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사이클 보호복/모토사이클 사진기록(Picture)

09년6월27일-28일 설악산

Steven Kim 2009. 7. 1. 09:18

남쪽에는 장마가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서울에는 여전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2009년 6월의 마지막 주말, 설악의 푸르름과 동해의 상쾌함을 찿아나선 모토사이클 여행.

 

요즘은 유난스레 이래저래 할일도 많고 걱정도많고 몸도피곤하고..에고야 이번에는 "작정하고" 빈둥거리면서 좀 푹 쉬어야겠다 싶었지만, 모처럼 화창한 주말 라이딩기회를 그냥 넘겨버리면 곧이어 시작될 출장내내 억울할 것 같아 "작정하고" 오케이바리 차비를 차려 동해를 향해 출발하였습니다.

 

장거리 투어에 최적화된 R1200GS 실비의 주행성능이 온몸으로 통하며 정이 느껴집니다. 이런저런 "정"들중에서 역시 몸으로 느끼는 "몸정"이 있어야 애정이 깊어지는듯...1박2일 동안의 새벽안개를 머금은 아침이슬과 같은 상큼한 설악산과 동해안 모습이 기억속에 영원으로 이어졌습니다.

 

 

늘 마음속 그리움과 함께 남아있는 설악은 여전히 그자리에 그렇게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말씀 "덕심무적". 

마음을 덕으로 다스리기가 왜 이리 어려운지....

 

신흥사로 오르는 설악의 그늘에서 초록이 싱그럽게 느껴집니다.

  

슬그머니 밤이 내린 동해안 바닷가의 해변촌

전등으로 치장하고 뽕짝조의 노래가 구성진 꽃마차가 지나며 옛스러운 로맨틱스러움이 잔뜩 베어납니다.

 

한계령을 따라 주행하던중 그동안은 늘상 그냥 지나치곤 하던 오색온천(약수)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가 보았습니다. 계곡길을 타고가다보니 옥색의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오색약수 계곡이 나타나네요. 계곡을 가로지르는 약수교밑 계곡에서 라이딩의 피로를 풀며 한참동안 망중한을 즐겨봅니다.

 

맑고 차거운 계곡물에 발을 담자말자 찌는듯한 한여름의 더위는 남의 나라이야기.. 

이런데다 오두막하나 짓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겨울에는 어떡헐라꼬...??)

 

바로 사진에 찍힌 이곳 계곡물이 흐르는 바로옆 바윗돌에서 약수물이 나옵니다. 신기하네요. 

약수물이 아주 조금씩 나오기때문에 한사람이 조금씩 약수물을 받아먹기도 쉽지않은데,

마뿔사 어떤 할머니 한분이 떡 하니 자리를 잡으시고 2리터 짜리 물통에 약수물을 담기 시작 하네요.

모르긴 몰라도 이 할머니의 2리터 물통에 약수물이 차려면 대략 한 1시간 정도는 걸릴듯....

이맛살을 찡그리는 주변 사람들의 눈치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세월아...네월아...닐리리야 닐리라야 니나노.....

 

근데요, 이런 몰상식한 상황에서 본인의 실제경험상 한국인과 영국인의 차이가 명확합니다.

 

영국에서는 이렇게 몰염치한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누군가 나서서 반드시 항의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색을하며 항의를 하는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살며시 비꼬면서 기분 팍 상하게 하는 농담식으로 항의를 합니다. (몰상식한 사람에서 용감하게 나서서 따끔하게 항의를 하는 정의로운 남편을 영국의 아내는 자랑스러워합니다. "우리남편 브라보 !!! )

 

한국에서는 속으로는 쌍욕을 하지만 겉으로는 사람좋은척 하면서 배실배실 웃고 그냥 가만히 있습니다. 보다보다 않되면 그냥 자리를 피해 버립니다. 괜히 나섰다가 싸움에 휘말리면 나만 손해라고 생각하기때문이죠. (혹시라도 정의감 많은 남편이 나설려고하면 실속만 챙기는 아내가 불나케 말립니다. "왜 자기가 나서 !!!! 뭣하러 앞장서냐꼬 !!!")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봐도 못본척 눈감아버리고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버리는 앞장서지않는 영리함으로 비겁함을 포장합니다. (행동하지않는 양심은 악 이라고...)  

 

근데요...똥이 더러워서 피하지만 말고, 누군가 치워줘야 합니다. (그렇치않으면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사람들 때문에 온천지가 죄다 똥으로 뒤덮힙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영리한 사람들보다 똥을 치우는 묵묵한 사람들이 더 많으면 온천지가 죄다 똥통으로 변하는것을 막을수는 있겠지만, 더 바람직한것은 똥을 아무데나 누는놈을 그자리에 그대로 주저앉히며 똥을 아무대나 누지말라고 대드는 사람이 많아야 합니다. 힘센 똥 아무데나 누는놈을 잘못 내리 눌렸다간 허벌나게 줘 터지겠지만, 아무리 본데없는 망나니라도 똥을 누는데 허구헌날 누군가 다가와 내립다 내리누르는 사람이 많아지면 줘패는것도 한두번이지..에고야 또 다시 똥위에 철퍼덕 내리앉을생각을 하면 아예 똥쌀 생각이 없어지겠지요...ㅎㅎ

 

누군가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에 누군가가 반드시 항의를 하면 제아무리 망나니라도 어쩔수없이 조심하게 됩니다. 어느 누구도 나서서 따지지않기 때문에 얼씨구하면서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얄미운 얌체족이 한명,두명씩 늘어나게되면 결국은 나라전체가 몰상식하게 됩니다.(내가 겪어본 몰상식한 나라는 중국, 인도...또 어디없나 ??)

 

출근때마다 꽉 막힌 정체구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꼭 새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이런 무례한 행동은 사실 거의 용납되지 않죠. 저만 편할라고 새치기를 하는 사람을 절대로 그냥 새치기하게 하지않습니다.(차에서 내려서 물어봅니다. 왜 새치기 하냐고...)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어느누구도 새치기하는 차량에게 대놓고 항의를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한명두명씩 '비상상황'을 핑계로 새치기를 하게 되고, 결국은 너도나도 이판사판깽판이 되고 맙니다.

 

인생이 바로 "비상상황"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