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미(花見)”라는 말을 우리 식으로 해석하면 ‘꽃구경’ 또는 ‘꽃놀이’가 되겠는데 실제적으로 ‘하나미’에서의 '하나(花)'는 ‘사쿠라꽃’을 뜻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토쿄(東京)를 기준으로 해마다 3월 중순에서 4월 초까지면 따스한 봄햇살 속에서 흐드러지게 피어오르는 사쿠라……그 어떤 감상적 표현보다도 직접 보기를 권하고 싶다. 일본의 “국화”이기도 하지만 일본인들의 정서 속에 녹아 있는 “사쿠라”의 제 맛을 느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은 하나미의 계절이 돌아오면 동료, 또는 가족 등과 함께 사쿠라 나무 아래 자리를 펴고 둘러 앉아 사쿠라가 주는 정취에 흠뻑 빠져든다. 맥주나 ‘니혼슈(日本酒, 정종)'가 곁들여 지는 건 물론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미리부터 알바를 고용해 죽치게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연인과 함께 만개한 사쿠라 밑을 산책해 보는 것도 행복한 일일 듯 싶은데......쩝!!
그런데 나는 여럿이 함께 하는 ‘하나미’보다는 혼자서 일상으로 즐기는 하나미가 더 좋았다. 내가 마지막 3년을 보낸 토쿄의 “아사가야(阿佐ヶ谷)”라는 곳……잉어 등 물고기들이 노니는 잘 정비된 개천 옆으로 수십 그루의 사쿠라 나무가 2열 종대로 늘어서 있었는데, 만개한 사쿠라 터널 아래 벤치에 앉아 동네 도서관에서 빌린 일본 역사서를 읽으며 행복을 곰씹던 시절……해마다 이맘 때면 그때의 기억으로 가슴이 떨린다.
어느 날, 햇살을 품은 채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사쿠라를 올려다 보다 문득 아름다움을 넘어 선 “살기”를 느꼈다. 일주일 사이에 “生”과 “滅”을 함께 하는 사쿠라……사무라이들의 신켄쇼부(眞劍勝負)가 떠올랐던 탓일까.....?
생을 다한 사쿠라의 지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치열했던 삶을 마감하는 사무라이의 그것처럼......
가보진 않았지만 미국의 국회의사당(백악관?) 앞에 ‘사쿠라 거리’라는 게 있다며? 괜스레 심통이 나는데 하여간 나는 사쿠라와 더불어 "요네자와(米沢)"에서의 눈(雪)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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