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매서운 칼바람으로 유명한 소백산에서의 비박을 큰 맘 먹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되는 12월 23일 부랴부랴 비박장비를 챙겨 청량리 11시 발 풍기행 무궁화 열차를 타기 위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며 시작된 또 한번의 어드벤처 아웃도어링 (기차표를 예매했으나 일찌감치 도착하지 못하고 기차 출발 5분전에 겨우 기차를 잡아 탈 수 있었네요)
난생처음으로 타보는 중앙선 열차의 차창으로 스치는 우리나라 내륙 시골모습들이 낯 설지만 정겹습니다 (중안선 열차는 이번에 처음 타보는 것)
옛날 초등학교 때 배웠던 인삼으로 유명하다는 풍기읍에 도착하여 보니 추운 날씨 탓에 몇몇 점포만 문을 열었을 뿐 인적이 뚝 끊겨 스산해 보일 정도. 소백산 등산로가 시작되는 희방사로 가는 버스를 어디서 타야 하는지 ??
사람들에게 물어 3시 발 희방사행 버스를 탈 수 있었고 희방사 등산로 입구에 도착 하니 3시30분. 희방사 매표소 직원들이 늦은시간에 비박배낭을 맨채 나홀로 산행을 한다니까 추운 날씨에 혼자 올라가도 괜찮냐며 왠만하면 내일 올라가라며 걱정했지만, 휴대폰번호를 적어주고 표를 끊어 산행 시작 (장비가 한누에 봐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제지하지 않는 눈치^^)
어두워지고 있는 산길을 따라 혼자 뚜벅뚜벅 올라가다 깜깜해지기 전에 잠자리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자연탐방로 계곡이 보이는 곳에 아마 소백산 관리소에서 만들어 놓은듯한 간이 캠프사이트에 텐트 셋업. 콜맨 레이드2 비박텐트 와 발란드레 토르1350 침낭을 준비했고, 무서울 정도로 불어댄다는 소백산의 계곡풍으로 기온이 많이 떨어지면 텐트안에 결로가 많이 발생할 것 같아 침낭을 보호 하기 위해 침낭카바를 가져오기 정말 잘 한듯
이번 소백산 산행에는 배낭부피와 무게를 줄이기 위해 그동안 늘상 사용하던 에어메트리스를 가져 오지 않고 대신 서마레스트의 릿지 메트리스만을 휴대 하였는데 막상 사용해 보니 바닥의 찬기운을 완벽하게 막지 못하는 것 같아 당황 (동계에는 역시 에어메트리스가 답).
가스토치는 얼어서 무용지물 ㅠㅠ.(추운날씨에는 가스로 사용하는 제품은 사용이 않됩니다)
깜깜한 밤 날씨는 점점 추워오고 가스토치 점화는 안되고 완전 난감, 랜턴도 켤수 없고 버너도 켤수 없고 바람은 사납게 불어대고 사방은 완전 깜깜 !! 슬그머니 무서운 생각도 들기 시작 ~~ ㅠㅠ. 우여곡절 끝에 부탄통을 체온으로 녹인다음 방한장갑을 씌워 겨우 점화,
옴니퓨엘 프리무스 가스버너에 불이 붙자 안도감이 생깁니다.버너용 연료로 화이트개솔린 0.6리터를 가지고 왔지만 연료량이 많이 부족. 다음부터는 적어도 1 리터 정도의 화이트 개솔린을 휴대해야겠다는 교훈
라켄 코밸에 맛있게 익은 라면.
첫 라면은 배낭에 꾸린 2리터 짜리 석수물을 녹여 조리 할 수 있었으나 밤참으로 먹을 라면을 끓이기에는 내일 산행 까지 커버 하여할 식수가 절대 부족할 것 같아 (희방사절에 약수물이 나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해서) 깜깜한 밤길을 헤치고 계곡으로 내려가 계곡물을 받아 라면을 끓였지만 이상한 암모니아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먹다 말았네요 (남은 라면을 땅 속에 묻을려고 꽁꽁 언 땅을 파느라 땀이 나니 추위가 좀 가시는듯 했지만 땀이 식으면서 다시 추위가 엄습)
시간이 흐를수록 예사롭지 않게 불어대는 소백산의 계곡풍에 신경이 몹시 날카로워 집니다. 사방이 온통 칡흑의 어둠에 뭍힌 아무도 없는 계곡에 사정없이 몰아치는 그 유명한 소백산의 칼바람. 어디선가 들려오는 방치된 야외용 화장실의 문이 열려 바람에 마구 흔들리며 덜컹대는 소리가 점점 더 거슬리게 들리며 에고고...무서버..
삼각산에서 여러변 나홀로 비박을 했었지만 칼바람 몰아치는 낯선 소백산에서의 비박은 예상했던 것 보다 휠씬 더 신경이 날카로워 지는군요. 가스랜턴의 불빛은 찬날씨에 점점 희미하여 가고 소백산의 바람이 거세다고 하더니 실제 계곡으로 몰아치는 계곡풍이 밤이 깊어질수록 더욱 거세 집니다.
꽁꽁 얼어붙은 땅을 파고 주변 나뭇가지들을 모아 불을 붙여보려고 했지만 산 불 가능성 때문에 포기. 바람을 막아 안전하게 불을 붙일 수 있는 백팩킹용 화로대가 있었으면 좋으련만~~
밤이 깊어질 수록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불을 피울 방법은 없고
에고 괜히 왔구나...
텐트로 들어가 잠을 청해 보지만 바닥으로 부터 올라오는 찬기운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어 한참을 뜬 눈으로 누워있다 어느순간 나도 모르게 살짝 잠이 든 모양. 잠결에 뭔가가 텐트를 들어 올리는 것 같아 깜짝 놀라 잠을 깨서 시간을 보니 새벽 3시, 말로만 듣던 겨울 소백산의 칼바람에 텐트가 사정없이 흔들리고 바람에 뚝뚝 꺽어지는 나무가지들 소리가 마치 텐트 주변으로 뭔가가 뛰어다니는 것 같은 소리로 들리며 1시간여 침낭에서 꼼짝않고 누워 눈만 말똥말똥....
텐트밖의 상황이 어떤지 직접 확인하는 편이 그냥 누워있는 것 보다 휠씬 덜 무서울 것 같아 어디 한번 나가보자~~
텐트 밖으로 나와보니 영화에서 보던 귀신 나오기 일보직전 바로 그장면 처럼 강풍이 불어대는 칡흑의 어둠 속에 눈 내리듯 산안개가 자욱, 정말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지독한 산안개.
무서움을 떨쳐 버리고 물 도 끓일겸 일단 불 부터 붙여야겠다 싶어 옴니퓨엘 버너를 작동. 산짐승들이 화들짝 놀라 도망칠 정도로 시끄러운(??) 옴니퓨엘 버너 특유의 작동 소음이 왠지 고맙고 반갑네요~~ 새벽이 밝아오며 어둠이 점차 거치기 시작하자 무서움이 언제 그랬냐는듯 말끔히 사라집니다.
배낭을 꾸리고 주변을 정리한뒤 소백산 산행을 시작.
희방폭포
지나가는 산객에게 부탁하여 희방폭포에서 증명사진 한장
희방사계곡을 통해 천문대로 오르는 등산로.오전 8시 20분..이곳에서 부터 연화봉에 이르는 동안 등산객은 딱 2번 만났을정도로 한적.
희방사 경내
희방사를 통과 희방깔딱재로 오르는 가파른 등로
가도 가도 끝이 없을 듯 이어진 희방사계곡에서 연화봉 이르는 길.
도중에 너무 배가 고파서 날라면을 그냥 깨물어 먹고 오른 연화봉.산정상으로 오를 수록 눈이 쌓여 있고 바람이 심하게 불어 오버트라우저 와 하드쉘 자켓을 꺼내 입고 산행을 계속
소백산의 유명한 매셔운 칼바람이 드셌던 연화봉에서 비로봉으로 가는 산행 길목
마무트 하드쉘의 모자부분 디자인이 항상 마음에 들지 않았었는데 측방에서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이번 소백산 산행에서 희안하게 측면바람을 막아주는 마무트의 해드후드 디자인에 감탄
연화봉에서 비로봉까지 이르는 4키로의 산행길은 온통 눈천지 입니다. 무거운 비박배낭을 맨체 눈길을 헤쳐 나아가다 보니 체력의 급격히 떨어집니다.
소문으로만 듣던 소백산의 칼바람 실제로 대단
산속의 야생을 보호하기 위해 나무계단길을 놓았는데 산행하기에는 더욱더 힘이 듭니다.
경상북도 와 강원도 그리고 충청북도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는 소백산 비로봉 정상.
다음번 이곳에 올때는 비로사 등로를 통해 비로봉을 등산 하고 비로봉에서 천문대쪽으로 능선 산행을 하는 것이 훨씬 힘이 덜 들 듯 합니다. 천문대가 위치한 연화봉에서 바로 죽령을 통해 하산 하는 방법과 시간여유가 있을 경우...희방사 계곡으로 하산계획을 세우면 될 듯
비로봉 정상.산안개가 자욱하고 역시 소문대로 칼바람이 매섭습니다.
비로봉정상에서 오랫동안 머물기 위해 방한준비를 완비 하여 갔으나 아쉽게도 먹을 것이 똑 떨어져 배도 고프고 배고품을 참고 오랫동안 머물경우 하산이 어려울 것 같아서 아쉽게 비로사 삼가동 계곡을 통해 하산을 결정. 오라갈 때는 힘들었는데 내려올 때는 금방
택시를 잡아타고 다시 풍기역으로 돌아와 서울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자마자 피곤이 엄습해 오며 소백산 비박과 힘들었던 등산이 마치 꿈같이 느껴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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