내 안쓰고 안입고 모아서 일년에 한번 여름휴가때 가족들과 함께 멋지게 쉬고 재미있게 화려한 휴가를 즐기는거죠. 진짜루 제대로........It's Summer Holiday, let's go and enjoy !!!!!.

(이 사람들에게 여름휴가는 인생을 재충전하고 가족간의 유대를 강화하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허구헌날 단벌신사와 숙녀인 엄마아빠, 그리고 엄마가 만들어 입힌것으로 보이는 단순하기 짝이없는 옷을 입고 수줍어하던 애들이 완전히 영화배우처럼 변신 !!!!  그제서야 영국에 오기전 영화에서 봤던 금발의 화려한 영국인들이 모습이 그들에게서 보여지더군요. (화려한 휴가가 끝나면 다시금 단벌신사와 단벌숙녀로 돌아와 또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참 신기할 정도....) 

 

빈수례가 요란하다고 맨날 카드대금 막을려고 헉헉대지만 전화 한통화하면 쌀푸대서부터 자그마한 문구까지 배달되고 매일매일이 뻔쩍뻔쩍 화려하기 짝이없는 우리네 생활과는 달라도 한참이나 다른 영국 중산층의 생활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영국에서도 화려하게 사는 상류층들이 많지만,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산층들은 절대 그들의 생활을 부러워하거나 시기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자기의 생활과 자기의 역활에 만족하며 열심히 생활하는거지요. 부자들이 빤쩍뻔쩍한 롤스로이즈를 타고 다니는거나, 그냥 자기가 타고다니는 영국제 복스홀(Vauxhall) 자동차나 다 그거그거지요. 전쟁나면 제일먼저 전쟁터로 달려나가 죽을지도 모르는 "귀족의 책무"에서 부터 자유로운 서민의 삶이 얼마나 좋은데....)

 

이 이웃집에는 아빠차와 엄마차가 따로 있었는데, 엄마는 자기차에 아이를 태울때는 Children Inside(아기가 타고있어요)라는 문구를 뒷창에 붙이지만, 엄마만 혼자 출근할 때는 100% 아기가 타고있어요 라는 문구를 정성스럽게 다시 띄어내더군요. 아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단 한번도 이 부모들이 아이가 타고있지않은 차에 "아이가 타고있어요"라는 문구를 그냥 붙이고 운전하는 법을 본적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있는 집에서는 무조건 집차 뒷창에 아예 "아이가 타고 있어요"라는 문구를 띄었다 붙였다 할 수도 없게 스티커로 잘싹 붙이고 다니는 경우가많습니다. 아이가 타지않았어도 구지 이런 문구를 부치고 다니는 것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시내 돌아댕기다보면 왠놈의 "아이가 타고있어요" 라는 문구를 붙인 나홀로 자동차가 그리도 많은지.....

 

 

그러다보니,

 

영국에서는 "아이가 차에 타고있어요"라는 문구를 보면 뒷차 운전자는 저절로 조심조심 배려운전하게 되고,

한국에서는 "아이가 차에 타고있어요"라는 문구를 보면 뒷차 운전자는 "웃기네.그래서 어쩌라고라고라 ????.."

 

어제저녁 가까운 산에서 야영을 하였습니다. 바람도 불지않고 별반 춥지도 않았던 즐거운 비박이었습니다.(그만 에어메트리스를 깜빡하고 안가져갔지만 빨래판메트를 사용하였지만 푹 잘 잤습니다. 아침 일찍 비박지를 정리하고 산을 내려오는데, 지나치는 자동차에 차에 예쁜 애기가 웃는 모습과 함께 "아기가 타고있어요"라는 스틱커가 붙여있더군요. 

 

물론 차에는 달랑 운전자뿐이구요...

 

우리는 이런모습이 익숙해져있다 보니 별반 신경이 쓰이질 않겠지만, 아마도 한국말을 이해하는 영국사람이 보았다면 좀 의아해할 모습일 듯 합니다.

 

(왜 한국사람들은 아기가 타고있지도 않은 차에 아기가 타고 있다는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지 ????)

(이구...왜긴 왜 !!!! 남들이 애들 탄 줄 알고 내립다 뒤에서 쳐박지 않을꺼구 !!!! 혹시알아 ??  애탔다구 써놓으면 혹시 눈먼 운전자가 먼저가게 해줘서 쫌 더 빨랑 편하게 갈 수 있을지도 모르짢아 !!!)
(이구 등신아 !!! 니 속을 빤히 알고있는 내가 똑 속을줄 알구 !!! 절대루 양보않해...!!!!)

 

아주 사소한 자그마한 차이가 시간이 가면 큰 차이를 만들고맙니다.

 

사람사는세상 뭐 크게 다를바 없기때문에 아마도 영국에서도 전에는 우리나라랑 비스므리했었을겁니다. 매번 붙였다 띄였다 하기가 귀찮고 그냥 붙여놔도 손해볼꺼 없으니까 그냥 내립다 붙이고 다녔을겁니다. 이것을 본 다른 영국사람들은 이러한 불공평을 그냥 보고 속으로만 꿍얼대지않고 "당신은 왜 아이가 타고있지않은데도 아이가 타고있다는 문구를여전히 달고다니는겁니까 ???" 라고 대놓고 이야기하기 거북하지만 용감하게 한마디씩 하다보니 제대로 자리를 잡은거겠지요.

 

아이가 타고있다는 표시를 해서 상대운전자에게 조심하여줄것을 부탁하고 또 상대운전자도 아이가 타고있으니까 왠만하면 양보하는 것이 당연한 상식으로 자리를잡게 된 것입니다.

 

영국에서 가장 나쁜욕 중 하나가 바로 "너는 공평하지않아(You are not fair !!!)라는 말이기 때문이죠.

 

그것이 한때나마 세계를 호령하였던 영국의 힘 입니다.

(물론 영국도 인간들이 모여사는 곳이기 때문에 한심하다싶은 경우도 있지만...특히 인종편견문제...)

 

대놓고 꺼내기가 거북스럽지만 한마디의 진심된 충고가 국민의 상식과 몰상식을 가릅니다.

 

미디어법 날치기통과를 반대하는 한마디를 렁뚱땅 미디어법을 몰아부치는 사람들에게 충고로 전합니다.

(아무리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다고 그래도 그렇지 많은 사람들이 그만큼 많이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데 그냥 이런식으로 대충 날치기로 통과시킬려고 하는 이유가 뭡니까 ??  여러분은 그렇게 하는것이 진짜루 공정하고 공평하다고 생각하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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