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을 떠나기전 터놓고 지내는 친한 독일친구인 "로타 피셔"와 싱가폴의 유명바인 "미니스트리 오브 사운드"에서 밤새도록 마신 이별주 탓에 비행 내내 숙취로 고생 (요즘은 비행기 타는 시간이 정말 고역 ㅠㅠ)
2006년 5월20일 싱가폴을 출발한 대한항공 KE642편이 한국시간 오전 6시 40분에 인천공항에 터치다운. 리무진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출장짐을 그대로 내던져둔 채 사무실로 직행하여 몇가지 급한 일들 처리 (인사재경팀장이 다음주 월요일 청계산에서 회사 단체산행이 있을거란 통지)
사무실에서 몇군데 산행카페를 검색하여 보다보니 한 산행카페에서 지리산 바래봉 산행 공지가 올라 와 있는 것을 발견. 출장의 여독이 채 풀리지 않은 상태라 조금 망설여 졌지만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바로 신청 (등산과 트랙킹에 맛들여 이번 싱가폴에 머무는 동안에도 하루 날을 잡아 "센토사"섬을 트렉킹했네요. 조만간 센토사 트렉킹사진 올릴 예정)
출장 전 연인산 산행 시 우연히 함께 산행 하였던 이 산행카페의 "패밀리"팀과의 산행조우가 은근히 기대~~ ^^
산행 출발시간 오늘밤 11시. 버스 타고가면서 밤새 버스에서 자고 산행지 도착 시간은 내일 새벽 4시. 이런식의 우리나라에만 있는 신박하고 무리한(??) 산행을 무박2일 산행이라고 하더군요. 외국사람들이 들으면 미쳤다고 할지도 모를 이런식의 등산은 주중에는 바쁘고 주말에만 잠깐 쉴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전국의 유명산을 빨리빨리 다 돌아 볼 수 있도록 만든 특별한 시스템이란 생각.
후다닥 집으로 돌아와 나름대로 1박을 커버 할 수 있도록 장비를 꼼꼼히 챙겼습니다.
마무트 SOF방풍자켓 과 마무트 3X DRY 등산바지, 무게가 매우 가벼운 한바그 클랙세이프 중등산화. 잭 울프스킨 50리터 배낭을 사용 하기로 결정(마무트 프로그레시브 배낭을 사용 할 것 인지 잭 울프스킨을 사용 할 것인지 잠깐 고민 하다 잭 울프스킨으로 결정)
베낭을 꾸려 놓고 오후 시간을 내서 잠을 좀 청해 볼 까 하였으나 이런저런 생각에 눈 만 말똥 말똥 (이런저런 장비를 수납하고 배냥을 메보니 꽤나 무겁습니다). 몸은 피곤한데 잠은 오질 않는 비행 제트랙 때문 ㅠㅠ
툭툭 털고 일어나 산행버스가 출발 하기로 한 신사역으로 좀 일찍 나가기로 작정. 등산배낭과 장비를 갗추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서울의 길을 걷다보니 엇그제 싱가폴의 길거리와는 다른 상큼한 저녁바람에 마음이 절로 상쾌해지며 다시금 에너지가 불끈~~ ^^
지난번 연인산 산행에서 조우 하였던 "패밀리"팀 들은 백두대간 산행을 신청 하였다고 하는군요. 반갑게 만나 인사를 나누며 백두대간을 함께 가자는 제의에 약간 고민을 하였지만 도저히 현재 몸 컨디션으로 백두대간 10시간 산행은 불가 할 것 같아 그냥 바래봉으로 가기로 결정(이때가 이들과의 평생 마지막 조우가 되고말았네요)
11시에 출발한 산행버스가 깜깜한 밤길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버스안에서 잠깐 잠을 청해 보지만 도무지 잠이 오질 않습니다. 거의 뜬 눈으로 새벽 3시 까지 몸을 뒤척이다 산행 출발지에 도착해 (아무래도 무박2일 등산여행은 내겐 무리인듯~~). 아직 어둠이 짙게 깔려있는 지리산 정령치를 출발해 바래봉으로 향하는 한무리 등산행렬에 섞여 출발.
베낭의 무게와 몇일간의 숙면부족으로 초반부터 지리산 산행이 무척 힘들게 느껴졌지만 야생의 잡목과 잡풀들이 허리까지 차는 산길을 한참 오르고 또 오르는동안 먼동이 트며 장엄한 지리산의 새벽이 밝아오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니 힘들어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잠시 드네요.
지금까지 살면서 산에서의 일출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산에서 맞이하는 일출이 참 아름답습니다
이번 바래봉 등산을 영원히 기억하게 할 운명적인 사건이 발생된 것은 이렇게 일출을 구경하고 난 직후.
산행 도중 자그마한 실수로 시그(Sigg) 수통의 마개가 빠져 절벽밑으로 떨어져 버려 마개없는 수통을 챙겨 걷다보니 물이 다 쏟아져버리는 바람에 바래봉 정상 밑에 있는 단 하나의 약수터에 도착하기전 까지 바래봉 산행 내내 극도의 갈증.
아마도 세상에 태어나서 이처럼 극한의 갈증은 처음 겪어 보는 듯 합니다.(하도 목이 마르니까 나중에는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 ㅠㅠ)
다들 물이 귀할텐데 다른 분들에게 차마 물을 달라할 수 없어 참고 또 참으며 산행을 계속. 땀이 계속 흐르면서 극도의 갈증으로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아마도 남은평생 이러한 극한의 갈증 경험은 다시 못할듯. 최악의 갈증으로 준비 하여간 도시락 조차 먹을 수 없고 갈증과 허기로 급격한 체력저하..한걸음 한걸음이 마치 천근의 무게감으로 바뀝니다. 등산을 할때는 충분한 식수를 확보하고 산행을 하여야 한다는 소중한 산행 교훈을 오늘 지리산 바래봉 산행을 통해 뼈속 깊이 새겨 배웠습니다.
갈증과 허기, 체력저하로 도무지 해낼 수 없었던 것 같은 오늘의 바래봉 산행의 기록을 블로그에 영원으로 남깁니다. 죽기살기로 걷고 또 걷다 보니 아름다운 철쭉군락이 나타나고(이곳에서 다행히 아이스바를 사 먹을 수 있어 1차적으로 갈증을 해갈 할 수 있었음) 차츰차츰 정상이 가까와 지며 드디어 바래봉 정상 밑에 있는 약수터에 도착, 꿀맛과도 같은 물을 거의 2리터나 벌컥벌컥~~ ^^
물도 실컷 들이켰겠다 내친김에 바래봉 정상까지 단숨에 올라 장엄한 지리산의 정경을 마음껏 구경한 후 하산하여 어려운 산행을 끝냈습니다.
지리산 팔랑치 철쭉 군락지.정말 쉽지 않은 산행길 이었지만, 요기까지 올라와 아이스바를 파는 상인이 있어 겨우 갈증을 모면하고 아름다운 산꽃군락앞에서 밝게 웃을 수 있어 너무 즐거운 시간.
배낭의 무게가 만만치 않았던 지리산 산행길.모처럼만에 가지고 간 디지탈 카메라가 걸치적 거립니다.
천신만고끝에 오른 바래봉 정상.이 한장의 사진을 얻기 위해 극한의 인내심으로 산행을 결행한 오늘의 지리산 등산...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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