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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썩어도 너무 썩었다. 구려도 너무 구리다 - 미디어오늘

Steven Kim 2011. 2. 14. 10:55

 

썩어도 너무 썩었다. 구려도 너무 구리다.

이명박 정권이 그렇다. 더러는 너무 격한 비난이라고 도끼눈 뜰 성싶다. 더러는 뜬금없다고 나무랄 법하다. 후각이 마비 또는 적응된 까닭이다. 

썩고 구린내를 맡지 못하는 이유는 간명하다. 언론이 ‘이중 잣대’로 판단력을 흐려서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중 잣대는 한국 언론의 고색창연한 ‘전통’이다. 가령 똑같은 문제를 일으켜도 일반 교사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는 ‘차별’ 받는다. 일반 교사가 그랬다면 아예 보도조차 않을 문제를 전교조 교사일 경우는 마구 부풀린다. 물론, 깨끗한 교단을 내건 조직이기에 의연히 감수해야 할 몫일 수 있다.

문제는 한국 언론의 평소 행태다. 일반 교사에 견주어 전교조의 도덕적 우월성을 전혀 평가하지 않는 윤똑똑이들이 문제가 불거지면 전교조 교사에 더 높은 도덕의 잣대를 들이대는 풍경은 아무리 보아도 남세스럽다. 아니, 불순하다. 비단 전교조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수와 진보를 다루는 언론의 이중 잣대는 완연하다.

 

언론의 후각마비·대통령의 거짓말

이명박 정권을 바라보는 언론의 눈도 마찬가지다. 이 정권은 으레 그러려니 하는 걸까? 아예 한 수 접어준다. 언론이라는 이름값을 위해서라도 최소한 짚어야 할 대목까지 구렁이 담 넘듯이 슬금슬금 지나간다.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과 은폐 의혹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굴욕적 재협상은 공화국의 기초를 흔드는 일임에도 사부자기 넘어간다. 공직 후보자의 국회 인사 청문 과정에서 결격 사유가 또렷하게 드러난 최중경도 어느새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활개치고 있다. 최중경의 처와 처갓집이 대전 그린벨트 안에 있는 밭과 충북 청원군의 임야를 사고팔아 6~15배의 이익을 챙긴 사실은 ‘개발 예정지 투기’의 전형이다. 심지어 서울 강남 오피스텔의 면적을 축소 신고해 세금까지 탈루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월 1일 청와대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국정현안에 대해 말했다. ⓒ사진출처-청와대 2011-02-04

더 심각한 문제는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인식이다. 설 연휴를 앞두고 방송 3사가 생중계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그는 국민 앞에 사과를 표명해야 할 사안에 되레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대통령이 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보니까 상임위원장이 여당인 곳은 통과가 되고 야당인 경우는 이제까지 한 번도 통과를 못 시켰다”면서 “미국은 개인의 신상 문제는 국회가 조사해 (가부를) 결정하고 공개적 청문회에선 개인의 능력과 정책만 다룬다”라고 사뭇 정치현실을 개탄했다. 부

적격 사유들이 곰비임비 불거져 한나라당에서도 사퇴를 요구받은 감사원장 후보 정동기에 대해서도 “너무 과거의 잣대로 보는 것 같아 나와는 안 맞는 점도 있는 것 같다”고 두남뒀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감사원장 후임 인선을 두고 대통령은 “정말 감사원장으로 일할 수 있고 청문회도 무사히 통과할 사람을 찾는 것이 만만치 않다”고 언죽번죽 말했다.

어떤가. 이 땅의 젊은 언론인들에게 가만히 짚어보길 권하고 싶다. 만일 지금 소개한 대통령의 발언에서 큰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면, 명토박아 말한다. 언론인으로서 후각이 이미 마비되었음을. 조금만 거리를 두었다가 다시 맡아보라. 대통령의 발언에서 썩은내와 구린내가 폴폴 풍기지 않는가. 아니 진동하고 있지 않은가.

썩고 구린 후보자들을 비호한 사실, 썩어 문드러진 자들을 그나마 걸러낸 우리 국회를 비난하며 미국 청문회를 들먹인 사실,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할 감사원장 후보를 찾기 어렵다고 말한 사실, 야당이 상임위원장인 경우 한 번도 통과 못했다는 명백한 거짓말, 그 하나하나가 대통령으로서 부적격 발언이다. 대통령 자신이 썩은내와 구린내를 맡을 수 없을 만큼 후각이 마비 또는 적응했다는 증거다.

그 결과가 아닐까, 저 300만 넘은 가축들이 생죽음 당한 단군 이래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방역을 책임져야 할 정부의 고위관료가 되레 농민을 겨눠 살천스레 비난을 내뱉은 까닭은. 대통령 이명박의 후각을 믿어서가 아닌가. 아니, 그것을 감시해야 마땅한 언론의 후각을 만만히 보아서가 아닌가.

여기서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사옥의 ‘높은 자리’에 앉아있는 ‘언론인’들에게 정중하게 묻고 싶다. “경찰이 백날 도둑을 지키면 뭐하나. 집주인이 도둑을 잡을 마음이 없는데”라며 구제역에 시름하고 있는 축산 농가의 이른바 ‘도덕적 해이’를 들먹인 기획재정부 장관 윤증현, 그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각료였어도 모르쇠하거나 시늉만 내는 비판에 그쳤겠는가. 300만 가축의 대학살 앞에 방역 당국의 무사안일을 방관만 했겠는가. 저 썩고 구린 공직후보자들의 취임을 묵인했겠는가. 방송 3사가 생중계하는 일방통행식 ‘대통령과의 대화’에 나서 무람없이 거짓말 늘어놓는 대통령을 모르쇠 했겠는가.

 

‘썩·구 동맹’은 대한민국 현주소

무엇보다 감사원장 시킬 사람이 없다는 대통령 발언이야말로 다름 아닌 자칭 ‘보수세력’에 대한 최대의 모욕 아닌가. 그럼에도 침묵하거나 변죽만 울리는 비판에 그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그 침 뱉기에 동의해서인가.

   
손석춘·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장

 

물론, 세 신문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0년 8월 거짓말 총리후보 김태호에 이어, ‘비리 백화점’으로 질타 받은 신재민 문화관광부 장관 후보, ‘쪽방촌 투기’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가 물러났을 때, 시민사회 일각에선 썩고 구린 자들의 공직 취임을 원천적으로 막을 입법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그 어떤 언론도 의제로 설정하지 않았다.

결국 썩고 구린 정치판은 지금 이 순간도 ‘생생’하다. 그 판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배후’가 있어서다. 바로 신문과 방송이다. 정치와 언론의 썩고 구린 동맹, 2011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래서다. 저 ‘썩·구 동맹’ 얼굴에 다시 꼭꼭 눌러쓴다.

구려도 너무 구리다. 썩어도 너무 썩었다.

출처 : 고운 김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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