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노무현이 산 이명박과 다시 조우 | ||||
[안원구 사건 요약]엄청난 후폭풍 예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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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일 안원구의 구속이다. 안원구는 국세청 국장이다. 아무개 기업에 세무조사를 무마해줄 테니 자신의 부인의 소유하고 있는 그림을 비싸게 사달라고 강요했다는 혐의다. 안씨의 부인 홍혜경은 가인갤러리 대표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사건은 흔한 공무원 비리처럼 보였다. 2. 그런데 23일 일부 언론에 홍혜경의 인터뷰가 실린다. 홍혜경은 갑자기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비리를 폭로하기 시작한다. 한상률이 정권의 실세에게 10억원을 줘야 하는데 안원구에게 3억원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는 이야기다. 홍혜경은 또 한상률이 국세청 차장 시절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그림을 뇌물로 줬다는 사실도 폭로한다. 3. 여기서 잠깐, 한상률이 누군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탈세 혐의를 수사한 사람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를 했고 나중에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줬다는 자백을 끌어낸 것도 한상률이다. 이 사건은 결국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 그는 뇌물 청탁 혐의가 드러나 올해 2월 청장에서 사임하고 미국으로 도피했다. 4. 이쯤해서 관심이 가는 대목은 한상률이 10억원을 주려고 했다는 정권의 실세가 누구냐다. 한상률은 노 전 대통령 시절 국세청장에 임명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1년이나 연임했다. 정권의 실세에 선을 대고 박연차 사건으로 모종의 거래를 했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5. 그런데 다음 날 안원구의 녹취록이 공개된다. 안원구가 녹음한 7GB 분량. 놀랍게도 이 녹취록에는 국세청의 고위 간부가 안원구에게 명예퇴직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만약 명퇴를 하면 외부기관에 CEO를 드리고 그렇게 하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겠느냐. 청와대를 포함해서 정부 전체에서 그렇다. 내가 책임진다." 6. 이 녹취록에는 안원구가 강제로 그림을 팔았다는 기업 관계자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불지 않으면 우리가 다 죽는다. 어쩔 수 없다." 강요에 의한 자백을 했다는 말일까. 이쯤 되면 다시 궁금해진다. 한상률은 도망가고 없고 청와대는 안원구의 입을 막으려 한다. 안원구는 이를 미리 알고 주도면밀하게 녹취를 하고 있었다. 7. 그리고 26일 민주당 의원들이 안원구를 면회하고 돌아와서 한상률이 선을 댔던 정권 실세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었다는 사실을 공개한다. 한상률과 안원구가 이상득을 찾아가 연임을 부탁했다는 이야기다. 더 놀라운 건 안원구가 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도곡동 땅에 관련한 핵심 증거를 확보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8. 안원구는 2007년 국세청 대구청장으로 일하던 무렵 포스코건설을 조사하던 중 이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씨와 형 이상은씨 공동명의로 돼 있다가 포스코에 팔았던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이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도곡동 땅은 BBK 사건과 함께 2007년 대선의 최대 쟁점이었는데 안원구는 입을 다물었다. 9. 그리고 안원구가 작성했다는 문건도 유출됐다. 안원구는 월간조선과 인터뷰를 했는데 기사가 실리지 않았고 신동아와 인터뷰를 앞두고 구속됐다. 안원구는 구속 직전에 친구에게 이 문건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안원구는 이 문건에서 대통령의 비밀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몰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10. 지금까지 민주당에서 제기한 의혹을 정리하면 이렇다. 한상률은 연임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에게 줄을 댔다. 그리고 박연차 게이트를 터뜨렸다. 그러다가 박연차 수사가 시작된 뒤 미국으로 도피한다. 애초에 노 전 대통령을 노린 기획 수사였고 검찰의 방조 아래 가능했던 기획 도피였다. 11. 그리고 덤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도곡동 땅에 대한 진실도 드러났다. 궁지에 몰린 안원구는 어떻게든 이명박 정부를 압박할 생각으로 알고 있는 정보를 여기저기 흘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월간조선은 취재를 다 하고 기사까지 써놓았으면서도 이를 터뜨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안원구가 구속됐다. 12. 청와대와 관련 당사자들은 모두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반응이지만 빠져 나가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안원구는 문건에서 한상률의 지휘 아래 박연차의 뒤를 캐는 일에 투입됐던 적이 있다고 털어놓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정권 차원에서 기획된 표적수사였음이 밝혀질 가능성도 있다. 13. 흥미로운 건 안원구와 한상률의 관계인데 전군표 전 국세청장과 안원구는 경북대 선후배 사이. 한상률은 아마도 안원구의 고속 승진을 질투했던 것 같다. 올해 1월 전군표의 부인 이아무개가 폭로한 바에 따르면 한상률이 그림을 주면서 안원구를 밀어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 전군표는 이를 거부했고 두 앙숙은 서로 물어뜯는 사이가 됐다. 14. 전군표가 받은 그림은 고 최욱경 화백의 작품이었는데 5천만원 상당이라고. 그런데 이 그림을 팔려고 내놓은데가 하필이면 안원구의 부인 홍혜경이 운영하는 가인 갤러리였다. 나중에 그림 가격을 듣고 놀란 전군표의 부인이 이를 공개하면서 로비 의혹을 제기했고 결국 한상률은 옷을 벗게 됐다. 안원구를 죽이려던 그림이 돌고 돌아 자신을 죽이게 된 것이다. 15. 살아남기 위해 모종의 거래를 획책하던 한상률. 한상률에게 내몰려 절박하게 생존을 노리던 안원구. 안원구는 궁지에 몰리자 치밀하게 '사후'를 대비한다. 공교롭게도 한상률이 안원구를 대구로 좌천시키지 않았다면 도곡동 땅 문제가 다시 불거질 일도 없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번 사건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기획수사'가 단서가 된 것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면서 파장은 부메랑처럼 다시 현직 대통령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결국 죽은 노무현이 산 이명박과 다시 조우하게 된 것일까. |
출처 : 행동하는 언론소비자 연대
글쓴이 : 내내봄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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