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vel & Others/혼자쓰는 이야기

호기심

Steven Kim 2009. 1. 27. 09:20

순전히 나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사람들에 비해 "호기심"의 정도가 좀 더 유난스러운것은 아닌가 싶을때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나 외국사람이나 뭔가 특별한 것에 대한 호기심이야 다 마찬가지긴 하겠지만, 외국사람은 호기심이 일더라도 대충 표안나게  살짜쿵 훔쳐보는둥 마는둥 속내를 보이지않고 마치 관심없는듯 하면서 죄다  살펴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양인들보다는 확실히 즉흥적이고 보란듯 호기심을 내보이는 노출적인 면이 있어 보입니다. 

 

나보다 잘난사람이나 상황에 대한 "부러움"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좀 더 노골적으로 반응하는 듯 싶구요. 혹시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 까 싶어 주변의 반응을 살피는 "눈치"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른나라 사람들에 비해 휠씬 민감한듯 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눈치'에 해당하는 적당한 단어가 영어(English)에는 없습니다.)

 

멋진옷을 입은사람이 있으면 그 옷을 금방 죄다 똑같이 입고 다니게되고, 좀 멋진 헤어스타일이 보여지면 죄다 그 헤어스타일을 따라 하곤 해서...심지어 일부 외국사람들은 우리나라 여자들은 대충보면 죄다 똑같이 생겼다고 하는 말까지 나오는 "싹쓸이유행"의 경향이 혹시나 이런 유별난 성향때문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기도 합니다(그렇다고 이런 경향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순기능과 역기능이 함께 있을 수 있겠지요)

 

암튼, 길거리를 가다가 멋진사람을 지나치기라도 하면 호기심이 발동하여 살짜쿵 훔쳐보는 경향이 서양사람보다 우리나라 사람이 훨씬 더 한듯 합니다. (옛날 아직 중국과 한국간 수교가 되기전, 연길에서 북경까지 가는 기차를 지루하게 타고가다가 그냥 무심코 꺼내든 휴대용 랩탑 컴퓨터를 껴는순간, 랩탑을 구경하기위해 남의 머리통까지 밟으며 몰려드는 호기심많은 중국인들 때문에 열차칸에 그야말로 생난리 법썩 아수라장...인도나 중국에 가면 할일없는 사람들 일 수록 남의일에 왜들 그리 호기심들이 많은지 참 알다가다 모르겠슴다) 

 

남의 눈치를 살피는 경우도 우리나라(그리고 중국사람)가 다른나라 보다 상당부분 더 해서, 어떨때는 이런 차이가 참 신기할 정도 입니다.

 

(왜 우리나라는 항상 살짝살짝 남을 쳐다보는데 다른나라 사람들은 두리번 거리질 않지 ???)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한국의 경우 남에 대한 호기심이나 눈치의 정도가 거의 비슷비슷 할 정도일듯 하구요, 일본의 경우는 서양보다는 더 하지만 한국과 중국에 비하면 지나치는 사람을 흘깃흘깃 쳐다보는 호기심 내지는 눈치의 정도가 훨씬 덜 한듯 보여집니다.

 

근데요...

 

호기심을 느끼더라도 좀 점잖게 티내지않고 하는것보다 너무 티내게 내 비치는 모습이 그리 좋아보이질 않을때가 참 많습니다. 심지어 호기심의 정도가 심하면 경우에 따라 주책스럽게까지 느껴질때도 많습니다.

 

특히 신데렐라 신드롬으로 인한 지나친 호기심은 경우에 따라 좀 천박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몰매너와 혼합된 호기심은 천박함을 넘어 불쾌감까지 느껴질수도 있습니다.

 

시골동네 장터를 구경하던 노랑머리의 서양여자를 보고 시골할머니들이 죄다 몰려들어 이쁘다고 칭찬을 하면서 머리카락도 만지고 피부도 만져보기도 하는 경우를 직접 본 적도 있습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전혀 악의가 없는 호기심 넘치는 우리나라 할머니들의 정감스러운 행동이지만 당하는 외국사람의 입장에서는 아마도 무척 당황스러웠을듯 합니다.

 

몇해전 꿈꾸던 모토사이클링 투어를 실행에 옮겨 제주도를 찿은적이 있습니다. 벅찬가슴으로 제주항에 바이크를 내려 서귀포까지 단숨에 라이딩을 하였고, 서귀포에 있는 찜찔방에서 하루를 묶은적이 있었습니다. 너무나 시설이 잘되어 있었던 멋진 찜질방이었습니다. (잠을 잘수도 있고 목욕도 할 수 있고 쉴수도 있는 대한민국의 찜질방은 단연 세계최고이며 자랑거리 입니다.)

 

당시, 모토사이클링으로 제주도를 여행을 하는듯 보이는 외국인 남녀 라이더 커플이 우연히 우리일행과 함께 이곳 찜질방에 묶게 되었는데, 다음날 아침 목욕탕에서 자그마한 소동이 일어난적이 있습니다.

 

아침 목욕탕에는 나와 초등학교 3-4학년정도 되었을 개구장이 아들을 데려온 아저씨 스럽지않은 나름대로 잘 생긴 아빠만이 달랑 목욕을 하고있었는데, 마침 키가 후리후리한 서양남성이 목욕탕으로 들어섰고, 외국인에게 호기심을 느낀 요놈의 개구장이 아들녀석이 장난을 치기 시작한 것 입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하는 장난이니까 웃어넘기며 대수롭지 않았지만,점차 요녀석의 장난기가 도를 넘어서기 시작..목욕하고 있는 벌거벗은 외국인앞에 서서 남성부위를 가르키며 뻘쩍뻘쩍 뛰기도 하고 뒤로 돌아서 궁둥이를 들여대기도 하고...(근데 아이의 아빠가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의 개구쟁이 짓을 그대로 방관..글쎄요 아빠생각으로는 아이의 장난인데 뭐 어땧겠나 싶었을수도.???...)

 

서양인이 불편하였던지, 얼른 자리를 떠나 샤워실로 자리를 옮겼지만, 아이는 오히려 재미있다는듯 따라다니며 민망한 장난을 계속 하였고, 급기야 그 서양남자가 아이에게 화를 내는 상태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아빠가 너무나 무신경하고, 보기에 너무나 민망해서 내가 나서서 아이를 제지하여 더 이상 개구장이 장난을 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그제서야 깜짝놀란 아이가 얼른 아빠에게 도망을 가더군요. 아이의 아빠는 아들을 나무라는 나에게 오히려 기분이 상했는지 못마땅한 표정을 짓더니, 아이를 데리고 목욕탕을 나가 버리더군요. .

 

(당시 왜 아이의 아빠는 아이에게 그러면 않된다고 가르치지 않았을까요 ??? 아이 아빠의 그러한 무신경스러움이 참 이해할 수 없더군요. 이야기가 잠깐 옆으로 새지만...식당에서 마구 헤집고 다니는 아이들을 그냥 가만히 방관하는 한국의 부모들...무식한듯 보입니다. 이런일은 외국의 식당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 입니다. 일반식당에서 우리나라 처럼 애들이 떠들고 뛰어놀게 놔뒀다가는 바로 쫏겨납니다.)

 

외국인은 좀 멋적은듯 머뭇거리더니, 아이의 너무 심한 개구장이 장난에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가 없었다고 하면서 큰 소리를 내서 미안하고 상황을 정리하여 주여서 고맙다고 하면서 서둘러 자리를 뜨더군요.

 

내가 만일 외국으로 여행도중 목욕탕에 들어갔는데 쬐그만 외국아이가 못 알아들은 이야기를 해대며 궁둥이를 보이면서 쫒아다니며 마치 놀리는듯 한 행동을 계속하면 제주도에서 외국인처럼 참으로 당황 스러울 듯 합니다. (아마 나도 큰소리로 아이를 쫒아버릴듯 합니다.)

 

매너없는 호기심은 남에게 폐를 끼칩니다.

적절한 절제가 없는 호기심은 때로는 천박함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일부 청소년층(특히 여학생들)의 유명연예인들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을 보면서 살짜쿵 우려가 듭니다. 너무 지나친 친절이 경우에 따라서는 부담스러울수 있듯이 지나친 호기심은 경우에 따라 좀 천박해 보일수도 있겠다는 생각.  

 

지금은 다 잊어버렸지만, 아주 오래전 미국의 흑인권투선수였던 '무하메드알리'가 한국을 방문하였을때 TV에 게스트로 출연한 일부 한국의 유명여자연예인들(이들이 누구였던지 ??) 의 "온 몸을 바치고싶은듯한" 도를 넘어선 천박한 과잉친절행동으로 사람들의 비난을 받은적이 있었고, 영국의 미남가수 클리프리차드가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공연을 하였을때 일부 열광한 여학생들이 팬티를 벗어 던졌고(60년대 당시 팬티를 벗어 던진 그 여학생은 지금쯤 60대 할머니가 되어있겠네요..ㅎㅎ)  팬티를 집어든 클리프리차드가 쇼맨쉽으로 냄새를 맞았다던가 하는 사건때문에 당시 장안이 떠들썩 하였다는 이야기는 지금들어도 웃기고 재미있습니다.

 

글쎄요...권투선수와 가수를 마치 대단한 귀빈인양 온나라가 떠들썩하게 관심을 보인 부족하기 짝이없던...외국여인의 노란 머리칼이 너무나 신기해서 마냥 만지고 싶은 한국의 시골할머니의 심정과도 같은...좀 덜떨어진 당시 지질이도 촌스러운 한국의 단상이었을듯 합니다.

 

유명인에 대한 팬으로서의 호감은 이해가 되지만, 좀 주책스럽다싶이 도를 넘어선듯한 일부 열성팬들의 반응을 보며 드는 생각을 글로 옮기다보니 밑도끝도 없는 이야기가 되네요.

 

톰 쿠르즈가 한국을 방문했다고 하는데 예외없이 공항에 많은 팬들이 몰려 약간의 소동과 난리가 났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싸늘하게 식어버린듯 느껴지는 일본의 한류열풍당시 일본에 욘사마가 등장하면 일본 아줌마들이 도를 넘어 열광하는 모습에 경멸섞인 조소를 보내던 또 다른 일본인들의 반감을 보면서 내심 민족적 편견때문은 아닌지 불편하던 생각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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