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들어 첫 인수봉 정상을 밞은 6월15일 일요일 청원식구들과 함께 한 아미동길 등반 기록 입니다.
(인수봉 정상에서 건너다 보이는 백운대정상의 태극기)
개운치 않은 몸 컨디숀 이지만, 올들어 첫번째 인수등반을 한다는 설래임으로 살짝 흥분한 상태에서 토요일 밤 8시30분 야영장비를 꾸려 도선사 삼각산 입구로 향 합니다. 통상 등반을 위해 도선사를 갈때는 등반후 등반팀과 함께 모여 한두병 시원한 맥주라도 부담 없이 즐길 겸 하여 자동차를 가지고 가지 않고 택시를 타곤 하는데....
오늘따라 여간해서 택시가 잡히질 않습니다. 기다리다 지쳐서 자동차를 가지고 가기로 결정..(그동안 약 2년 넘게 등반을 하면서 야영시 자동차를 몰고 가보긴 이번이 처음 인 듯 합니다.)
어둑어둑 하여지는 숲길을 드라이빙 하여 도선사 입구에 도착, 늦은 시간인데도 자동차가 주차장에 꽉차 있네요. 몇바퀴를 돌며 파킹 스페이스가 나길 기다려 봅니다. 눈치를 살피며 한바퀴를 다시 도는 순간 "꽝" 하며 자동차가 무엇인가에 부딪히는 소리 !!!!! 운전석에 까지 충격이 느껴질 정도의 꽤 쎈 충돌 입니다.
도선사 입구에는 주차장 한가운데에 인자롭게 생긴 커다란 부처님 동상이 서 계시는데요, 이 부처님 동상 앞에 넓적하게 돌평상이 놓여있습니다. 돌평상의 모서리가 상당부분 자동차가 돌아나가는 코너로 쪽 삐져 나와 있는데, 여기에다 꽝 하고 부딛친 것 입니다.
화들짝 놀라, 자동차를 파킹 시킨다음 살펴보니 다행이 찬찬히 돌고 있어서 별 탈이 없어 보여 에구 다행...다음날 등반을 끝내고 자세히 살펴보니 앞 범퍼에 상처가 생기긴 했지만, 기아차 오피러스의 범퍼성능 나름대로 원더풀 좋네요..제대로 부딛쳤는데 까딱없네..ㅎㅎㅎ
이곳에서 등반대장님을 기다리고 있는 1시간 동안 이 쪽 삐져나온 돌평상 모서리에 내립다 부딛치는 다른 차량을 2대나 보았습니다. 그중 한대는 워낙 세게 부딧치며 앞 펜다가 와장창 떨어져 나가며 박살이 나는 소리가 납니다. 거참 자동차가 저러콤 부디치며 박살 날 장소는 아닌데......암튼 이곳에다 주의 표시판을 하나 세워야 될 듯 하구요, 이글을 읽는 다른분들도 꼭 참고 하기 바랍니다.
등산장비를 트렁크에서 꺼내들고, 야영장으로 올라가려고 해드렌턴을 찾아보니 마뿔싸 헤드랜턴을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습관처럼 등반때마다 100% 늘상 챙기는 해드렌턴을 오늘따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 괴상할 정도 입니다.(그래서 늦게출발하신 암벽팀 회장님이 도착 할 때 까지 약 1시간정도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늘상 하는 것 처럼 생수를 사서 본인의 등반용 시그(SIGG) 물통에 담을려고 물통을 열었더니 희안한 냄새가 코 를 찌릅니다.(이상한 고기�은 냄새 같은.....등반이 끝나면 늘 물통을 세척하여 말려 놓는데...거참 희안하네....)
연이은 이런저런 네가티브한 일 들 로 순간 불길한 느낌이 뇌리를 스칩니다.
등반팀이 도착하여 야영장으로 향하는 내내 심하게 어깨 와 지난번 지리산 등반 중 대단히 아팠던 대퇴부에 통증이 느껴 집니다. 배낭을 무겁게 팩킹 한 것 도 아닌데 이렇게 어깨가 결리고 그동안 괜찮았던 대퇴부가 다시 아픈것도 역시 좀 불길하게 생각 됩니다.
14구역에 청원등반팀이 야영장을 구축 하여 놓고 있습니다. 숲속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얼마전 이곳에서 그리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게되며, 이번 등반을 준비 하는 내내 좋지 않은 일 이 연속하여 발생 하는 것에 좀 신경이 쓰입니다.(내일 등반을 하지 말까 ????)
아침이 밝아오고, 어제 밤중 내내 발생한 이상스런 일 들이 말끔히 잊혀지고 여느때 처럼 등반을 시작 합니다. 오늘의 등반은 쉬운코스인 인수대 아미동길 입니다.
첫 피치를 올라 두번째 피치를 등반 하려고 하는 순간 아미동길 바로 옆길 인수B길에서 주마링으로 등반 하던 등반자가 추락을 하였고, 우리팀의 선등자는 바로 옆에서 사람이 추락 하는 것을 그대로 목격 합니다.(이 추락자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고 합니다.)
등반을 계속 하여 이제 마지막 피치를 남겨놓고 있는 상태에서, 인수B길 마지막 피치 잡석지대에서 추락하여 발목이 부러져 쓰러져 있는 젊은이를 목격 합니다. 나무를 꺾어 부목을 만들어 응급조치를 하고 이 젊은이와 함께 등반 하던 사람들이 핸드폰을 가지고있지 않아 우리 등반팀에서 급하게 구조대에 구조를 신청 합니다.(나중에 이 청년을 구조하기 위해 헬기가 출동)
사고를 2번이나 목격하며 하다보니 불현듯 어제 밤 연속하여 발생하였던 좋지않았던 기억들이 다시금 떠 오릅니다.
이윽고 인수봉 등반을 위한 아미동길 마지막 피치 구간....
선등자가 선등을 하여 2번째 등반자(등반때 마다 항상 믿음직한 강명호씨)의 빌레이를 봐 주고, 강명호씨가 등반을 완료하고 본인에게 등반 출발 신호를 알려 옵니다. 본인이 3번째 등반자 입니다. 인수대 꼭대기 피치구간 이기 때문에 고도감이 아짤 하지만, 이제 마지막 피치라는 안도감 과 함께 크랙구간 과 슬랩구간을 등반 하는 것이 그다지 힘들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인수봉 아미동길...발 아래로 보여지는 고도감이 까마득 합니다.까마득히 아랫쪽에 빨간 헬멧에 빨간셔쓰를 입고 벽에 붙어 있는 사람이 본인이고, 그 밑으로도 까마득 합니다.)
선등자와 2번 등반자가 자기확보를 보고 있는 확보지점에 무사히 도착..자기확보를 합니다. 확보물이 문고리 확보물 인데 심하게 녹이 슬어 있고 볼트 또한 확고하여 보이지 않습니다. 암튼 이 확보물에 세 사람이 확보물에 몸을 맡긴상태로 절벽에 매달려 있습니다. 발 아래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 입니다.
선등을 본 회장님께서 확보물이 부실 하기 때문에 텐션을 주지 말라고 주차례 주의를 줍니다. 그리고 순간적인 찰라.....어 !!!!!!!!
강명호씨와 본인의 몸이 확보물에서 이탈되며 허공에 뜬 느낌으로 밑으로 딸려 갑니다.
순간적인 찰라 였지만 밑으로 미끄러지는 강명호씨와 함께 순간적으로 겨우 몸의 균형을 잡아 본인 몸에 연결된 자일을 거머 잡으며 몸을 가눠 추락을 제어 할 수 있었습니다.(정말로 삼각산 신령님께서 아직 죽을때 가 아니라며 살려주신 듯 합니다.)
다행히 확보물에 몸무게를 풀텐숀으로 버팅기고 있지 않았고, 마침 확보지점에 약간의 각도가 있었기에 절벽밑으로 날라 떨어지는 추락을 면 할 수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온 몸에 진땀이 흐를만큼 아찔한 순간...
등반을 하는 사람들은 너무나 잘 알겠지만, 절벽에서 확보물에 자기몸을 맡기고 메달려 있는 순간 확보물이 터져버리면 어떻게 될까 하는 끔찍한 상상....바로 그런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않은 경험을 이번 등반 중 하였습니다.
상황을 수습하고 인수대 정상에 섰지만, 어제 내내 발생 하였던 불길한 일 들이 불현듯 생각나며 온 몸에 소름이 끼쳐 집니다. 마지막 비둘기길 하강을 하면서도 불길한 생각때문에 뒷 자일을 잡은 손에 제어 할 수 없는 힘이 들어갑니다.
하강을 마치고서 비로서 안도의 한숨이 세어 나옵니다.
이런저런 불길한 일들이 유난히 연속 되었던 2008년 첫 인수대 등반이었지만, 절대 믿음을 가지고 있는 등반동료들과 함께 하였었기 때문에 일생일대 최대 긴박하였던 순간에도 든든 하였고, 한편으로 스릴마저 느낍니다.
이번 등반 중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으로 암벽등반 전반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스칩니다.
(까마득한 고도감)
(암벽을 오르다보면 그늘이 없기 때문에 쏟아지는 햇빛을 있는그대로 받아야 합니다. 여름 땡� 등반 후 새까맣게 탄 얼굴로 월요일 출근시 양복에 넥타이를 메면 옷빨이 우습기 짝이 없곤 합니다.팔가리개 와 안면마스크 덕분에 얼굴과 팔이 쌔까맣게 그을리는 것을 막긴 하였지만 목 뒷덜미 와 손은 화상을 입을 정도로 시뻘겋게 그을렸습니다.)
(확보가 이탈 되는 끔찍한 경험을 하고 오른 2008년 첫 인수대 정상. 여전히 하늘은 맑고 푸릅니다.)
* 오늘 등반후 되새긴 교훈
1. 자기확보는 100% 자신의 책임이다
2. 자기확보시 반드시 2중 백업 확보를 하라
3. 백업안전장치는 등반의 기본이다
4. 하강시 반드시 백업장치를 하라
5. 조금이라도 기분이 내키지 않으면 과감히 등반을 포기하라.
'Climbing > 등산·캠핑사진(Pic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6년의 어느날 도봉산 (0) | 2008.10.21 |
---|---|
08년 6월 15일 등반사진들 (0) | 2008.06.19 |
08년6월8일 삼각산 도선사 우중산행 (0) | 2008.06.08 |
08년5월26일 회사 청계산 산행 (0) | 2008.05.27 |
08년5월25일 대둔산 양파A길 등반 (0) | 2008.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